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기자도 크리에이터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에디터 장희수입니다.


최근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과 방송에 로이터연구소 <2022년 저널리즘, 미디어, 그리고 테크놀로지 트렌드 및 예측> 보고서를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는데요.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퍽 뉴스(Puck News)라는 언론 스타트업이 참 신선하고 매력적인 경영구조를 가진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하고 싶었어요. “기자들을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처럼 취급한다!”는 접근방식이 어거스트가 지향하는 방향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하는데요. 작년에 700만 달러(한화 약 85억 원)를 투자받으며 등장한 스타 기자들의 기획사, 퍽 뉴스에 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장희수
오랜만에 어거스트에 놀러온 에디터입니다 🧚
오늘의 이야기
1. 스타 기자들의 기획사, 퍽 뉴스
2. 기자도 인플루언서가 돼야 하는 이유
3. 퍽 뉴스의 매력과 미래 전망
4.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링크 모음
💃 스타 기자들의 기획사, 퍽 뉴스
(출처: 퍽 뉴스)

미국의 언론 스타트업인 퍽 뉴스(Puck News)의 사명은 간단합니다. “미국 내 권력의 중심지 네 곳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문가들이 다뤄준다.” 퍽 뉴스가 다루는 미국 내 권력의 중심지 네 곳은 바로 실리콘밸리, 헐리우드, 워싱턴, 그리고 월스트리트입니다. 정치, 스포츠, 테크 등 기존 언론사들이 뉴스를 구분하는 체계를 따르지 않은 점이 신선하고 똑똑하게 느껴졌습니다. 퍽 뉴스가 다루는 네 곳은 물리적인 지명인 동시에 또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권력, 명예, 돈이 모이기 때문에 가장 흥미로운 얘기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죠. 


퍽 뉴스의 특이한 점은 이뿐만 아닙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설립자나 최고경영자가 주목받기 마련이지만, 퍽 뉴스는 오히려 영입된 스타 작가들이 더 주목을 받는 구조거든요. 연예인 기획사나 MCN(다중채널네트워크, aka 인플루언서 기획사)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죠. 실제로도 CEO인 존 켈리(Jon Kelly)가 인터뷰에서 회사를 설립한 배경에 관해 ‘기자들이 살아남으려면 이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퍽 뉴스의 가장 큰 자산은 퍽 뉴스에 기고하는 스타 기자들입니다. 실리콘밸리, 헐리우드, 워싱턴, 월스트리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아무나 알 수 있다면, 사람들은 별로 궁금해하지 않을 텐데요. 이 곳들에서 오래 전부터 일해오면서 인맥과 노하우를 쌓아온 베태랑 기자들이 전달해주는 산업의 가장 은밀한 얘기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그래서 퍽 뉴스는 스타 기자들에 가장 공을 들입니다. 퍽 뉴스의 첫 화면에 기고 기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퍽 뉴스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스타 기자 목록 (출처: 퍽 뉴스)
🕺 기자도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는 이유

종이신문 시대에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하나의 책자로 된 뉴스를 받아보았습니다. 1면에는 언론사의 이름이 크게 박혀있고, 그 아래 기자와 편집인들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가장 중요한 뉴스기사가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죠. 그리고 뉴스기사의 중요도에 따라 2면, 3면, 4면으로 다양한 뉴스가 이어지고 국제/금융/경제면, 사설/오피니언까지로 구성되어, 구독자들은 잘 포장된 뉴스 꾸러미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누가 뉴스를 종이신문으로 봐요… 언론진흥재단의 2021 언론수용자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의 정기구독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24.8%에서 4.8%로 낮아졌습니다. 심지어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동안 종이신문을 읽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20대는 2.0%에 그쳤어요. 어마어마하죠. 같은 질문에 50대는 14.1%로 대답했으니, 세대 차도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전국민의 70%가 종이신문을 구독하던 90년대를 생각하면 종이신문은 이제 인터넷과 TV로 거의 대체된 듯해요 (안 믿으실까봐, 96년도에 70%였다는 증거). 

요즘 누가 종이신문 읽어요…. 정기구독률 4.8%의 시대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언론수용자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세대를 막론하고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입니다. 온라인 뉴스를 읽는 경험은 당연히 종이신문에서 뉴스를 접하는 경험과 많이 다른데요. 뉴스 읽기가 온라인으로 많이 옮겨져 가면서 언론사 이름은 굉장히 작아졌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와 검색엔진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대개 읽은 뉴스가 어느 언론사에서 배포한 뉴스인지 기억하지 못했는데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뉴스를 읽었거나, 검색을 하다가 원하는 뉴스를 검색결과에서 바로바로 읽었을 경우, 뉴스 내용은 기억해도 언론사 이름은 가물가물한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인터넷(모바일+PC)가 80%에 육박…!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하지만 우리는 신기하게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좋아하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는 기가 막히게 기억합니다. 어제 어느 인플루언서가 이런 내용의 영상을 올렸었는지, 어느 화장품을 어느 인플루언서가 사용했는지를 기억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또, 유투브를 이용하는 이유는 유투브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유투브에 있는 어느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계속 구독하기 위해서죠. 비슷한 종류의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이나 틱톡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천에서 수만, 수십만 명까지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매크로 인플루언서,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브랜드 파워가 어마어마하죠. 유튜브에서만 활동하다가 틱톡 계정을 새로 열어도 유튜브의 구독자들 중 많은 수가 틱톡에서도 그 인플루언서를 따르기 시작할만큼, 인플루언서는 채널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zoe님의 어거스트 뉴스레터를 봐주세요 🧚


바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이러한 특성을 언론산업에 끌고 온 것이 퍽 뉴스의 아이디어였습니다. 퍽 뉴스의 자사 소개를 읽어보면, “기자도 크리에이터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퍽 뉴스의 자사소개에서 각각의 스타 기자들을 영입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는데, CEO가 이미 어느 정도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 작가들과 베테랑 기자들을 영입해서 언론사를 꾸린 점을 알 수 있어요. 구독자들은 100달러의 연회비로 뉴스레터, 기자들의 개인적인 이메일, 팟캐스트, 인터뷰 등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고, 이 연회비의 두 배 이상인 250달러의 연회비를 지불하면 기자들과의 비공개 회의나 만남에 초대받을 권한을 얻게 됩니다. 기자들의 스타성에 기반한 구독 모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죠.


퍽 뉴스의 비즈니스 모델도 기존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상당히 다릅니다. 이 스타 기자들은 퍽 뉴스의 주식을 나눠갖고, 자신들의 콘텐츠가 영입하는 구독자와 광고료에 따라 보너스를 받거든요. 창작자 개인이 플랫폼에서 자신의 콘텐츠와 많은 수의 팬/팔로워를 토대로 광고, 구독료 등의 이익을 얻는 경영 구조를 창작자 경제 (혹은 크리에이터 경제)라고 하는데, 퍽 뉴스가 이러한 경영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죠. 유튜버, 인스타그램, 틱톡 인플루언서들처럼요. 퍽 뉴스가 인플루언서 산업의 경영 구조였던 창작자 경제를 언론 산업으로 끌고 들어온 셈입니다. 기자들도 이제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시대가 온 거죠. 

🧚 며칠 전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zoe님의 어거스트 뉴스레터를 놓치셨다면 여기 🧚

돈을 더 내신다면 당신의 스타를 만날 수 있게 해줄게요 (출처: 퍽 뉴스)

🤟 퍽 뉴스의 매력과 미래 전망

다른 언론사들과 차별되는 퍽 뉴스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해요.

🧚  퍽 뉴스라는 언론사 한 곳에 연회비를 내면 각 분야의 베테랑 기자들이 보내주는 글을 받아볼 수 있다 (편리성)

🧚  심지어 이들이 다루는 기사는 세계의 돈과 권력이 모이는 곳들에 관한 은밀한 얘기들이다 (높은 흥미성)

🧚 스타 기자들은 딱딱한 기사 형식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문체를 쓰며, 마치 산업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정보의 배타성)


기자들 개인의 스타성에 기대는 비즈니스 모델인만큼 이들의 콘텐츠에 기꺼이 돈을 지속적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잠재 구독자가 얼마나 있을지가 아마 퍽 뉴스의 관건일 것입니다. 하지만 퍽 뉴스와 같이 구독자에 기반한 수익 모델에 의지하는 언론사의 등장은 구독자가 점점 언론산업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데요. 실제로 2022 로이터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설문조사한 여러 나라의 상업 언론사 중 80%가 구독을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라 답했어요. 


제가 퍽 뉴스의 경영 구조가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은 어거스트와 상당히 닮아있는 점입니다. 어거스트도 뉴스레터 초창기의 설립 멤버들이 미디어 산업 내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새로운 멤버들을 한 명씩 영입하면서 지금의 어거스트가 된 것이었거든요.


각자의 본업을 가지고 있는 에디터들이 어거스트라는 우산 아래 모여 자신의 개성을 담은 글을 내보내는 뉴스레터인만큼, 각 멤버들이 서로 다른 협업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며 흩어졌다 모였다(?)를 하는데요(🧚어거스트가 한 협업들에 관한 뉴스레터를 놓치셨다면 여기!). 어거스트의 구독자 층이 커져가면서 수익구조를 고민함에 있어 퍽 뉴스가 좋은 롤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거스트뿐 아니라 각자의 재능을 가지고 느슨한 연맹으로 모인 조직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요. 후후.

💃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링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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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장희수>의 코멘트
이번 학기에 저는 미디어 윤리학 수업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번 주에 가르치는 학부 수업의 주제는 관점이론(standpoint theory)인데요, 사람은 자기의 사회적 위치, 배경, 경험 등에 기반해 현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모두의 현실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장하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점은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 사회적 소수자가 바라보는 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경험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예요.

최근 위라클, 우령의 오디오, 원샷한솔 등 실제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바라보고 경험하는 일상에 관해 얘기하는 유튜브들이 점점 더 자주 보이는 것 같아 정말 반갑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였기에 그간 목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았던 장애인들의 경험과 목소리에 더 많은 힘이 실리면 좋겠습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사회가 귀를 기울일 때 사회가 바라보는 현실이 더 확장될 거예요. 소셜미디어가 사회적으로 가지는 가장 큰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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