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몰락감> 뉴스레터 5호
"세화 인싸 임요한,
그게 나야"

하이. 나는 임요한.

내 이름 들어본 적 있지? 세화에서 나 모르면 간첩인데.

들어본 적 없다고? 음 …


그럼 우리 동네 오는 날 이제이한테 물어봐.

이제이 아빠랑 우리 아빠랑 친구라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어.


흠 자존심 상하지만 이제이 심부름 하다가

지금 내 여친님을 만나게 되어서 봐주기로 했어.


그동안 딴 애들은 시시한 얘기만 늘어놨지?

책이니 뭐니. 우웩이다.

나, 임요한이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지.

언제였더라, 올해 3월이었나?

월드아파트 주차장에서 내 취미활동

(알면 다쳐^^)을 즐기는 중이었는데,

아씨 갑자기 전화가 울리는거야.

제끼려고 보니까 이제이였어.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이제이가 좀 재밌거든?


뭔 일인가 궁금해서 받았는데,

뉴시티 피씨방에 지 십자가 목걸이 놓고 와서

아빠한테 혼나기 10초 전이라고 찾아오라는거야.

내가 지 따까리야 뭐야?

참나. 근데 일단 갔어.

걔네 아빠 진짜 무섭거든.


그.런.데. 카운터 누나가 너무 예쁜거지.

난 천사가 강림한 줄 알았어.

목걸이를 달라고 해야되는데

말이 바보처럼 안 나와.


나 임요한,

초등학교 6학년 빼빼로데이 때 5개 정도는

거뜬히 받은 남잔데,

정말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

난 리얼 누나를 위해선 뭐든 다 할 거야.

비록 누나가 옆 동네 파천여고에 다니지만

뭐 어때!

누나 덕분에 옆 동네에서도

임.요.한 이 세 글자가 핫하다니까.


우리 아버지는 나만 보면 공부나 하라고 하고,

교회나 나오라고 하고.

이제이는 그 바보같이 해맑은 애랑

허옇고 음침한 애랑 노느라 정신 없고.

누나는 고등학생인데다

다른 동네라 자주 보지도 못하고.


...왠만한 세화시 사람들이 다 나를 아는데

정작 진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있을까?

아.. 센치해지네. 가을 타나...

아무튼 요즘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하나 추천할게.

이 가사 스껄한 게 내가 쓴 줄 알았잖아.


BIG Naughty(빅나티)의 '문제' 야.

문제는 많은데 정작 답은 없지
아무 생각 하기 싫어 걍 발을 뻗지
입시가 끝나도 시험은 늘었지 복잡해,
긴 머릿속은 엉켜있지 Everyday
정신 못 차린 채 거리를 활보해,
오답이 넘치네 시험지는 make it rain
답을 찾으려 해도 여긴 노답이네
문제를 찾을 필요가 없네, I don't know
참, 우리 동네 올 땐 나랑 드레스 코드 맞추기다?
카고바지나 후드... 아니면 모자도 괜찮으니까
힙하게 입고 오고 오란 마리지.
그래야 나도 너 알아볼 거 아냐, 임마.

어색하면 내가 추천해준 노래 들으면서 와.
그러면 너도 나처럼 힙스터가 될 수 있을 거야.

우리 동네에서 나 안다고 하면
아무도 안 건들테니까 걱정 말고.
그리고 나 보면 아는 척 먼저 하고. 그 때 보자!

2024년 10월 5일
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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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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