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하이퍼인플레 #쿠팡 #디폴트
2022.3.4 (금)
기어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여러 나라들로부터 경제적 총공세에 시달리면서 결국 비상사태를 맞고 말았는데요, 특히 ‘금융 핵무기’로 까지 불리는 강력한 조치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차단’이라는 카드는 러시아 경제에 결정타를 날린 듯합니다. 전 세계 은행들의 송금 시스템인 ‘스위프트’가 없으면 사실상 국경을 넘어 송금 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지거든요.
금융 핵무기를 얻어맞은 뒤 역사책이나 경제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러시아, 과연 어떤 모습인지 한번 정리해볼게요.


화폐가치 급락 : 우리 돈 믿어도 돼?

세계 금융 시장에서 고립되기 시작하자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의 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어요. 전쟁 직전보다 20% 이상 폭락했는데요, 당연히 그랬겠죠. 루블은 러시아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고, 그만큼 러시아가 큰 나라라서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 건데, 지금 그 나라가 국제적 왕따가 돼가고 있으니까요.


러시아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 현금 자산으로 루블화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갑자기 앉아서 손해를 보는 꼴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루블 대신 가치가 안정적인 미국 달러를 사서 가지고 있는 거죠.


뱅크런 : 은행도 못 믿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루블화 대신 달러를 인출하기 위해 은행이나 현금 인출기로 몰려들었어요. 달러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 거예요. 실제로 2월 말 러시아 곳곳에선 은행이나 현금인출기, 환전소에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대요. 일종의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한 거죠.


원래 뱅크런이란 말은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거나 은행이 망해서 예금을 못 돌려줄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면 고객들이 우르르 예금 인출에 나서는 사태를 뜻해요. 그런데 이번엔 이 현상이 ‘달러 사재기’와 함께 일어난 셈이에요.

하지만 안 그래도 돈줄이 막혀가는 러시아 정부가 달러를 가만히 둘리가 없죠. 곧 외화 통제에 나서서 일반인이 달러를 대량으로 구하기는 어렵게 된 거예요. 막상 거래가 가능한 달러가 시중에 있어도 불과 1주일 전보다 50%는 더 비싼 값에 사야 하고, 그마저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해요.

비트코인이 더 낫겠어
달러 다음 대안으로 떠올릴 만한 건 ‘금’이에요. 비교적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자산이죠. 하지만 금은 무거운 금속을 실물로 가지고 있어야하고, 실제로 금방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러시아 국민이 달러 대신 찾은 대안은 비트코인인 것 같아요. 비트코인도 변동성이 높긴 하지만, 당장 루블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러시아의 스위프트 차단 소식이 알려진 후에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10% 이상 급등하기도 했고, 어제(3일) 오후 기준으로 1주일 전보다 20%가량 오른 상태를 유지했어요.
미국과 유럽연합은 아예 러시아인이나 러시아 기관이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해요. 어쨌든 사재기 대상으로 떠오른 달러, 금, 비트코인은 모두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 됐어요.

기준금리가 20%?
국제 송금망인 스위프트에서 차단당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당연히 송금을 하는 곳인 은행이겠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러시아 은행들은 순식간에 도산 위기를 맞게 됐어요.
불안한 금융 시장을 안정화하고 은행들이 망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시작한 이유예요. 일단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걱정할 것 없다”는 성명을 냈고, 이어서 불안한 증시가 며칠 동안 쉬어가도록 조치했어요.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엄청나게 올린 거예요. 금리(=이자율)를 인위적으로 올려서라도 돈의 가치를 높여보려 한 거죠.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현재 1.25% 수준인데요, 러시아 금리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가늠해 볼 수 있어요.

하이퍼 인플레이션 : 다가오는 위기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 뒤따라오는 건 물가 급등이에요. 돈의 가치가 떨어졌으니 물건을 살 때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는 건 당연하겠죠. 이미 러시아에선 일부 물품들의 가격이 10~30%쯤 올랐대요. 아직 일상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는데, 앞으로 루블 가치 하락이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직면할지도 몰라요.

하이퍼 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세(인플레이션)가 너무 심각해서 수습할 수 없는 수준일 때 쓰는 경제 용어에요. 보통 한 달 사이에 물가가 50% 이상 뛰어버리면 이렇게 부른대요. 이 계산대로면 50일 정도 지날 때마다 물가는 2배가 돼요. 100일이면 4배, 1년 동안 계속되면 100배가 뛰는 셈이죠. 2만원짜리 치킨을 200만원에 사 먹게 된다는 거예요. 정말 ‘최악’이라고 부를 만하죠.
‘에이 설마’ 싶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꽤 있었어요. 가장 최근 사례로는 베네수엘라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유명하죠. 2018년 한 해 동안 베네수엘라의 물가는 무려 650배 이상 뛰었다고 해요.

국채 가치 폭락 : 하루아침에 반값
지난달 말에 러시아 국채 가격은 불과 하루 만에 50% 이상 폭락했어요. 국채는 한 나라의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에요. 채권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도 발행할 수 있는데요,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차용증’이라고 볼 수 있죠. ‘채권자’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바로 돈을 빌려주고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거예요.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빌린 사람은 빚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가 되죠.
결국 국채는 살림을 하기 위해 국가가 낸 빚인 거예요. 국민에게 걷는 세금과 함께 중요한 국가 재원이죠. 국채는 나라가 원금과 이자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발행하는 ‘회사채’ 등 다른 채권들보다 안정성이 높아요. 안전한 만큼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죠. 물론 국가 경제 수준이 낮은 일부 후진국에서 발행한 채권의 경우는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러시아는 이번 사태로 국가 신용도가 급격히 하락해서 국채 가치가 하루 만에 반 토막 난 거예요. 이제 러시아는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어요. 점점 돈이 부족해진다는 뜻이에요.

결국 국가 부도까지?
최근에는 러시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국가 부도 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어요. 정부 자금줄이 말라가는 데다, 국제 송금망(SWIFT)을 쓸 수 없는 러시아 기업들은 수출·수입까지 못하게 됐으니 이런 시각마저 등장한 거죠.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는 유럽 등 다른 나라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커요. 러시아에 돈을 빌려주고 국채를 보유 중인 기업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으니까요. 해외 금융기관이 소유한 러시아 관련 채권 규모는 약 1210억 달러(약 146조원)에 이른다고 해요. 이렇게 큰돈이 모두 러시아의 빚이라고 보면 되는데, 떼일 위험에 처한 셈이에요.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경제적 현상들을 경험하게 만든 전쟁, 이 사태를 일으킨 러시아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과연 갑작스러운 대형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러시아를 향한 경제적 폭격이 계속되고 있는 한 결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 3줄 요약 ★
① 세계 주요국들이 각종 경제 제재와 함께 러시아를 국제 송금망(SWIFT)에서 차단하는 결정까지 내리자 러시아가 경제적 위기에 처했음.

②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며 루블화 가치 폭락, 뱅크런, 달러·비트코인 사재기, 국채 가격 급락이 발생했고 러시아 정부는 다급히 기준금리를 20%로 두배 이상 올리는 등 극단적인 조치로 대응하고 있음. 

③ 하지만 '금융 핵무기'로 불릴 만큼 강력한 경제 제재인 SWIFT 배제는 러시아 은행과 기업들을 위기로 몰아 넣고 정부의 돈줄까지 막는 조치여서 러시아가 국가 부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등장하기 시작. 

미국 기준금리, 딱 예상대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거 같아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너무 빨리 올리면 주식 등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수준이죠. 그 때문일까요. 전쟁과 유가 폭등 같은 악재에도 엊그제(2일) 미국 주가지수는 상승했어요.

서울 아파트 더 높아진대요
이제 서울에 35층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어요. 지금까진 무분별한 고층빌딩이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주거용 건물은 35층 이하로만 건설할 수 있었는데요. 서울시가 이 규제 때문에 오히려 너무 획일화된 경관이 만들어졌다며 35층 기준을 없애기로 했어요. 또 구역별로 주거지역, 상업지역, 녹지지역 등 땅의 용도를 정해 건물 높이 등을 제한하던 규제도 개편해 나가기로 했어요.

내 소득은 그대로인데
지난해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그 전 2년 동안 감소하던 소득이 반등하면서 최초로 3만5000달러(약 4200만원)를 넘은 건데요.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소득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도 있어요. 작년에는 원화가치가 상승했었기 때문에 달러로 환산하면 더 늘어났던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거죠. 또 물가 상승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소득은 늘어나지 않은 거란 얘기도 있어요.

쿠팡, 매출도 적자도 1등
쿠팡이 작년에 2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어요. 14조원이었던 2020년보다 54%가 증가하며 고성장을 이어갔는데요. 결국 창업 12년 만에 이마트를 제치고 매출 기준으로 국내 1위 유통기업이 됐어요. 하지만 적자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1년 간 쌓인 적자만 1조8000억원이라 합니다. 누적으로는 6조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유료 회원제 가입자만 어느새 900만명을 넘겼지만, 창사 이래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이라는 꼬리표는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폴트가 뭐야? (feat. 모라토리엄)

 

러시아가 ‘디폴트(Default)’를 선언할 수 있다는 예상이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디폴트는 채무불이행, 그러니까 빚을 못 갚는 걸 말해요. 빚을 아예 못 갚으면 부도가 나겠죠. 결국 디폴트는 부도 사태와 같은 말처럼 쓰는 용어예요. 보통 파급력이 큰 국가 규모의 부도에 쓰긴 하지만 기업이나 개인이 빚을 갚지 못한 경우도 이 말을 쓸 수 있어요.

 

한 나라가 디폴트를 선언해 버리면 주변국까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 나라 국채나 기업에 투자한 정부·기업들이 줄줄이 큰 손해를 보게 되고, 무역 등으로 관계를 맺고 있던 기업들도 곤란해지죠.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나라가 디폴트 위기를 맞으면 주변국 등 타국에서 지원을 해주기도 해요. 나라가 부도를 내다니... 상상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이런 일은 꽤 벌어졌어요.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때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고, 그리스도 2015년 디폴트를 선언할 뻔 했지만 주변 유럽 국가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어요.

최근에도 국가 부도를 선언한 나라는 있어요. 2017년에는 베네수엘라가, 2020년에는 레바논이 디폴트를 선언하기도 했어요.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로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이 있어요. 디폴트는 아예 갚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걸 말한다면, 모라토리엄은 ‘지금은 돈 없어서 못 갚아’ 정도인 채무 지급 유예를 말해요. 최소한 나중에 갚을 의지는 있으니까 디폴트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당장 빚을 못 갚는다는 면에서는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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