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보면 더욱 좋을 그림책 추천 ⏳
vol.23   10월호   무크지   어른을 위한 그림책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이글랜차일드
과거, 그림책-동화는 애들이나 보는 수준 낮은 책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습니다. '네 수준에 맞게 동화나 봐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정신연령이 어리다는 식의 타박과 구박의 말을 하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그림책은 실수요자라고 할 아이들만큼이나 성인들도 찾고 있습니다. 그림책이 주는 순수함과 담백한 위로가 필요한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다만 정작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스낵컬처'라는 말처럼 대부분의 매체가 가볍고 일회성에 그치는 소비 패턴에 따라 제작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헛헛해지는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럴 때 책을 통해서 마음의 공백과 여백을 메우면 된다는 방법까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정보마저 과잉이어서 좋은 책을 보고 싶으면 그런 책을 추천해 주는 책을 찾아야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자료 하나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을 순례하고 언론사 아카이브를 뒤지며 고서점을 뒤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쳐나면서 오히려 정제된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정보 과잉의 시대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책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판 시스템도 단순 축약되면서 2021년을 기점으로 출판사 수가 3배 이상 폭증했는데요. 더불어 검증되고 정제된 정보를 담은 양질의 책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매체의 발달로 책을 접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마당에 외면할 요소만 늘어나고 있으니 책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 시절입니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 되고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쌓게 해주는 도구임을 아는데, 그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부해야만 할까요? 굳이 자기계발서나 유명인의 노하우를 찾지 않아도 쉽게 만나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그림책입니다. 로버트 풀검 Robert Fulgum이 35년 전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라고 그랬죠. 그 시절로 되돌아가 어린 마음을 보듬어 살피고 지혜를 전하던 그림책을 통해서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볼 수 있습니다. 위로와 위안을 얻고 덤으로 지혜까지 얻어갑니다. 그림책테라피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짧은 분량이어서 책을 펼치는 부담이 적으면서도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주 쉬운 언어로 우리의 삶을 직관적 또는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공감하게 됩니다. 때로는 추억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그림책의 기본 독자는 어린아이입니다. 지나치게 눈높이를 낮춰서 어른이 보기에 아쉬운 책도 분명히 있는데요, 이럴 때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 참고할 수 있는 아주 짧은 가이드가 있다면 좋겠죠. 아이들이 봐도 좋지만 어른이 보면 더욱 좋을 그림책,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번역서 - 유리 아이
Beatrice Alemagna

온몸이 유리로 이뤄진 소녀, 이 때문에 타인이 내 생각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녀가 불편합니다. 소녀의 관찰로 타인의 추악한 생각이 가감 없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이야기와 트레이싱 페이퍼로 보여 주는 아름다운 그림.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품.

Ziggy Hanaor, Benjamin Phillips
금요일 저녁식사를 위해 브루클린 시장을 누비는 소년과 할머니, 하지만 쇼핑이 쉽지 않습니다. 소년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납기만 합니다. 할머니에게는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Mariajo Ilustrajo
도심에서 길을 잃은 북극곰,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더니 다들 어딘가로 바쁘게 갑니다. 이 사람들도 저처럼 집으로 가는 길을 잃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까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곳인가 했더니 새카만 물을 사기 위한 줄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만 할까요.
번역서 - 도시에 물이 차올라요
Mariajo Ilustrajo
온 세상이 젖었습니다. 바닥에 물이 차오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아무도 관심 두지 않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는 사이 도시는 서서히 물에 잠겨 들었습니다. 이상기후에 관한 경각심을 경쾌하고 유쾌하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그림책.

엄마를 병문안 가던 네 남매, 우연히 들른 고대 로마 시대 궁전 같은 기묘한 호텔에 들어섰다가 마법에 걸립니다. 이 저주를 푸는 방법은 유일하게 마법에 걸리지 않은 막내가 3일간 어떤 것도 먹거나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둡고 불안하며 오싹함을 안겨주는 레비 핀돌프의 속된 말로 죽여주는 작품.

Tomi Ungerer
지구가 황폐해지자 모든 인간이 달로 탈주하고 홀로 남게 된 남자, 그에게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자가 있어서 가까스로 살아남습니다. 어느 날 달로 떠나지 못한 또 다른 이를 만나 편지를 건네받게 되는데……. 
시대의 거장 토미 웅거러의 유작.
Shaun Tan's
번역서 - 매미

인간은 결코 일을 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매미는 인간의 구박과 멸시를 받으며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성과 도둑질뿐입니다. 무려 17년간 되풀이되어온 일입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직장인이라면 100% 공감할 속 시원한 반전이 멋진 그림책.
번역서 -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숀탠의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15개의 단편을 모아 놓은 단편집. 숀 탠은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하지만 이 단편집에는 어느 정도 텍스트가 있습니다. 그러나 특유의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의 경계를 넘나드는 건 여전합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소외된 인간은 마치 보이지 않는 유령 취급받으며 상처받고 고독으로 쓰러지고 있습니다. 방 안에서 거대 앵무새와 대화하는 현대인은 우리의 자화상과 같습니다. 현재 우리의 삶은 이 땅의 그늘로 숨어든 동물들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줍니다. 현대의 그늘을 스물다섯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는 2020년 케이트 그리너웨이 수상작.

스팀펑크의 대가 숀 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역작.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128페이지의 방 대한 분량임에도 어느 하나 허투루 그리지 않은 환상적인 일러스트. 문득 가족이 그리워질 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
Emily Hughes
뉴욕의 많고 많은 미술관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작가만을 위한 미술관이 있으니 노구치 미술관입니다. 뉴욕이 사랑한 조각가 노구치 이사무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1, 2차 세계대전이라 순탄치 않은 인생사를 거친 그는 어디에서나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만 했는데요. 《The Snail》은 그의 삶을 88페이지의 분량으로 담은 전기 그림책입니다.
Rebecca Green, Larissa Theule

프란츠 카프카는 생전 몇 개의 단편만 발표했을 뿐이어서 현재 남아 있는 원고는 모두 미완성입니다. 이런 그가 생명력이 가득한 행복한 결말로 완결 지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바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단 한 명의 어린 독자를 위해 쓴 동화입니다. 인형을 잃어버린 소녀에게 들려주기 위해 3주 동안 매일 쓴 인형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Luke Adam Hawker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만나 일상이 변화하는 과정과 철학적 고찰을 담은 그림책. 작품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커다란 폭풍우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외부적 요인 외에도 감정에 충격을 주는 사건을 만나기도 합니다. 따뜻한 위로와 버틸 수 있는 사색의 힘을 주는 작품으로, 모든 걸 수작업으로 완성한 펜화 작품.
Coralie Bickford-Smith

패브릭으로 마감한 소장용 도서 Cloth Bound Edition를 디자인한 펭귄북스의 수석 북디자이너 Coralie Bickford-Smith의 데뷔작으로 '역대 어린이책 100'에 선정된 작품.


패브릭 소재의 북커버도 아름답지만 리소프린트 판화기법으로 제작한 화려한 그림과 위안을 안겨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백미입니다.

Nathalie Lété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별명을 가진 나탈리 레떼 Nathalie Lété의 유쾌한 작품세계를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감상할 수 있는 작품집.
원색과 채도가 낮은 탁색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독특한 화풍 때문에 대기업의 협업 요청이 끊이질 않는 개성 넘치는 그림들.
손에서 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폭신폭신한 질감의 패브릭 소재의 커버.
Sarah Jacoby
누구나 주의를 기울이고 꿈꾸듯 바라보는 것. 행복한 시간을 감성 어린 시어로 들려주는 기묘한 그림책. 텍스트와 그림이 상호보완적인 일반적인 그림책과 달리 별개의 스토리를 가지고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절묘하게 엮이는 독특한 구성.
Lisa Aisato, Haddy Njie, etc.
계절의 순환을 의인화한 詩, 현실과 환상이 경계에 걸친 감각적이고도 화려한 그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리사 아이사토가 싱어송라이터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친언니의 시에 그림을 더한, 두 사람의 협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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