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분수 ©️Editor W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에디터 W의 친한 친구 중에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여럿 있어요. 그들에게 주워들은 바로는, 클래식 기타의 근본 국가인 스페인 출신 기타리스트들의 저력이 엄청난 나머지, 한국인이 기타 콩쿠르에서 우승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해요. 게다가 한국은 클래식 기타가 굉장히 마이너하게 여겨지기에 비교적 인프라가 적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오늘 Opening Act에서는 작년, 프란시스코 타레가 국제 기타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기타리스트 조대연의 🔗데뷔 앨범을 소개할게요.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누구나 들어봤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한 작곡가로, ‘클래식 기타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식 기타로는 전무후무한 유명세를 누린 음악가이기에, 그의 이름을 딴 '프란시스코 타레가 국제 기타 콩쿠르'의 위상도 굉장하지요. 우승자 조대연은 스페인에서 기타를 배운 연주자인데요. 2014년 두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발표한 이 앨범에는 각기 각색의 매력을 가진 4명의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작곡가의 작품 연주와 한국의 민요인 '한오백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Main Act

1852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타레가는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기타를 연주했어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그는 설상가상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시력에 큰 손상까지 입게 되고, 이 때문에 평생 시각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비록 녹록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첫 스승인 기타리스트 훌리안 아르카스, 음악원 학비를 대준 부유한 상인 등 주변의 여러 의인으로 타레가는 전문 음악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음악원 입학 당시에는 피아노와 기타를 전공했던 그가 기타에 전념하게 된 것은 우연히 얻은 질 좋은 기타 때문이었어요.

1880년부터 20년간 그는 바흐, 맨델스존, 베토벤, 쇼팽 등 거장들의 곡을 편곡하며 곡 해석 능력을 키워갔어요. 이 편곡 시기는 그만의 독자적인 음악어법을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이처럼 위대한 음악가들이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의 관습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후 타레가는 기존 손톱으로 연주하던 방식에서 손끝으로 연주하는 기법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타레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는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특히 당시 짝사랑하던 제자에게 실연당하고 난 뒤 그라나다 여행을 갔고, 그곳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을 목도한 후 작곡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이는 국내에서만 유효한 것이고, 해외 자료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당시 부인이 제자였기 때문에 퍼진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건 몰라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매우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대상으로 한 곡이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당시 스페인 전역에 민족주의적인 분위기가 만연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이 곡은 이후 민족주의를 더 강화하는 매개로 자리매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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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sky-Korsakov: Shekherazada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우아하기에,

모든 것이 행복하고 친절한 느낌을 주도록 계획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드라마 제목으로도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물론 방영 전에도 아름다운 선율로 기타 초보들에게는 언젠가 꼭 연주하고 싶은 곡으로 알려져 있었죠.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궁전’을 뜻하는데요. 스페인을 지배했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가 세운 것으로, 이후 가톨릭 세력과의 세력 다툼에 패배하면서 이 궁전은 방치됩니다😥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인 이 궁전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세기 미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워싱턴 어빙의 책 덕분이었습니다. 어빙은 작가이자 주재원으로, 여러 국가에 머물며 그 나라에서의 기행문을 에세이 형식으로 펴냈는데요. 영국의 전원을 묘사한 <스케치북>, 그리고 뉴욕에 대해 적은 <뉴욕의 역사>로 잘 알려져 있죠.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은 바로 <알함브라>입니다🕌 궁전에 직접 머물면서 쓴 이 책은 당시 어빙과 함께 지내던 하녀와 안내자의 이야기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고 하는데요. 역사적 사실에 어빙 특유의 낭만적 시선이 더해져 완성된 <알함브라>. 이 책에서는 폐허가 된 궁전에 나오는 유령 이야기, 무어인(과거 이베리아반도에 살았던 무슬림)의 전설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빙의 책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의 이목을 끌었고, 이에 따라 방치되어 있던 궁전이 보수 공사를 마치고 관광지로 거듭났어요. 결과적으로는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궁전을 표현한 어빙의 서술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 궁전의 역사나 맥락보다는 신비로움을 강조하며 옛 무어인들의 생활방식을 전설화했거든요🤔 이런 영향 때문인지, 스페인도 이를 적극 활용하며 옛 이슬람 왕조 시기를 신비화하는 듯해요. 왠지 앙투안 갈랑이 번역한 <천일야화>, 아서 골든의 책 <게이샤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한 어빙의 <알함브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