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수요 랩터뷰의 주인공은 화제의 인물입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9일 징계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은 김윤 서울대 교수입니다. 김윤 교수를 지난 11월 14일(화)에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Q. 교수님. 수요랩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사협회가 징계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이번 랩터뷰로 교수님 섭외를 '추진'했는데, 이리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징계 추진 소식에 대한 소감부터 여쭐게요.
A. 2020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의사협회가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발언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는데요. 그 일환이라고 봤습니다.
Q. 그런 시도라면 오히려 이번엔 실패한 것 같은데요. 저도 이번에 교수님이 그동안 쓰신 글들을 더 꼼꼼히 보게 되었고요. 이렇게 인터뷰도 시도하게 되었죠. 언론의 주목도 이전보다 많이 받고 계시잖아요.
A. 통상 의협이 이런 시도를 했을 때, 언론이 주목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런데 이번엔 의대 정원 증원 이슈가 맞물리면서 생각보다 많은 주목을 받은게 아닐까 싶어요. 아마 의협도 당황하지 않았을까요.
Q. 의사협회 보도자료를 보니 '의사 명예훼손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 징계 사유고, '의협을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한 것처럼 호도'하고 '밥그릇 지키기 등의 표현이 명예훼손'이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교수님을 비판하더군요.
A. 의협이 특정 집단을 대변한다는 것은 많이 나온 얘기이고, 저만 한 얘기도 아닙니다. 밥그릇 지키기와 같은 표현이 명예훼손인가요? 객관적 사실에 기초했는지는 따져보면 되는 일이고요.
Q. 아까 2020년에도 의협이 징계 추진하다가 철회한 적이 있었는데요. 살펴보니 그때 징계추진 사유는 교수님이 한 칼럼에서 '영국, 이탈리아와 같이 공공의료 발달한 나라보다 민간의료가 발달한 한국이 코로나에 잘 대응했다는 주장에 반박'하며 "전체 병상의 10%인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3/4을 수용했다"고 썼기 때문이었어요.
A. 사실을 제시한 것이 왜 명예훼손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3/4을 수용했다는 데이터를 당시 칼럼에서 처음 제시한 것이기도 했어요.
Q. 그럼 의대정원부터 다뤄보죠. 의협에선 세 가지 주장을 하더군요. 일단 현재도 의료서비스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되고 있고, 지금 문제가 되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가 증원으로 해결되지 않고, 의사 수 늘어나면 의료비가 폭증한다 등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좋은 의료접근성은 대도시 거주자, 경증환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의료취약지 입원화자의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1.3배 높고, 골든타임 놓쳐 사망할 가능성이 커지는 중증 응급환자가 연간 3만명이 넘습니다.
Q. 증원해봐야 소용없다는 문제 제기는요? 증원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도 하던데요.
A. 저는 의대정원 증원과 의료체계 개선을 함께 얘기하고 있는데요. 왜 의대 증원만으로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반론으로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저를 마치 '정원만 늘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레이블링(딱지 붙이기)을 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Q. 의료비 증가에 대한 우려는요?
A. 그건 개연성이 있죠. 우리나라는 연간 의료비 증가율이 10% 정도인데요. 18년간 의대 정원이 늘지 않았죠. 의사수도 OECD 평균보다 훨씬 낮고요. 의료비는 의사수와만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 복잡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기계적으로 연결할 일만은 아니고요. 지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무너지는 상황인데, 의료비 증가가 무서워 의사 수를 늘리지 말자고 할 순 없죠. 오히려 돈이 낭비되는 다른 곳에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Q. 교수님은 그동안 기형적인 의료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많이 하셨고요. 또한 시도별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이 참여하는 '필수의료기관 네트워크'를 만들어 상생과 협력의 '지역의료생태계'를 만들고, 늘어난 전공의와 교수를 네트워크에 참여한 병원이 함께 활용하는 체계, 대학병원은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동네 병원은 경환자를 진료하는 역할분담 체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셨는데요. 이 대안이 적절한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의료체계가 녹아내리고 있는 이 시점에 대안 논의를 더 이상 늦출 수 없음에도 잘 진전이 안 되는 느낌이에요.
A. 이런 문제 제기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영향력이 크다고 봅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의사협회가 그동안 주장해 오던 내용들이 제대로 검증되지가 않고요. 전문가들도 의사협회와 다른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언론도 제대로 검증할 만한 전문성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정책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문제가 바뀔 수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전문가들도 사회적 발언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해야하고, 언론의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고 봐요.
Q. 교수님 말씀 듣다보니, 정책 논의에서 당사자 집단, 이해관계자, 이익단체 등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하고 조정하고 제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네요. 특히 이해집단의 반대를 뚫고 나가야 하는 개혁은 정말 쉽지 않겠다는 우려도 하게 되고요. 공론화가 중요하단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A. 이익단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장치는 당연히 있어야죠. 중요한 것은 논의 과정의 투명성입니다. 논의 과정에서 이익집단이 비합리적인 주장을 한다면 신망을 잃을 것이고, 설득력이 있는 주장을 편다면 영향력을 얻겠죠. 앞으로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 논의에서도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인터뷰를 하기 하루 전인 13일에 정부는 전국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5년~2030년 입시의 의대 희망 증원 규모를 수요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발표는 돌연 연기됐다. 의사협회는 최근까지 '정부가 수요조사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강경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으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될까. 의대 정원 증원 이슈를 넘어 의료 개혁까지 논의는 진전될 수 있을까. '더 늦출 수 없는 논의'를 촉진하기 위해 싱크탱크는 무엇을 해야할까..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랩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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