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과 소리에 관하여"
<세계몰락감> 뉴스레터 6호
안녕하세요. 현재 아빠입니다.
공장 기계 버튼만 만지다 오랜만에 글을 써보네요.
어.. 저는 지금 퇴근하자마자 밥 차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 글을 적습니다. 하하.
현재가 엇그제 김치찌개 먹고 싶다고 얘기한 게
생각나서 김치찌개를 끓여볼까 합니다.
김치찌개 하면, 작년 크리스마스 때
파키스탄 동료를 집에 초대해서
집밥 파티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요.

아내가 "크리스마스에 무드 없게
김치찌개, 계란말이가 뭐냐",
"파스타, 스테이크는 어디 갔냐" 하두 불평하길래.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따뜻한
온도가 중요하다며 파키스탄 동료를 초대한
김에 일상적인 한식을 먹으면 더 따뜻할거다"
고 답변했다가 된통 혼나기만 했었는데.

그 사이 우리 딸 현재는 동료에게 찌개를 떠주면서
제 동료와 바디랭귀지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더군요.
참 저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죠, 배려심 있죠, 이쁘죠.
아하하.

어느 날, 현재가 어떤 소리가
들린다고 했어요.
 
그 때, 저는 확신할 수 있었죠.
우리 현재는 날 닮았구나!^^
꽉 막힌 집사람 말고 날 닮아서
내가 느끼던 공허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구나!

저 또한 공장에서 일하다 보면
영혼이 식어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참 그 확신이 정말 많은 위로가 됐었습니다
날 쏙 빼닮은 우리 딸이
아주 든든한 내 편처럼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현재가 듣는 소리에 대해
조언 따위 할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몫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제가 지금 현재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지금처럼 따뜻한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것.
말없이 응원하는 것이에요.

우리 딸이 언젠가 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네요.
하하.
 이미지 출처: 우리의 식탁
그래서! 오늘의 집밥은
꽁돼김치찌개 입니다.

특별히 꽁치와 돼지를 함께 넣고
푹 끓인 김치찌개...  아빠표 비밀 레시피죠!^^

저랑 현재는 돼지파인데..
아내가 꽁치파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같이 넣어보려고 합니다!
화-목한 가정을 위해서요.

맛있겠죠?
오늘은 모두가 맛있게 먹었음 좋겠네요.
하하.
그럼 맛있는 저녁 드시고-
평온한 소리들을 가득 들으시길 바라며!
패닉의 '달팽이’ 이라는 노래를 선물할게요.
우리 딸이 많이 생각나는 곡이네요.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거야"

슬슬 이 글도 마무리 지어야겠네요.
가끔 현실에 묶여있는 것만 같고,
나에게 감각 되어지는 것들에 맞설 새도 없이
인생에 구속된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런 구속감을 패션으로 소화해보심이...
어떨는지요?^^ 긍정적으로!
세화시에 방문하시게 되면
마스크, 스카프, 팔찌와 같은 악세사리를
챙겨와주시면 좋겠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평안하고 건강한 일주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8일
현재 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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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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