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분야 리서치 & 컨설팅 기업 '가트너(Gartner)'가 지난 8월 10일 2022년판 이머징 테크 하이프 사이클을 발표했습니다. 만약 테크 쪽에 관심을 두신 구독자라면 이 그래프를 어디선가 한번쯤은 보셨을 것입니다. 그만큼 많이 인용되는데, 특히 기업에서 신기술 기반의 사업을 논하는 보고서가 있다면 그 신기술이 얼마나 유망한 지 설명할 때 아주 유용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 이 '하이프 사이클'은 그래프라기 보다는 그림입니다. 데이터나 로직에 기반하여 점들이 찍혀 있는 게 아니라 작성자의 인사이트를 반영한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MBTI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저희가 쓰는 이유와 마찬가지죠. 직관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2022년 판 하이프 사이클에 '메타버스'가 처음으로 포함되었습니다. 아직은 초기단계(Innovation Trigger)에 표시되어 있고 기술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기술로 표시되었습니다. 가트너가 정의한 '메타버스'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현실의 융합으로 생성된 집합적인 3차원 가상 공유공간. 지속적이고 향상된 몰입 경험을 제공(a collective virtual 3D shared space, created by the convergence of virtually enhanced physical and digital reality. A metaverse is persistent, providing enhanced immersive experiences.)" 어렵지만 '3차원 인터넷'이라는 뜻을 표현한 것은 맞습니다. 메타버스가 하이프 사이클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었다는 건 이 단어가 금방 식어버릴 한철 유행어는 아니라는 뜻이긴 하지만, 동시에 메타버스가 지금 이미 와 있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에게는 '10년 뒤에나 완성될 기술'이라는 딱지가 그닥 달갑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사이클을 타고 '완성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그 기술이 대중화 된다는 걸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일례로 VR과 AR은 수년 간 하이프 사이클에 포함되어 있었고 몇 년 전 '졸업'을 했습니다. 즉 더 이상 이머징 테크는 아니게 되었다는 거죠. 하지만 아시다피시 여전히 대중화 되었다고는 할 수 없고, VR/AR(혹은 XR)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이프 사이클 초기 단계에 재진입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랄까요.
가트너는 이번 하이프 사이클에 소개된 기술들을 3가지 테마로 묶었습니다. 그 중 첫번째 테마가 '이머시브 경험의 진화/확장'입니다. 메타버스는 탈집중화된 정체성, 디지털 휴먼, 내부 노동시장, NFT, 수퍼앱, Web3와 함께 이 카테고리에 묶였습니다. 메타버스라는 특정 단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대신, '이머시브 경험의 진화/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여러 기술들이 뭉쳐지고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트렌드는 점진적으로 꾸준히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