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그림책-동화는 애들이나 보는 수준 낮은 책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습니다. '네 수준에 맞게 동화나 봐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정신연령이 어리다는 식의 타박과 구박의 말을 하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그림책은 실수요자라고 할 아이들만큼이나 성인들도 찾고 있습니다. 그림책이 주는 순수함과 담백한 위로가 필요한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다만 정작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스낵컬처'라는 말처럼 대부분의 매체가 가볍고 일회성에 그치는 소비 패턴에 따라 제작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헛헛해지는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럴 때 책을 통해서 마음의 공백과 여백을 메우면 된다는 방법까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정보마저 과잉이어서 좋은 책을 보고 싶으면 그런 책을 추천해 주는 책을 찾아야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자료 하나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을 순례하고 언론사 아카이브를 뒤지며 고서점을 뒤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쳐나면서 오히려 정제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정보 과잉의 시대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책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판 시스템도 단순 축약되면서 2021년을 기점으로 출판사 수가 3배 이상 폭증했는데요. 더불어 검증되고 정제된 정보를 담은 양질의 책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매체의 발달로 책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마당에 외면할 요소만 늘어나고 있으니 책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 시절입니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 되고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쌓게 해주는 도구임을 아는데, 그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부해야만 할까요? 굳이 자기계발서나 유명인의 노하우를 찾지 않아도 쉽게 만나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그림책입니다. 로버트 풀검 Robert Fulgum이 35년 전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라고 그랬죠. 그 시절로 되돌아가 어린 마음을 보듬어 살피고 지혜를 전하던 그림책을 통해서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볼 수 있습니다. 위로와 위안을 얻고 덤으로 지혜까지 얻어갑니다. 그림책테라피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짧은 분량이어서 책을 펼치는 부담이 적으면서도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주 쉬운 언어로 우리의 삶을 직관적 또는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공감하게 됩니다. 때로는 추억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그림책의 기본 독자는 어린아이입니다. 지나치게 눈높이를 낮춰서 어른이 보기에 아쉬운 책도 분명히 있는데요, 이럴 때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참고할 수 있는 아주 짧은 가이드가 있다면 좋겠죠. 아이들이 봐도 좋지만 어른이 보면 더욱 좋을 그림책,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