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경우가 있잖아. 특별한 목적 없이 아이에게 뭘 사주고 싶거나 말을 거는 경우와 미수 범죄를 어떻게 구분해?
💬간단하고 분명해. 아동은 우리 사회 전체가 언제나 보호해야 할 대상이야. 아이가 정당한 보호자의 보호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누군가가 접근했다면, 실종·유괴·납치 관점으로 보는 게 맞지. 그 상태에서 개입·통제하려는 타인이 나타나면 곧바로 범죄 시도를 의심하고 조사해야 해.
🎙️보호 범위를 벗어난 상태? 💬보호자는 먼저 법률적 보호자인 부모·법정대리인, 또는 위임받은 교사·돌봄 인력이야. 이들 통제를 벗어난 아이가 무방비 상태에 놓인 상태에서 타인이 접근한다면 무조건 범죄를 의심할 필요가 있는 거지.
🎙️의심되면 조사한다?
💬응. 울산 유괴미수 사건을 예로 들어볼게. 60대 여성이 여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며 접근한 거잖아. 경찰이 그냥 봤을 땐, 60대 여성이 친할머니인지 이모인지, 옆집 이웃인지 모르잖아. 의문이 든다면 조사해서 60대 여성과 아이의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면 되지. 신고가 들어왔을 땐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서대문구 사건은 경찰이 뒤늦게 수사를 했잖아. 왜 그런 거야?
💬첫째는 유괴되지 않았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고, 둘째는 아이들이 정확한 정보를 기억하길 기대했단 점이지. ‘최초 아이들 진술 때문에 범죄 차량의 색깔과 차종에 혼선이 있었다’고 했거든.
🎙️피해 아동이 그걸 기억하는 게 가능한가?
💬아이들이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정확히 차종과 번호를 기억할 수 있겠어. 솔직히 어른도 당황하면 지나간 차가 SUV인지 세단인지 구분하기 어렵잖아. 최초 신고가 들어 왔을 때 경찰이 주변 CCTV를 더 철저하게 확인했어야 했다고 봐.
🎙️다크웹이 아동 유괴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단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봐?
💬영향이 전혀 없을 순 없지. 10·20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게 소위 새로운 매체, 온라인 플랫폼이잖아. 다크웹 같은 플랫폼에 노출될수록 아동 유괴와 성착취물을 올리는 일을 게임처럼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 올려도 처벌되지 않는 게 학습되면, 죄의식을 느끼는 것도 둔감해질 테고 말야.
🎙️아이들이 많이 보는 SNS나 유튜브는? 💬맞아. 포털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범행 방식 같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까. 언론과 달리 이런 플랫폼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제재하거나 책임을 묻기 어렵잖아. 폭력성이 높고 모방범죄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봐. 언론도 문제야.
🎙️언론은 왜? 어떤 점이?
💬너무 상세하게 범죄에 대해서 보도하잖아. 심지어 어떤 방송에선 범죄 상황을 재연 배우까지 써서 아주 상세하게 알리더라고? 자세한 수법·재연은 잠재적 범죄자들에겐 ‘범죄 과외’가 돼. 언론의 사회적인 교육 기능을 살리려면 예방 중심으로 보도하는 게 맞지.
🎙️등하굣길에 경찰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는 건 효과가 있을까? 💬경찰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그 인력은 어디서 오겠어. 다른 곳에서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학교 앞만 지킨다고 돼? 학원은 애들이 안 가? 결국 경찰이 범죄를 모두 잡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워.
🎙️CCTV를 더 많이 설치하는 건? 💬CCTV는 범죄를 예방하기보단, 주로 사후에 범인 검거율을 높이는 데 쓰이지. 아동 유괴는 사실 골든타임이 엄청 짧아. 24시간도 길지.
🎙️왜?
💬아이들은 잡히면 소리를 지르고 울잖아. 오래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지. 그래서 성인보단 납치된 후 더 빨리 살해되는 경향이 있어. 실시간으로 모든 CCTV를 보고 감시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는 덴 큰 효과가 없다고 봐야 해.
🎙️그럼 어떻게 해야 유괴 범죄를 막을 수 있어?
💬경찰은 아동 보호라는 큰 틀에서 ‘멍석’을 까는 역할이고 그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건 학부모 단체와 NGO 같은 지역사회, 커뮤니티야. 이를테면 지역 파출소를 합쳐서 지구대로 개편했잖아. 그러면서 경찰이 상주하지 않는 비어 있는 파출소들이 있거든. 거길 치안센터로 쓰면서 치안의 근거지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
🎙️거기서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데?
💬녹색어머니회나 퇴직한 경찰, 해병대 전우회 같은 훌륭한 인력들이 있잖아. 치안센터를 기지로 이분들이 함께 아동 보호에 나서면 좋을 것 같아. 이곳에 모여 있다가 수시로 순찰도 고, 아동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멀리 있는 지구대에 가지 않고 가까운 치안센터로 가서 도움을 청하는 거지. 전직 경찰관들은 경험도 살리고 일자리도 주고 일석이조지.
🎙️유괴 예방 교육은 충분하다고 봐? 💬주입식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막상 피해 상황에 놓일 때 무용지물이 되기도 쉽고. 그래서 실제 유괴 범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체험식으로 교육 방법을 바꿔야 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보다 교육 효과가 오래 지속되겠지.
🎙️호신용품은 도움이 될까? 💬아이들에게 호신용품은 급박한 상황에서 오히려 흉기가 돼서 아이들을 다치게 할 수 있어. 제대로 쓰기가 쉽지 않거든. 또 하나, 잘못하면 오히려 범죄자가 될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말이야?
💬자칫하다가 호신용품으로 범죄자를 살해할 수도 있잖아. 우리나라는 정당방위에 대한 개념이 좁고 까다롭거든. 자신을 방어하려다 자신이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의 소지가 있다는 걸 명심하고 신중히 써야 해.
🎙️당장 휘클러들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결국 목격자나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경찰은 범죄 사실조차 알 수 없어. 대부분의 범죄는 경찰이 스스로 인지하기보다 시민의 신고와 제보로 드러나거든. 그래서 예의주시하고 즉시 신고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야. 물론 경찰의 역할도 중요하지.
🎙️어떤 역할?
💬경찰이 지역사회와 격리돼선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시민이 경찰을 신뢰하지 않으면 신고도, 제보도 줄어들고 결국 범죄 해결도 막히게 돼. 그래서 경찰은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 시민과 함께하는 존재가 돼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