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절구절의 먼슬리: 5월의 키워드 ‘음악’

5월 2일 ⎸ 음악소설집 
5월 9일 ⎸ 베니, 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5월 16일 ⎸ 호리, 케이팝 씬의 순간들 ⇦ now!
5월 23일 ⎸ 타코 ???

   내용을 읽다 보면 케이팝의 수요가 지속되는 것을 넘어 세계적인 시장으로 넓어지는 이유는 '끝없는 변화'라고 느껴진다. 책에서는 현재 케이팝에 대해 이렇게 분석한다.

  1. 케이팝은 절대 단 몇 개의 콘셉트로 분류할 수 없으며 - BOYNEXTDOOR와 투어스의 "청량"은 다르다(1장) 2. 곡들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해졌고 – i-dle, IVE, LE SSERAFIM은 모두 '나(me)'에 대해 노래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으로 표현된다(2장) 3. 계속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고 - 책에서는 ILLIT의 <Magnetic>에 '플럭앤비'라는 생소한 장르가 쓰인 것을 주된 예시로 언급하고 있다(3장) 4. 언어의 지평 또한 어마하게 넓어지고 있다. - KATSEYE나 &TEAM과 같은 '현지화 아이돌'의 성공을 보라(7장)

  더 이상 가사의 한국어 비중이나 곡의 진행, 멤버 구성 따위로 케이팝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건 무의미하다. 케이팝은 이제 장르가 아니라 산업이라 보는 것이 맞다. 끊임없이 '새로운' 면모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살아남는 레드 오션. 좋은 음악성과 매력적인 외형은 이제 베이스에 불과하다. 이걸 어떻게 브랜딩 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그 경쟁씬 안의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매번 제공되는 신메뉴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곧 케이팝이 계속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케이팝의 소비자로서 머무르고, 잠시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결정적인 까닭은 ‘변하지 않는 것’들에 있다. 오늘의 구절에 나온 "케이팝의 청량"도 한 예이다. 그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 다를지언정, 어떤 "시기를 잘 포착"함으로써 생기는 노스탤지어는 언제나 그대로니까. 그리고 나는 그것을 너무 사랑해 마지않는다.

  지난해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 그룹 NCT WISH는 이 양가적인 속성을 설명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비단 내가 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마침내 도래한 청량의 시대(1장 중)"에 발맞춰 '소원을 이뤄주는 큐피드'라는 귀여운 콘셉트로 시작해, 별과 날개 같은 키치한 요소를 적극 활용한 감각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프로모션 등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주무대를 한정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활동한다는 점도 앞서 케이팝 시장의 확장과 연결된다. 하지만 SM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음악적 색채와 메인 그룹인 'NCT'의 정체성은 그대로 가져가고 있고, 이것이 코어 팬덤 형성에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팀의 프로듀서는 분명히 '변하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데뷔곡 <WISH>는 이 장점들이 가득 들어 있다. 으레 데뷔곡들이 그렇지만, 엄청난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멤버들의 생애주기와 가사(특히 오늘의 구절)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생기는 '노스탤지어'는 덤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소중하지만은 않다. NCT WISH는 책의 4장 「내 최애보다 지구가 핫해지고 있어」에서 다시 등장한다. 이들의 팬덤을 비롯한 대부분의 케이팝 팬들은 사랑하는 것에 자주 죄책감을 느낀다. 현재 케이팝 산업은 "과도한 음반 패키지로 기후 위기를 촉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굉장히 "소비지향적"이다. 좋은 음악과 무대를 보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해보고 싶은 마음, 응원하는 사람이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 그 순수한 마음들이 불편함과 모순으로 치환되는, 또한 그것을 온전히 소비자가 감내하는 기이함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여전히 할 말이 많지만, 절제도 정제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만 줄인다.

241003

SM한테 제공받은 건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가 맨날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