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가 때때로 이 장면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묘사하는 분위기나 음악을 눈과 귀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지는 겁니다. 멋지고 아름답다고 하는 주인공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작가가 상상한 풍경은 대체 어떤 곳일까, 이 심장 떨리는 장면을 직접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말이죠.
광활한 우주, 사랑에 빠진 남녀, 음울함만 가득한 회색 도시, 심해를 떠다니는 미지의 생명체 등 상상만으로는 만족 되지 않는 그 세계를 우리의 눈앞에 펼쳐 놓는 것이 영화입니다. 간혹 혼자만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창의력으로 뭉친 크리에이터들이 보여주는 영화 속 세상은 놀랍기만 합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영화 속 그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눈빛만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내밀하고도 깊은 감정을 훔쳐볼 순 없을까, 어라? 이게 원작이 있다는데 러닝 타임이라는 제한 시간 때문에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상으로는 도무지 전할 수 없는 텍스트만이 줄 수 있는 충실한 만족감을 찾아 원작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원작과 영화와 원작과 영화라는 회전문을 한없이 돌게 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상에도 제한 시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끊임없이 회전문을 돌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데,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루의 일정 시간은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채우고 소비해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찾게 되는데요, 다행히도 7월은 공식적인 휴일이 기다리는 시기죠. 여름휴가 말입니다.
바야흐로 작렬하는 여름 햇살을 피해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사람 많은 곳을 굳이 찾아가 겪게 되는 피곤함을 피해서 나만의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마음 편한 곳에서 먹고 자고 뒹굴거리다가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던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말이죠. 생각해보면 여름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과 영화의 바다에 빠지기도 좋은 계절이네요.
푸르른 이 여름, 영화로도 제작됐던 심장 깊숙이 파고드는 작품과 함께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