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엔리코 4세> ▲ 👻: 클릭하면 지만지 드라마 소개 링크로 넘어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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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을 맞이해 교복을 입고 산책하던 중 다가오던 자전거에 부딪혀 한참을 쓰려져 있다 일어난 유령이. 자기가 입은 옷을 보고는 졸업한 학교로 향한다는데?!
👻: 오늘은 현대 부조리극의 기반을 닦은 작가 루이지 피란델로와 그의 희곡 <엔리코 4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령~ 마지막에는 구독자 3000명 달성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으니 꼭 확인하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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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엔리코 4세>, 출처: Detroit Institute of Arts Muse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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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 👑
엔리코 4세의 의상을 입고 가장행렬*에 참가한 한 청년. 말을 타고 행렬하던 도중, 그는 낙마 사고로 정신을 잃고 말아요.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주인공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 자신이 진짜 엔리코 4세라고 믿게 되죠. 이를 지켜본 그의 부유한 여동생은 진실을 말하면 그가 충격을 받게 될 거라 생각해 연극을 꾸미는데요. 중세 독일 궁정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주변인들에게는 역사에 등장하는 엔리코 4세의 정적, 신하, 광대, 연인인 척 연기하라고 지시하죠. 그렇게 이들은 약 20년 동안 연기를 계속하며 청년의 병세를 주시했고, 세월이 흘러 엔리코 4세의 여동생은 죽고 말아요.
*가장행렬: 경축일에 사람들이 각기 여러 모습으로 알아보지 못하게 꾸미고 벌이는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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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엔리코 4세>, 출처: cinemasecondobe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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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아들에게 남긴 유언장에는 엔리코 4세의 정신병을 치료하라고 쓰여있었어요. 아들은 어머니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함께 궁정을 찾아가죠. 의사는 치료를 위해 엔리코 4세가 정신을 잃기 전에 만났던 이들을 그의 눈앞으로 데려오는데요. 여기에는 젊은 시절 친구와 그가 당시 사랑했던 여인의 딸이 동원돼요. 이는 엔리코 4세가 과거로 돌아가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현대인들은 중세의 복식을 갖추고 엔리코 4세의 과거와 내면세계로 들어가죠.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20여 년 전 낙마 사고의 진실과 숨겨진 비밀이 밝혀진다고.
👻: 무려 20년 동안이나 연기를 했다니 너무 놀라워령… 숨겨진 비밀이 대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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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엔리코 4세>, 출처: casadelcine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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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가장한,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이 희한한 연극은 엔리코 4세가 미쳤다는 전제하에서 진행됐어요. 그러나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엔리코 4세는 의사에게 동원된 사람들이 대사를 외우는 것을 목격하게 돼요. 그 모습을 보고 나서도 그는 여전히 악사들에게 연주를 지시하고, 시도 때도 없이 광기를 표출하는 등 왕처럼 말하고 행동하죠. 사실 연극을 꾸민 지 12년째 되는 해에 주인공은 착각에서 깨어났어요. 그러나 그는 현실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는데요. 사랑하던 여인을 잃은 지 오래됐을 뿐 아니라, 현실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그가 미쳐있는 동안 보았던 허황된 세계에 대한 조롱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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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엔리코 4세>, 출처: cinematheq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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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이 독특한 희곡은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진짜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요. 자신이 역사 속 인물 엔리코 4세라고 믿는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 현실과 환상, 그리고 기억과 정체성에 대해 말하죠. 미쳤다는 이유로 왕의 삶을 살아야 했던 주인공은 고정된 역할을 강요당하는 무수한 소시민을 대표해요. 작가는 이 작품에서 역사 속 이름을 지닌 인물을 빌려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 의지를 표현하고자 했는데요. 주인공이 본래의 모습을 포기하고 미치광이 연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부조리한 상황과 인간관계가 억누르는 고통은 작가의 삶과도 맞닿아있었기 때문이라고.
👻: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미친 척을 할 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았던 것 같아 마음이 아파령. 그런데 부조리함과 인간관계의 고통이 작가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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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지 피란델로, 출처: Istituto Italiano di Cultura Seo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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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왜 이래 💧
루이지 피란델로는 1867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어요. 그의 아버지는 부유한 유황 광산주였지만, 그는 가업을 잇길 원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부하고 로마대학교에 진학했죠. 그러던 어느 날 산사태가 일어나 유황 광산이 폐쇄되면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피란델로는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며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그의 아내는 정신 착란증에 걸렸고, 이 병은 남편에 대한 광적인 질투로 나타났어요. 피란델로는 약 15년간 아내를 돌보았지만, 증상이 악화되자 하는 수 없이 그녀를 요양원으로 보내게 되죠. 또 1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아들이 포로로 잡혀가는 등 그의 삶은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인생의 연속적인 고통과 복합적인 시대적 배경은 피란델로 작품세계의 기반이 되었어요. 그의 가장 독특한 주제인 '변화무쌍한 인간 내부 세계에 대한 탐구'도 이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였죠. 피란델로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로 폭넓게 활동했는데요. 전통적인 극 형식을 거부하고 등장인물의 의식을 새로운 각도에서 파헤치는 등 혁신적인 극작법을 발휘해 자기만의 주제를 한층 더 심화시켰죠. 기존의 연극 스타일에서 벗어나 특유의 무대 연출로 입지를 다진 그는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과 <엔리코 4세>로 전 유럽에 이름을 알렸고, 193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 쉽지 않은 삶을 훌륭하게 살아내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다니 너무 대단해령! 루이지 피란델로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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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지 피란델로, 출처: Due minuti d'ar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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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극의 아버지 ✍
현대 부조리극*의 모태가 된 피란델로의 작품세계는 인생과 환상, 실제와 현실, 그리고 자아와 허상의 대립적 구도를 주로 다뤄요. 그는 이러한 대립적 구도를 꿰뚫는 시공간과 인간의 만남을 깊이 있게 파헤치죠. 처음에 그의 희곡은 지나치게 지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그 밑에 깔린 감수성과 연민으로 크게 인정받는데요.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관습, 사상 등과 같은 절대적 가치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끊임없이 고통받는 인간들의 비극적인 현실이 그려진다고.
*부조리극: 현대 인간의 존재와 삶의 문제들이 무질서하고 부조리함을 주제로 하는 연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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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델로의 작품에는 피란델리스모라고 불리는 사상이 담겨있어요. 인생은 늘 변하기 때문에 일정한 형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 내면의 태도에는 정답이 없고,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절대적인 기준 역시 존재하지 않아요. 오늘 이렇게 보였던 것이 내일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죠. 그래서 한 사람은 동시에 여러 명이 되기도 하는데, 그를 보는 사람들이 자기들 수만큼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기 때문이에요. 결국 우리는 무수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가면으로도 한 사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하나의 틀 안에 자신과 타인을 가두려 해서 우리 삶에 고독과 고통이 지속되는 거라고.
👻: ‘온 세상은 무대고, 모든 사람은 배우라네’라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이 떠오르네령! 이번에도 지만지드라마 편집자님께서 희곡 <엔리코 4세>에 대한 칼럼을 남겨주셨어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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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리코 4세는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를 둘러싼 세계는 모두 거짓이고, 오직 그가 스스로를 ‘엔리코 4세’로 믿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엔리코 4세’로 대하고 집 안 실내장식은 중세 독일 궁정을 그대로 본뜬 모습입니다. 그를 왕으로 모실 하인들이 고용되었고, 그와 친분이 있던 사람들은 그를 만날 때 중세 왕실 복장을 갖춥니다. 연극을 보는 관객조차 무대의 배경을 중세 독일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무대 뒤편 벽에 걸린 커다란 현대식 초상화만이 이 세계가 가짜라고 넌지시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초상화조차 가짜 세계를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본체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을 대신해 엔리코 4세에게 언제나 똑같은 모습, 20년 전 청년 시절만을 비춰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트루먼과 엔리코 4세의 다른 점이라면, 트루먼은 가짜 세계의 존재를 깨닫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 반면, 엔리코 4세는 가짜 세계가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스스로도 연극에 가담한다는 것입니다. ‘엔리코 4세’는 맨정신으로 살아가기 벅찬 세계를 버리고 가짜 세계의 왕으로 살기를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엔리코 4세’야말로 가짜 세계의 진짜 설계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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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아요!
엔리코 4세의 여동생이 그가 받을 충격이 걱정돼 거짓말을 한 것처럼,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이유로든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 생겨요. 그러나 끝까지 비밀을 유지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죠.
지금까지 했던 거짓말 중,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짓말이 있나요?
👻: 유령이 플로터의 거짓말이 궁금해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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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들 집중 💎
인간은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 채, 주어진 역할을 고정된 이미지에 따라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 <엔리코 4세>. 삶을 되짚어보고 우리들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지만지드라마에서 <엔리코 4세>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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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 TM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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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가 살금살금 전달하는 플롯레터는 가끔씩 메일함에서 사라지기도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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