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벌써 COLLECT의 마지막 이야기를 할 시간이 왔네요. 항상 그 달의 주제를 정할 땐 어떤 내용들로 이 주제가 채워질까 기대를 하면서 시작하는데,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 되면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쉬워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달이 되면 또 새로운 주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하는 것 같고요.

이번 주는 그동안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뉴스레터를 전해드리게 되었어요. 일본의 리테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시게 될 새로운 에디터 '이벳'님과 지난달 첫인사를 드린 '예린'님이 COLLECT라는 주제로 이어온 뉴스레터의 마지막 한 땀을 채워주시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니츠에서 전해드리지 못했던 해외 사례들도 만나보고, 이미 소개했던 장소이지만 그 안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팝업과 신설된 공간들을 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들을 통해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좌) 민음사 (우) 幻冬舎

시모키타자와는 콜렉트 공간들의 집합체인데, 그중에서도 시모키타 감성을 잘 표현하는 빈티지 의류숍계의 터줏대감인 'Garage Department'와 새로운 공간인 'Reload의 머스타드 호텔', 그리고 '보너스 트랙의 핫코 디파트먼트'를 소개합니다. 

팝업스토어는 단기간 동안 브랜드의 색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들을 만나며 브랜드의 매력을 어필하고 새로운 정보를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팝업의 인상을 강화시키고 기억을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서 체험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공간을 기획하는 경우는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중요 포인트는 역시 본질을 담은 ‘좋은 콘텐츠’일 것입니다.

이처럼 매력적인 브랜드에게서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고 경험을 위한 공간을 꾸려내는 곳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렌트 PROJECT RENT (이하 R)’입니다. R은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멘트앤코 FILAMENT&CO가 운영하는 곳으로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입니다. 말 그대로 브랜드의 홍보를 위한 단기 임대 공간인데요. 렌트 뿐 아니라 팝업을 위한 공간 기획과 운영도 필요에 따라 도맡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스토리’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한 공간 안에 하나의 브랜드만 입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잠재력 있는 브랜드를 세상에 소개하고, 좋은 콘텐츠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소명’이라는 최원석 대표의 가치관이 인상적입니다. 성수에 있던 기존 R의 공간은 화이트 큐브를 연상시키는 박스 형태의 소규모 공간이었지만 이번에 오픈한 성수점은 3층짜리 건물입니다. ‘가나 초콜릿 하우스’팝업을 통해 R의 공간 기획을 엿보고, 소비자 경험 관점에서 들여다본 것은 무엇이었는지 소개합니다.

맛보고 찍고 느끼고,

초콜릿을 경험하는 다양한 시간

‘가나 초콜릿 하우스’

성수동 카페거리를 지나 뚝도 청춘 시장을 따라 걷다 보면 핫플레이스와 올드타운을 넘나드는 성수 골목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겨운 성수의 골목길에서 흰 벽돌로 된 3층짜리 건물이 보입니다. 공간 컨셉의 모티브가 된 17세기 런던의 초콜릿 하우스 모습이 외관에서부터 풍겨져 나옵니다. 과거의 초콜릿 하우스는 상류층만이 즐기던 사교모임이 이루어지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 가나 초콜릿 하우스는 모두가 초콜릿을 즐기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개방적인 공간으로 꾸며냈습니다.

건물의 정면에서 마주한 첫 인상의 판타지는 들어가는 순간 강화됩니다. 유러피안 빈티지 스타일로 꾸몄다던 인테리어가 분위기를 사로잡습니다. 문을 열자 마자 보이는 굿즈 매대는 시대감을 더욱 자극합니다. SNS에서 가장 많이 보이던 초콜릿 벽도 눈에 띕니다.

조명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진한 우드톤의 쇼케이스와 실내 인테리어가 유럽의 오래된 초콜릿 가게를 연상시킵니다. 그 뒤로는 디저트 페어링 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칸막이는 없지만 안쪽이 더 어둡고 참여 인원들은 등을 지고 있어 프라이빗 한 공간을 유리창을 통해 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1층 반대편에는 카페 공간이 있습니다. 넓은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많을 걸 예상해 스탠딩 테이블도 마련하고, 야외 테이블도 마련하는 등 공간 확보를 해둔 것이 보입니다.

가나 팝업 시즌동안만 만나볼 수 있는 굿즈들

디저트 페어링 바 진행 공간

INSIDE CORNER  

대리체험 / 경험 포인트 확대하기

☑️ 유익한 재미, 초콜릿 상식 한 조각 _ DIY 초콜릿 클래스

DIY 클래스는 디저트 페어링 바와 마찬가지로 체험형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전문 쇼콜라티에 강사님 두 분과 바크 초콜릿을 만들고 초콜릿 관련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층에 위치한 DIY 프로그램 공간은 용도에 맞게 알차게 꾸며졌습니다. 한 쪽에는 가벽 역할을 하는 타공판에 투명한 디스펜서들을 꽂아 바크 초콜릿의 토핑을 전시했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벽면에는 발효된 카카오 빈이 담긴 글라스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자수가 새겨진 앤티크 한 앞치마가 준비되어 있고, 주머니에는 카드가 꽂혀있습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골든 티켓을 연상시키는 메시지 카드였습니다. 초콜릿을 포장하는 패키지까지 세트로 맞아떨어졌는데요. 제작된 소품을 보니 프로그램과 팝업의 톤 앤 매너가 딱 맞다고 느껴졌습니다.

초콜릿이 굳는 동안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며 초콜릿에 얽힌 상식과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발효 카카오빈을 맛보고, 가공된 카카오 추출물들을 직접 만져봅니다. 한편 초콜릿 스토리 중 이곳의 모티브가 된 17세기 런던의 초콜릿 하우스에 대한 설명도 추가된다면 최소 클래스를 들었던 고객들은 좀 더 폭넓은 시야로 시간을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디테일한 소품들은 가나 팝업 안의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었고, 기본적인 콘텐츠가 알차서 클래스가 성의 있게 준비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SPACE CORNER

공간 포인트 확인하기

☑️ 만족도 100% 인생네컷st _ 가나 포토부스

2층 정면에는 거대한 초콜릿 모형을 배경으로 즉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가 있습니다. 사진은 저렴한 가격에 흑백, 컬러 색깔 선택 및 프레임 설정이 가능했는데요. 모형의 위치는 사진이 안정적으로 잘 나오는 구도였습니다. 굿즈를 제외하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기념할 무엇인가가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 포토부스의 위치와 포토존이 카페 이용 고객들과의 동선에 크게 겹치지 않게 구성한 배치도 돋보였습니다. 포토부스 아이디어는 어딜 가나 기록하고 기념하기 좋아하는 MZ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 1층의 작은 체험들 _ 가나 캡슐 뽑기와 카카오빈 맛보기 존

영수증을 코인으로 교환하면 정문 옆 가나 캡슐 뽑기 기계에서 캡슐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DIY 클래스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소품 하나 대충 만든 것이 없습니다. 디자인적인 만족감을 많이 주는 팝업이네요. 문구점 앞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뽑기 기계를 이곳에서 보니 재밌습니다. 캡슐에는 가나의 제품이 쓰여 있습니다.

카카오빈을 맛볼 수 있는 작은 상자도 있습니다. 카카오 닙스를 벗겨서 설탕과 함께 먹어봅니다. 가공되기 전의 카카오 빈을 맛보고 향을 느껴보는 체험은 초콜릿을 다채롭게 경험해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한편 이곳은 체험의 효용보다 차지하는 공간의 규모가 작다고 느껴졌는데요.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강조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가나 초콜릿 하우스를 거닐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콘텐츠는 다양하고 많은데 그 구성이 부담스럽고 무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음료와 디저트를 맛보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중점으로 두고 그 외의 것을 꾸려나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덕에 여러 요소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와 공간 분배가 체류 시간을 늘어나게 했습니다.

1층에서는 콘셉트에 충실한 인테리어와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 한 디저트를 즐기면서 얻는 만족감이 컸습니다. 또한 모든 메뉴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해 주시는 카페 직원분들의 애티튜드도 돋보였습니다. 판매를 하지는 않았지만 틈틈이 전시해 둔 제품 ‘가나 앙상블’이 종종 보였는데요. 작년 가나 초콜릿은 가나 앙상블을 ‘디저트로서의 초콜릿’ 콘셉트로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로 나아가려는 방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된 가나 초콜릿 하우스는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메시지 전달이 잘 된 팝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현석 셰프의 초이닷 _ 몽블랑

  

이번엔 브랜드의 가치관과 로컬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곳입니다. 인천 중구 개항로 거리에 새로 생긴 공간인데요. 개항로 거리는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이 기존 공장 건물을 개조하여 개성 있는 골목으로 변모한 것처럼 도시 재생 사업을 기반으로 기획된 곳입니다. 그래서 주로 업사이클링 콘셉트의 공간이 많이 보입니다. 노포와 구옥의 고유한 시대성이 살아있는 동시에 레트로한 분위기의 카페, 식당, 리테일 숍 등 개인의 취향과 가치가 진하게 녹아있는 가게들이 함께 모여있습니다.

얼마 전 이곳에 3층짜리 작은 백화점 ‘개항백화’가 오픈했습니다. ‘개항로 프로젝트’가 기획한 새로운 공간입니다. 가정 주택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70-80년대의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문을 떼어내 간판으로 만드는 등 기존의 것을 필요에 의해 조립하여 재탄생시켰습니다. 또 개항백화는 이러한 개조의 과정을 오픈 전부터 실제 건물이 지니고 있던 이야기와 함께 SNS를 통해 자세히 공유하면서 공간의 스토리를 쌓았습니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2층부터 공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존 가정집의 형태와 소품 등을 살려서 개조한 인상이 가득합니다. 진주알처럼 영롱한 샹들리에와 노란색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서 레트로한 감성이 뿜어져 나옵니다. 어린 시절 놀러 가 봤던 친구네 집 거실이 연상되기도 하고, 식물을 빽빽하게 들여놓은 발코니는 정겹게 느껴집니다. 노란색 책장과 테이블이 함께 있는 로비에서는 책을 구경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약속시간까지 앉아서 친구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개항백화는 ‘백가지의 물건을 팔지는 않지만 백가지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곳입니다. 입점한 가게들을 둘러보다 보면 그 말에 절로 공감하게 되는데요. 이곳에 모인 가게들에는 주인의 가치관과 취향,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 보틀 숍 및 그로서리 스토어인 ‘포트 포인트 (Port Point)’는 개인적 취향으로 점철된 개성 있는 방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주인의 미적 취향과 와인에 대한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인데요. 이곳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합니다.

시향을 위한 공간인 니치 향수 숍 ‘발로(BALLO)’는 어딘가에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습니다. 이곳을 찾아 들어가면 그들만의 시선으로 해석한 향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국내에서 시향 하기 어려운 향도 이곳에서는 직접 맡아볼 수 있고, 원하는 향은 시향 카드로 받아 갈 수 있습니다. 이곳의 온ㆍ오프라인 공간은 향에 대한 이야기나 감상을 나누기 좋아하는 분들에게 더없이 열린 곳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조명하는 BALLO는 후각적 취향을 탐미하는 사람들과 향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공유하길 바랍니다.

두 가게뿐 아니라 앞으로 아포가토 카페, 반려견을 위한 스튜디오 등 총 6개의 가게들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각기 다른 성격의 가게들이 한데 모여있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은 문화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설계된 동선을 통해 서로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이처럼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는 개항백화의 정체성을 백화점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고객이 오래도록 머무르면서 소비하길 바라는 일반 백화점과는 달리 이곳은 B/A 30M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사람들이 약속 전후 30분 동안 잠깐 기다리거나 머물렀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입니다. 더불어 ‘개항로에서 일어나는 백가지 변화와 문화의 결합’이라는 가치는 ‘백화’의 의미를 새롭게 창조한 것처럼 보입니다. 오픈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방문한 개항백화는 곧 만나게 될 가게들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다양한 개인의 문화와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갈지 궁금해집니다.

Corner TMI

☑️ @p.ortpoint 와인보틀샵 포트포인트의 자체제작 선물박스를 인스타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매장 내 시음 가능한 테이블은 두 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