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내가 바꿔보겠어!"
이렇게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을 때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라는 회사가 등장했어요. 자신을 SM 주주라고 소개하며 주주들이 힘을 합쳐 SM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죠. 이 업체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라는, 다소 독특한 성격의 투자회사인데요.
펀드 투자는 펀드 운용사가 투자자들의 돈을 맡아서 대신 투자해주는 방식이에요. 이 회사 이름에 ‘자산운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누군가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준다는 의미죠. 사모펀드는 ‘사적’으로 고액의 자산가나 큰돈을 굴리는 투자기관 등을 대상으로 돈을 모집한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뭘까요? 기업 경영상황을 개선해 보겠다는 ‘명분’을 갖고 투자하는 펀드인데요. 그래서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투자한 기업의 경영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요. 명분을 챙기면서 돈도 버는 거죠.
240억 받을 수도 있는 거 아냐?
물론 240억원이 큰돈이지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금의 SM을 만든 전설적인 인물인데 그 정도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거죠.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문제 삼은 건 돈을 받는 방식이에요. 혹시 ‘이수만 프로듀서’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다고 느끼진 않았나요? 왠지 SM에서 회장님 혹은 대표님 쯤은 될 것 같잖아요. 하지만 이수만 프로듀서는 현재 SM에서 아무런 직함도 갖고 있지 않아요. 2010년부터 모든 임원직을 내려놓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죠.
회사 경영이 아닌 프로듀싱에만 전념하겠다는 게 그 이유인데요. 1999년에 발생한 횡령 혐의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시엔 SM 임원이었던 이수만 프로듀서가 회삿돈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인데요. 결국 2004년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죠. 이런 구설수 때문에 회사 경영에 염증을 느낀 그가 경영에서 손을 뗀 거라는 해석이에요.
큰 보상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구🕸️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어요. 240억원이 정당한 보상이라면 SM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돈을 받으라는 거죠. 경영에서는 손을 놓았더라도 프로듀싱을 총괄하는 임원을 맡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건데요.
SM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회사이기 때문에 임원들에게 연봉으로 얼마를 지급하고 있는지를 매년 공개해야 해요. 하지만 이수만 프로듀서는 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죠. 그의 개인회사에 지급되는 액수는 공개되지만, 그중 얼마를 가져가는지는 알 수 없어요. 물론 개인회사니까 상당한 비중일 거라는 추측이 많아요.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임원에서 물러나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책임은 피하면서, 정확히 얼마를 받아 가는지도 알 수 없게 만들어놨다고 문제를 제기했어요.
여기서도 동종업계 사례를 제시했어요. 방시혁 의장과 박진영 대표는 현재 회사로부터 직접 연봉을 받고 있거든요. 임원으로서 회사 일을 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를 받고, 동시에 책임도 지고 있다는 거죠.
1% vs 18%
하지만 이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보유한 SM 지분은 1%가 채 안 됐어요. 이에 비해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분은 18%가 넘었죠.
그래서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SM은 JYP에 비해 음반 판매량은 3배고, 매출은 4배인데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회사 가치는 비슷하다는 논리인데요. SM의 경영 방식을 조금만 개선해도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죠. 개인투자자들 지분이 60%나 됐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만 설득해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본 거예요.
이에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SM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임원 후보를 뽑아달라며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설득하기 시작한 거예요.
의결권 주세요, 에스파 사인 드려요!
SM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어요.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수만 프로듀서의 역량 덕분이고, 지금까지 잘 굴러왔는데 왜 갑자기 문제 삼느냐는 거죠. 그의 프로듀싱 능력은 대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가 없으면 회사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건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