니츠는 리테일 트렌드와 공간을 소개합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대구 공간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읽다 보니 지금쯤 그 공간들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고 싶어지지 않으셨나요? 어떤 것에 대해 가장 깊숙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이를 만든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는 것일 것 같아요.
그래서 니츠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오늘날 대구의 트렌디한 공간들이 있기까지 그 기반을 잘 닦아온 cmmm와 개성 있는 브랜딩으로 지금 막 대구의 골목들을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WECO까지, 지금 바로 만나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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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댓', '게더투게더', '에이엣디'. 대구를 대표하는 카페 및 복합공간입니다. 굳이 대구를 키워드로 검색하지 않아도 SNS에서 눈에 띄는 이 장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대구를 기반으로 한 브랜딩 디자인 컴퍼니 ‘cmmm’가 기획한 공간들이라는 것입니다.
센치밀리는 (hu)man member, (hu)man client, (hu)man customer를 하나로 모아주는 corperation으로 센치밀리의 구성원, 클라이언트, 소비자가 모여 하나의 방향성을 바라보고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대구 외에도 강릉, 부산 등에서 유의미한 브랜딩 작업들을 하며 지역을 넘나드는 저력을 증명했고, 올 2월엔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서울 신사동에 사옥을 만들어 이전하며 새로운 센치밀리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습니다.
대구 브랜딩 디자인의 기반을 닦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센치밀리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과 이들만이 가진 매력, 그리고 브랜딩 디자인을 넘어 가고자 하는 새로운 길에 대해 센치밀리 김수인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Kneets 이후 K, cmmm 이후 C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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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안녕하세요. 센치밀리를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C: 네. 소개? (웃음) 소개가 조금 어렵네요. 저희가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서요. 센치밀리는 F&B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일을 모두 하고 있는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F&B PB 브랜드들을 여러 개 가지고 있고, PB 브랜드로 인한 체인 가맹점이 전국에 150개 정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베이스는 브랜딩을 하는 회사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브랜딩이라는 일 자체가 일반 대중이 생각할 때 모호한 카테고리일 수 있습니다. 보통 의뢰를 주시는 분들도 “브랜딩이 정확하게 뭐 하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묻기도 하니까요. 처음 브랜딩을 접근하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로고를 만들어 주거나 이름을 만들어 주거나 패키지에 관한 디자인 정도를 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오십니다. 하지만 센치밀리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매장에 정체성을 찾아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을 매개로 한 소비를 즐기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간과 브랜드에 경험을 통한 접점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것이 저희가 메인으로 하는 일이죠. 쉽게 말하자면 고객이 어떤 브랜드를 접할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을 저희가 브랜딩을 통해 만들어 낸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예를 들어, 어떤 카페를 브랜딩 한다고 하더라도 그 카페의 이름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스토리, 그 이야기가 묻어난 공간 디자인과 그 공간을 이루는 사람들까지 모든 게 교집합을 이루는 것. 그래서 그로 인해 더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이 만들어지고 소비자들이 더 좋은 감정들을 가지고 나가는 등의 순환이 계속되게끔 하는 거죠.
어떤 카페에 방문했을 때 고객이 압도되는 장면을 만났다면 이를 통해 약간은 흥분되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고, 그 상태로 공간 안에 들어가 경험한 것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때 좋은 바이럴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바이럴들로 인해 그 브랜드의 밸류가 만들어지는 것까지가 브랜딩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브랜딩을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자 가장 좋은 브랜딩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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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대표님의 이력을 보면 처음부터 브랜딩 회사로 사업에 접근하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센치밀리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C : 저는 원래 실내 건축을 전공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루트를 거쳐 취직을 하면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 아닌 정형화된 프레임 속에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는 제 것을 하고 싶었던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나 공간을 빨리 만들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었던 호기심도 있었고..
그래서 군대를 전역하고 아주 어린 나이부터 사업을 시작을 했어요. 23살 정도부터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물론 이때는 돈이 없으니 노점도 해보고, 포장마차도 해보고 했는데 이렇게 노상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진짜 온전한 나의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거죠. 그리고 이 경험들을 통해 뭔가를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막일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일들을 가리지 않고 하면서 어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고 2009년 첫 매장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도도맨숀’을 오픈했습니다. 이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파인 다이닝에서 오랜 기간 일하기도 했었어요. 처음 도도맨숀을 오픈할 땐 이곳을 통해 인테리어나 디자인 쪽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장사가 너무 잘 된 거죠. 그래서 근처에 돈가스 집도 하나 해볼까? 해서 좋은 조건으로 돈가스집 ‘소가담’을 오픈했는데 그것도 너무 잘 된 거예요(웃음). 그래서 지점도 늘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내 거’라는 인식이 강해서 체인을 별도로 주진 않았지만 문의도 많았어요.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요식업을 깊이 있게 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다음 브랜드가 ‘키햐아’였는데 일본 가정식이었어요. 간장도 한국 간장을 쓰는 등 전통 일식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이게 대중의 입맛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국에 체인이 60여 개까지 생기고, 단위 매장당 매출이 워낙 높아 당시 연 매출이 250억 정도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 ‘그럼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거, 해야 될 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브랜딩 회사 센치밀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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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그리고 바로 센치밀리에 의뢰 들어왔나요? 또, 대구에서 기반을 잘 닦으셨는데 갑자기 서울로 올라오시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C :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이 운영하는 공간을 브랜딩으로 도움 주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일들을 한 개씩 한 개씩 정상적인 루트로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다음에 들었던 생각은, ‘혼자 하는 것보다 조직을 만들어 재밌는 걸 같이 해 나가면 더 재밌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동료들과 수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목표가 하나씩 하나씩 생겼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대구보다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 ‘전국적인 네임밸류를 가지자’라는 생각이었고, 꽤 오랜 시간을 준비했죠. 거의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조직 문화와 조직력을 갖춰서 서울에 올라온 지 이제 막 2주 정도 됐네요.
서울에 온 것은 F&B뿐만 아니라 카테고리의 경계 없이 브랜딩에 관계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디자인으로서 브랜딩을 하고 서울에서는 개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세팅하고 있습니다. 그간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브랜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인테리어, 조경 등 다양한 분들과 많은 협업을 하고 많은 도움을 받아왔지만, 더 우리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센치밀리에 의뢰를 하면 ‘1부터 10까지 안되는 게 없는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팀을 짜고 있고, 그것이 앞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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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서울이 조직을 갖추고 꿈꿨던 목표였다면, 대구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대구’라는 지역이 가진 장점 혹은 대구이기 때문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신 부분들이 있을까요?
C : 대구를 기반으로 한 것은 단순히 제가 대구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서울을 제외하고 제일 외식업이 발달된 게 대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꼭 대구에 살아서 하는 말은 아니고요. 서울에서도 커피나 대형 프랜차이즈들을 보면 대구에서 파생된, 베이스가 대구인 브랜드들이 많아요. 단순하게 보면 공단이나 일자리가 많이 없어서 젊은 친구들이 요식업을 많이 시도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구나 시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는 지원해 주는 분위기라는 느낌도 들고요.
대구 자체가 원래는 소비도시였거든요. 대구를 중심으로 포항, 울산, 구미 등의 소도시들이 밀접해 있고 주말에는 대구에서 소비를 하는 구조였죠. 지금은 지역별로 상권들이 생기고 워낙 SNS가 발달을 하다 보니 검색만 하면 찾아갈 수 있으니까 특정 상권에 대한 제약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대구라는 도시 자체가 주변 소 도시에 비해서는 빠르고, 전문적이고, 좀 더 트렌디한 느낌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대구가 좀 텃세가 셀 것 같잖아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대구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론칭 및 브랜딩 작업들을 해봤지만, 텃새 같은건 오히려 다른 지방들이 훨씬 세지 않나 싶어요. 대구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강하고, 신규 매장들에 대한 일종의 ‘도장 깨기’ 같은 문화도 있는 것 같고요. 새로운 게 생기면 무조건 한번 가 봐야 되는 소비패턴을 가진 젊은 친구들이 많은 도시라는 것이 사업을 함에 있어서 대구의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인구가 많지 않으니 소비에 대한 시간과 주기가 짧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죠. 그래서 어느 정도 정점을 찍고 유지하는 개념 보다는 분점을 늘리거나 하면서 브랜드를 확장해 나간 것도 대구이기 때문에 실행했던 전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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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대구에 대해 리서치를 하다 보니 로컬 중심의 플레이어들이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 지역 안에서 서로 다른 그룹이나 회사 간의 교류도 많은 편이실 까요?
C : 맞아요. 그런 F&B 크루들이 많죠. 각자 크루끼리 움직이긴 하지만 거의 다 선후배 관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각자 움직이긴 해도 서로 응원해 주고, 새로 오픈했다고 하면 SNS 한번 태그 해서 올려주고 하는 그런 문화가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가 그런 크루를 이끌어 나가는 경우가 많고 그런 친구들이 많다는 게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에너지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회사가 되었으니 어느 정도 체계도 잡혀 있고... 그들은 팀, 크루 같은 느낌이다 보니 약간은 상호적인 관계에 있기도 해요. 그들은 저희를 동경하면서 배우지만 또 저희는 그들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고 하는 거죠. 서로 응원해 주기도 하고, 어떤 일에 대한 피드백도 정확하게 주고받고.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럴 거예요.
K : 말씀하신 것처럼 대구에서 이런 일을 오래 하셨다 보니 알게 모르게 지금 대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에 영향을 주신 것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C : 분명히 있죠. 한 지역에 워낙 많은 매장을 오픈해서 지역의 거리 하나를 개척했다는 뜻으로 콜럼버스라고 불릴 때도 있었고, 그 지역의 건물주 분들이 좋아한다 이런 얘기도 있긴 했었어요. 서울로 치면 가로수길이라든지 이런 거리가 대구에도 있어요. 제가 사업을 시작한 앞산 카페거리가 그런 곳 중 하나인데, 저희 매장을 제외하고도 센치밀리가 브랜딩 한 게 11-12개 정도 되니까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다른 팀이나 크루들과 크게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잘 알고 있죠.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드리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나서서 대구의 이런 흐름을 이끌었다고 하진 않지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정도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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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치밀리가 브랜딩한 앞산 부근 공간들 (일부 매장 현재 폐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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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네, 그럼 다시 센치밀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워낙 많은 프로젝트를 하고 계시고 작년만 해도 50여 개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하셨던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실까요?
C : (고민 없이) 아무래도 나이스댓이요. 하하. 거기는 건물 컨디션도 되게 안 좋았고 준비 기간도 엄청 오래 걸렸거든요. 거의 1년 정도 준비한 것 같아요. 키워드를 잡는데도 워낙 오래 걸리고, 키워드를 잡고 이야기를 만드는 데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희가 보통 일을 하면 키워드를 잡고, 네이밍, 심벌,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등 일련의 기획을 모두 완성시켜 놓고 공간 디자인을 하거든요. 근데 앞 단이 오래 걸리다 보니 공간 기획도 오래 걸렸고,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지쳐가는 모습들을 보였었고, 그런데 그만큼 피드백도 좋았고. 그래서 되게 애착이 많이 가죠.
K : 오래 걸리셨던 건 규모 때문이었나요? 아니면 건물의 컨디션 때문이었을까요?
C : 상징성이 있는 건물이었어요. 대구 최초의 상가 건물이거든요. 이 ‘한동 빌딩’에는 극장도 있었고, 카지노도 있었고, 나이트클럽도 있었고, 역사가 있는 건물이에요. 근데 또 입지는 정말 안 좋아요. 대구 동성로 한 가운데에 있지만 차도 못 들어오고 건물들에 쌓여 있어서 길 찾기도 되게 어렵고요. 그런 것들을 종합했을 때, ‘이런 특성을 살릴까 말까’라는 것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살리기로 결정했을 때, 영화 승리호가 많이 생각이 났어요. 미래의 이야기인데 낡아 있고, 인간적이고 이런 느낌을 오마주 하고자 했습니다.
여기는 우주이지만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어색하지 않게 접근하기 위한 과정이 길었던 것 같아요. 나이스 댓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리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미래에는 지금 외국 가듯이 다른 행성도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전제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서 사는 삶이 당연해지고, 지구를 몹시 그리워하는 클라이언트가 지구를 구현해낸 매장이 나이스 댓입니다. 4층의 모래나 흙, 나무는 그 사업주가 셀렉 한 컬렉션입니다. 다른 행성에서는 지구의 물질이 귀할 테니 이런 식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든 것이죠.
처음부터 1차원적으로 우주가 떠오르는 공간을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다만 이런 스토리를 들었을 때 아~ 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너무 오래 걸렸죠. 그렇지만 그만큼 기획이 완성되었을 때 희열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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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우주에서 살아갈 인간을 상상하며 만든 공간 '나이스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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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프로젝트를 워낙 많이 하시다 보니 아이디어 고갈이 오거나 계속해서 새로운 걸 해야 된다는 부담이 있으실 수도 있을 텐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C :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영감을 받는 곳은 되게 다양해요. 직원들과 프리 토킹 중에 한 번씩 나올 때도 있고,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오마주 삼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단순한 소재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고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영감의 원천은 셀 수 없이 많죠.
예를 들어, 의뢰하신 점주분의 캐릭터가 강하면 영화를 오마주 할 때가 많아요. 점주의 캐릭터가 세다는 것은 그분 만의 아우라가 있다는 뜻이거든요. 외적인 것, 성격인 것 등에서 떠오르는 캐릭터나 영화 등을 오마주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 특정 아이템이 주제가 되는 경우에는 예술 작품들을 많이 보기도 하고요. 요새는 워낙 자료가 넘쳐나잖아요.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땐 다 같이 앉아서 그냥 검색 시간 같은 걸 갖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또 반대로 직원들이 “레퍼런스에 압사당하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할 때도 있어서 “그럼 오늘은 일단 이건 그만하자!” 하기도 해요. 저희는 조금 자유롭게 일하는 편이에요. 제가 수직적인 구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수직적인 구조가 어느 정도 필요할 때도 있지만 수평적인 구조를 지향하고, 제가 아이디어를 냈을 때 직원들이 "아니다", "별로다"하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이고, 그렇게 재미있게 일하며 기획을 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K : 외부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프로젝트의 경우 어떤 걸 하고 싶다 하고 연락을 주시는 편인지 아니면 믿고 그냥 맡기시는 편인지 등도 궁금하네요.
C : 저희를 찾아와 주시는 분들은 저희의 포트폴리오를 보시고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지고 오시기 때문에 어떻게 해달라는 말은 거의 안 하시는 것 같아요. 대신 저희는 인터뷰를 엄청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분이 브랜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좋아하는 공간에서 어떤 행위를 해야 만족감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의 뉘앙스나 색깔을 최대한 파악하기 위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어떤 공간을 만들었는데 주인이 그 안에 있는 것이 되게 어색하면 이상하잖아요. 고객들이 봐도 저 사람은 뭐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런 조화로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거죠.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의 장점은 서로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조율하기가 쉬워져요. 그건 점주님도 저희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레퍼런스를 잡고 종합해서 편집을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그 편집도 조금 수월 해진다고 할 수 있는 거죠.
K : 그렇게 기획하신 공간들이 지금 다 SNS에서 핫플로 유명한데, 처음부터 이런 반응을 의도하고 기획하신 걸까요? 특별히 염두에 두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C : 치밀하게 하나하나 계산을 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의 흐름은 계산을 합니다. 소비 패턴이라는 게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크게는 ‘공간’이라는 하드웨어에 대한 소비가 있고, ‘음식’,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비가 있죠. 그중 가장 빠른 반응을 볼 수 있는 것이 요즘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를 이끌어가는 축인 MZ 세대가 공간에 대한 소비를 하고 그걸로 인해 바이럴이 일어나는 거죠. 그 소비 형태가 끝날 때쯤 다른 어떤 소비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이런 식으로 단계를 나누어서 기획을 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자연적으로 바이럴이 될 수 있는 소비층이 방문해야 되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넣어 놓죠. 너무 자극적이거나 너무 빨리 끝나는 소비가 되지 않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소비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을 생각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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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핫플 (1) 게더 투게더 (2) 에이엣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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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네, 지금까지 질문들에 성심성의껏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브랜딩 회사와 다른 센치밀리만의 차별점, 그리고 센치밀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C : 아무래도 저희는 베이스 자체가 F&B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매장이 매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아는 회사, 단타성 소비가 아닌 지속성 있는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이 저희만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사라고 하는 건, 사업이라고 하는 건 결국엔 캐시 카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자기만족으로 기획을 하고, 디자인을 하는 건 예술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목적에 맞게 용도에 맞게 디자인을 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 능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브랜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여러가지 영역이 있다면 또 그 나머지 영역이 약하지도 않은 회사, 그래서 여러 지점에서 교집합이 많은 회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는 저는 3 - 4차 산업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메타버스, NFT 가상화폐의 시대가 오는데 그런 시대에 쳐지지 않는 키워드나 카테고리를 센치밀리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센치밀리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이런 산업도 시작 단계이니 브랜딩을 그런 쪽에 접목시키는 방법도 있을 테고 여러 가지 방향이 있을 것 같아요. 서울에 온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리테일 브랜딩을 서울에서도 해봐야겠다는 생각보단 이런 IT 적인 산업을 접목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였습니다. 구독 플랫폼, 영상 콘텐츠 기획 플랫폼 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여러 방면으로 열려 있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서울에서의 시작은 원래 잘하던 F&B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사옥 1층과 지하에 베이커리 로스터리 카페 ‘웜브라운’을 오픈할 예정이고, 청담동과 도산 공원 쪽에도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고 있어요.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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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치밀리의 (1) 신사동 사옥과 (2) 오픈할 베이커리 로스터리 카페 웜브라운 본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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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치밀리는 사옥에 오픈하는 웜브라운 본점 외에도 가평과 경기도 광주에 웜브라운 직영 지점을 오픈할 계획에 있습니다. 이 밖에도 대구 동구에 나이스 댓과 어깨를 견줄 대형 카페를 포함하여 다양한 공간들이 센치밀리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센치밀리의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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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제 아라실
Interview Photo. 김 준호
Photo. 방 지윤 CMM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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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브랜딩 된 공간들을 대구에 다수 만들고 서울로 본사를 옮긴 cmmm에 이어 대구의 골목 구석구석을 재미있게 만드는 플레이어가 늘고 있습니다. 지금, 한창 대구의 트렌디한 공간을 늘려 나가는 CHEF COMPANY WECO를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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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NS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위코의 공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정확히 위코에 대해 소개하는 곳을 볼 수는 없어 궁금했어요. 간단히 위코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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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위코의 이영환 대표입니다. ‘WECO’는 ‘We’와 ‘Company’를 합쳐 ‘우리가 만드는 회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코는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여 공간, 음식, 문화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팀으로, 위코만의 개성을 담은 공간들을 지속적으로 만들며 대구의 요식업 문화를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이재완 대표는 오너 셰프이자 경영을 담당하고 있고, 저는 마케팅, 세무, 인사관리를 담당하는 형태로 업무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희를 축으로 하여 각 매장의 점장들 (이네딧담 : 지윤성, 가식 : 박기혁, 유랑 : 서정민, 장효 : 권수정, 양조방앗간 : 이교정, 와리바시 : 최민영)이 각 매장을 이끌어 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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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코를 만들기 전에도 이 대표는 요식업 쪽에 있었지만 저는 삼성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도 사업, 요식업 쪽으로는 늘 관심이 많아서 관련해서 이 대표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이런 맥락안에서 '대구에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네딧 담’을 창업했고, 본격적으로 위코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저희 말고도 요리를 좋아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멋진 공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출하며 일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도와 꿈꾸던 것을 하나씩 실행으로 옮기다 보니 어느덧 벌써 6개의 매장을 오픈했네요. 더 나아가 대구에도 이런 공간들이 많아지면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조금씩 더 대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음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오는 분들도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 '우리가 만드는 회사’라면 원래 팀원들 모두가 원래부터 알고 지낸 건지도 궁금하네요!
모두 처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였어요. 다른 요식업 일을 하시다가 합류하신 경우가 대부분이고, 매장에 손님으로 오셨다가 같이 일하게 된 경우도 있고요. 그럼에도 우리라는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대표들은 위코가 지향하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직원 각 개인의 업무 스타일과 방법을 존중해 주고, 매장을 믿고 맡기고 있기에 상호 간의 유대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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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만드신 6개의 공간들이 다 이미지가 다르고 특이해요. 혹시 신규 매장의 위치나 콘셉트, 인테리어 등을 기획할 때 갖는 특별한 기준이나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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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처음부터 이전에 만든 공간과 비슷한 요소와 겹치는 음식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어요. 매장마다 취급하는 음식, 술이 같으면 돈을 벌기 위해 경쟁하는 형태로 바뀔 것 같았죠.
새로운 매장을 만들 때, 가장 영감을 받는 곳은 코로나 전에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국내에는 이런 공간이 없을까?’ 하고 기록으로 남겨 둔 사진들이에요. 이런 자료들을 활용해 저희만의 스타일로 풀어내고 있어요. 사진 외에도 참고할 만한 데이터를 최대한 모아서 회의도 하고, 아님 팀원들과 같이 상상화를 그리듯 편히 이야기를 하면서 기획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콘셉트로 매장을 만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운영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와 같은 대화들이요.
저희는 하나의 팀이기 때문에 하나의 이름으로 묶인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제 각기 다른 모든 매장이 서로 유대를 가지고 있어요. 새로운 매장을 기획할 때에도 기존 매장의 팀원들이 모두 이런 과정에 참여하죠. 다섯 번째 매장인 ‘양조 방앗간’까지는 저희가 직접 원하는 스타일을 스케치해 두고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지인분이 색을 입혀 주시는 형태로 협업을 해 왔다면, 가장 최근에 만든 ‘와리바시 바’부터는 저희가 모든 걸 했죠. 차차 전체 브랜딩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그룹이 되고자 준비 중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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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네딧담 (2) 가식 테스트키친 (3) 유랑 (4)장효 (5)양조방앗간 (6)와리바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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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코의 공간들이 모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크게 보면 위코의 구역을 만들어 나가고 계신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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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몰려 있는 위코의 공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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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모으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대구 중구에만 매장이 6개가 되었네요. 저희는 메인 상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공간, 약간 변두리를 좋아해요. 사실 이런 곳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메인 상권보다 월세가 많이 저렴하기 때문이죠.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희는 자신이 있었어요.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는 요소만 있다면 요즘은 위치가 어디든 찾아준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오히려 지금은 뜬금없는 위치에 이런 공간이 있어서 더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대신,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각 매장의 SNS 계정을 운영하고 제 개인 계정도 많이 활용해요. 장소는 노출이 덜 되는 곳에 있지만 SNS 상에서 최대한 노출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연계해서 유튜브도 조금씩 준비 중이기도 하고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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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위코와 같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이들과의 관계와 그 안에서 위코만의 차별점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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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다른 F&B 플레이어들과는 서로 연락하며 많이 만나고 있어요. 라이벌보다는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모르는 분야를 다른 플레이어들이 하고 있으며, 그래서 서로 배우는 부분도 많아요. 같이 팝업을 하기도 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구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장점만이 부각되는 거 같아요!
위코만의 강점이라고 하면, 소통이요. 저희는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손님으로 보는 서비스보단 이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고, 형님 동생 사이로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을 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 : 하지만 매장의 규모가 커지거나 지점이 많아지면 이런 ‘소통’이라는 강점이 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혹시 생각하신 방향이나 대안도 있으신가요?
매장의 지점이 많아질수록 이런 부분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 총괄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총괄 점장 자리도 만들고자 하고 있고, 저희도 점점 업무가 많아지기에 점장들에게 저희의 업무나 마인드를 전하며 각 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마인드가 매장을 운영하는 점장이나 직원들에게도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저희가 하나의 팀으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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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으로 위코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마디만 해주세요.
위코라는 브랜드를 탄탄하게 만들어서 전국 어디에서나 위코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최종 목적이고, 의식주가 있다면 ‘식’과 ‘주’는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어딘가에 여행을 가도 결국 ‘맛있는 음식’과 ‘숙소’잖아요. 위코도 일단 누군가 대구에 왔을 때 ‘대구 하면 위코를 가아지’라고 만들고 싶고, 그다음은 대구를 넘어 전국 어디를 가도 ‘위코가 만든 공간에 가면 실패가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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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다채롭고 트렌디한 식문화를 키워가는 위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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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Zoey Photo. WEC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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