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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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은 시려도 다가오는 연말과 새해로 마음은 따뜻해지는 12월.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던 유령이가 ‘나 홀로 집에’ 대신 선택한 작품이 있다는데?!
👻: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하는 희곡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를 소개해드릴게령~

▲ 희곡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 출처: goodreads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 
크리스마스 이브, 호화 여객선 ‘날로’에선 선상 파티가 준비되고 있어요. 이 파티에 은밀히 초대된 일곱 명의 일등칸 승객들은 특별한 크리스마스 전야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있죠.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선상 파티장에 일등칸 승객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이들을 파티에 초대한 선장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내요. 하지만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선장의 한 마디에 승객들은 얼어붙고 말죠.

술렁이는 승객들을 향해 선장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건네요. 갑작스레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들이 타고 있는 날로 호가 총알받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날로 호는 다른 배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환하게 불을 켠 채 항해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연이어 선장은 구조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칸 승객들과는 달리, 일등칸의 승객들은 모두 죽을 운명에 처해 있음을 전해요. 왜 우리만 죽어야 하냐는 그들의 반발에 선장은 그들이 각자 ‘일곱 개의 큰 죄악을 저지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일등칸 승객들은 그들 중 한 명의 제안으로 비밀을 말하는 게임을 시작해요. 그렇게 일곱 승객들은 가면을 벗듯이 평생 감춰왔던 비밀을 하나둘 드러내는데... (👻: 각자의 비밀을 말하는 게임이라니 영화 <완벽한 타인>이 생각나는데령? <완벽한 타인>의 원작이 궁금한 플로터는 여기 를 클릭하세령!) 그러던 도중 절망감이 감도는 갑판으로 삼등칸의 한 승객이 올라오는데요, 그는 갓난아이의 탄생을 축하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거였죠. 죽음을 앞둔 일등칸 승객들은 과연 생명의 탄생을 순순히 축복해주었을까요?

👻: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에 죽음과 탄생이 함께하다니 기분이 묘해령… 혹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건 아니겠지령?

▲ 스페인 내전 당시, 각 진영의 포스터
전쟁이 만들어낸 회피 문화 💣 
여기까지가 희곡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의 줄거리인데요, 이 희곡의 배경은 작가 알레한드로 카소나가 살았던 시대의 영향을 받았죠. 카소나가 살았던 시대에 스페인에서는 내전이 발생했어요. 1936년 2월, 선거에서 당선된 인민전선* 내각에 반대하는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군부가 반란을 일으켰거든요. 이후 프랑코 장군은 내전을 승리로 이끌죠. 그렇게 1939년을 기점으로 그의 길고 긴 독재정치가 시작돼요. 이 내전은 스페인 문학사에서 하나의 분기점으로 간주되곤 하죠. 상당수의 문인이 전쟁 중에 사망하거나 전쟁 직후 망명을 떠났거든요. 이로 인해 스페인 문학 분야도 폐허가 되고 말았다고.

*인민전선: 일반적으로 극좌와 중도좌파를 모두 포함하는 폭넓은 정치적 연합 또는 정당을 의미

독재자 프랑코는 국민이 체제에 대해 반감을 품지 않도록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게끔 노력하는데요. 정부에 대한 불만을 분산시키기 위해 스페인 국민에게 축구와 영화, 텔레비전을 제공하기 시작하죠. 내전에서 살아남은 스페인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숙청당하지 않기 위해 체제를 비판하는 대신 회피하는 문화를 만들어내요. 카소나의 작품도 이와 비슷했는데요, 당대 비평가들은 카소나가 현실 문제에 대한 고민을 외면하고 회피했다고 지적했죠. 그의 작품은 연극을 보는 사람들이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게 하는 내용이 아니라, 현실을 잊고 연극에 빠져들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고.

👻: 비평가들에게 비난받으면서도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쓴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나령?

▲ 알레한드로 카소나, 출처: goodreads
스페인이 가장 사랑한 극작가 💝
알레한드로 카소나의 원래 직업은 극작가가 아닌 교육자였어요.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관객으로 하는 아동극을 무대에 올렸고, 이것이 바로 그의 연극 활동의 시발점이었죠. 그러던 중 카소나는 민중극단의 단장을 맡게 되는데요, 이 극단은 연극 관람이 어려운 지방의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짧은 스페인 고전극을 선보이곤 했죠. 카소나는 지방의 관객들이 처음 접하는 연극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전극을 음악과 함께 재창작했어요.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건네는 감동 어린 반응은 카소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죠. 이처럼 카소나는 민중극단에서 활동하며 얻은 경험으로 극작가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 확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 잠깐! 아직 연극 <회색인간 프로젝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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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스페인 내전 기간, 인민전선을 지지하던 카소나는 숙청을 피하고자 망명을 떠나요. 그는 멕시코로 향했지만 정착하지 못한 채,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연극을 올리죠. 그러던 중 카소나는 자신의 대표작인 희곡 <봄에는 자살 금지><나무는 서서 죽는다>를 바탕으로 공연을 제작하는데요. 이는 그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어요. 카소나의 작품은 주제가 선명하고 명확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었거든요. 이는 그가 연극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연극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게다가 작품을 이루는 이야기 또한 직관적이고 동화처럼 전개되어, 비평가들과 달리 당시 대중들은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에 푹 빠졌죠.

👻: 대성공을 거둔 두 작품 중의 하나는 유령이도 본 적이 있어령~ 플로터들을 위해 소개해드릴게령!

▲ 좌: 희곡 <나무는 서서 죽는다>, 우: 희곡 <봄에는 자살 금지>
출처: goodreads
카소나가 만들어낸 동화같은 세계 🧚
1️⃣ 나무는 서서 죽는다
<나무는 서서 죽는다>는 카소나의 희곡 중 한국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인데요. 국내 다수의 극단이 이 희곡을 무대에 올렸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외로운 생활에 지친 마르타와 손자를 떠나보내고 슬픔에 젖은 발보아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돼요. 마르타와 발보아는 마지막 희망을 품은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죠.

사무실 소장은 이곳이 영혼을 치유하는 곳이라고 소개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환상을 제안해요. 바로 소장과 마르타가 각각 발보아 부부의 손자, 손자며느리 역할을 맡아 일주일간 가족이 되어 주겠다는 것! 이 작품은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인물들이 꿈과 환상을 통해 희망을 얻고, 삶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결말에서는 극의 제목인 ‘나무는 서서 죽는다’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알 수 있다고.

2️⃣ 봄에는 자살 금지
<봄에는 자살 금지> 역시 올해 봄,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 연극이에요. (👻: 유령이가 플로터들을 초대하기도 했어령~). 이 연극은 ‘자살자의 집’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시작되는데요. 자살자의 집을 배경으로 삶의 다양한 굴곡 앞에서 생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아름답고도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전하죠.

얼핏 보기에 ‘자살자의 집’은 자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장소를 준비해 놓고 자살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자살하도록 돕는 기관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사실 이 공간은 자살 시도를 통해 죽음을 가까이서 접해 보게만 할 뿐, 죽음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음을 깨닫게 하죠. 그리고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들이 ‘살자’라고 다짐하며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곳으로 그려진다고.

👻: 카소나의 작품은 한 편의 동화책을 보는 것 같아서 더욱 몰입하게 돼령! 이번에도 지만지드라마 편집자님께서 카소나의 대표적인 희곡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에 대한 칼럼을 남겨주셨어령~

💁: 스페인 민중은 1936년 내전 이후 긴 시간 독재에 시달렸습니다. 알레한드로 카소나의 연극은 지친 스페인 민중의 심신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의 연극에는 선한 인물들, 환상적인 무대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카소나가 그리는 결말에 관객들은 환호했습니다. <봄에는 자살 금지>와 마찬가지로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 역시 카소나의 이런 작품 성향을 잘 드러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선상 파티 분위기에 도취한 일등칸 승객들에게 갑자기 종말이 예고되었습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자 승객들은 감춰 두었던 비밀을 하나씩 털어놓습니다. 그렇게 승객들이 비밀을 털어놓을 때마다 무대에 절규가 울려 퍼집니다. 선장은 크리스마스 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일곱 번의 절규가 있을 거라고 모든 걸 아는 듯이 말합니다.

승객들의 비밀은 가톨릭에서 얘기하는 일곱 가지 근원적인 죄와도 관련 있어 보입니다. 교만, 탐욕, 시기, 분노, 음욕, 식탐, 나태. 우리도 매일 부지불식간에 조금씩 죄를 쌓으며 살아갑니다.

카소나는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끌어들여 특유의 유머 감각과 휴머니즘을 발휘해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어렵지 않게 전합니다.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 오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아요!

종말이 덮쳐 오고 있는 배에서 일등칸 승객들은 가면 벗기 게임을 시작합니다. 죽음이 다가오지 않았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죠.

죽음을 앞두게 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를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마디는 어떤 것인가요?

👻:  유령이 플로터의 생각을 듣고 싶어령!
문화인들 집중 💎
희곡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

언제나 동화 같은 이야기와 이상적인 결말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간 극작가 알레한드로 카소나. 과연 희곡 <바다 위 일곱 번의 절규> 이야기는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또, 죽음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일등칸 승객들은 게임을 하며 순순히 마지막을 맞이했을까요? 카소나가 그린 크리스마스 이브의 동화 같은 풍경이 궁금하다면, 지만지드라마의 희곡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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