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 최근까지 《시사 직격》을 하고 있던 걸로 아는데 소개가 바뀌었어요.
용재 : 원래 프로그램명이던 《추적 60분》으로 돌아온 거죠. 거의 40년간 있었던 시사 프로그램인데 다소 올드하다, 세련된 걸 해보자는 의견들이 많아서 4년 전에 개편한 게 《시사 직격》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성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으로 회사에서 시청자에게 익숙한 IP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도 그 점에 동의하고요.
나나 : TV뿐만 아니라 KBS PD 이름을 걸고 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고, 구독자 수도 2만 4천 명으로 꽤 많더라고요. 혹시 이제 유튜브는 운영하지 않는 건가요?
용재 : 제 채널 ‘용튜브’는《다큐인사이트 - ‘시청률에 미친 PD들’》을 찍으면서 만들었던 프로젝트성 채널이에요.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하면 좀 올드한 감이 있지만, 5년 전만 해도 ‘유튜브가 지상파를 위협한다’는 소리가 나올 때죠. 그 다큐도 방송의 날 특집으로 준비했어요. 그러면서 유튜브란 무엇인가, 여기서 TV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들을 풀어내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진행하면서 대도서관, 양팡 같은 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백종원 님 같은 분들도 만나는 귀한 시간이었어요. 방영된 후에는 유튜브에 소홀해진 게 맞죠.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접기엔 좀 아깝긴 해요.
나나 : 그런 면에서 나영석 PD처럼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스타 PD들이 달리 보이기도 하겠네요. 유튜브를 같이 찍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것 같고.
용재 : 아무래도 그렇죠. 남들이 생각만 하는 걸 실천한다는 점에서 추진력도 있으시고요. 제가 공채 46기고, 나PD님은 27기시니까 엄청난 선배님이시기도 해요. 요즘 채널 십오야에 올리는 영상들도 너무 재밌게 보고 있고. 유튜브 같이 나와 주시면 엄청난 영광이죠.
나나 : 뉴미디어에도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그러면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가 있을까요?
용재 : 많지는 않고, 취재하다 만난 분이 본인 일상을 다루는 뉴스레터랑 PD 협회 뉴스레터 정도? 평소 이메일을 많이 체크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영상 쪽에 관심이 더 많아요. 평소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이 1천 개가 넘거든요. 조금만 관심 있거나 다음 영상이 궁금해지면 일단 다 구독하는 편이에요. 최신 기술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코미디 채널도 많이 보고, 요즘은 양주에 빠져서 술 관련 채널도 보고. KBS 포함한 다른 방송사 뉴스들도 다 유튜브로 챙겨보는 편이고요.
나나 : 어거스트에서도 지상파TV와 뉴스, 보도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종 하고 있는데요. KBS의 PD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용재 :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어거스트 에디터분들이 오히려 이 일을 하는 저보다 더 시야가 넓다는 거에요. 산업에 대해 고민을 깊게 하시는 게 느껴지고요. 사실 우리 일은 (나무보다) 숲을 보기보다는, 그냥 이파리를 붙잡고 있기 쉬워요.
얼마 전엔 오송 지하차도에 취재를 다녀왔거든요. 그런 이슈가 생기면 정말 그 일 하나만 보게 돼요. 이걸 왜 못 막았을까, 다들 뭘 하고 있었을까, 유가족 인터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만 하루종일 하는거죠. 그러다보니 전체 산업을 전망하고, 이 회사의 미래와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보고 대응하는 건 많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PD 일의 맹점이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PD들이 거기까지 생각하기엔 눈앞의 일에 많이 매몰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주말 밤낮없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프로젝트 하나 끝나면 다시 하는 일의 연속이니까. 산업이 어떻고, 법이 어떻고, 이런 것들까지 잘 알면 정말 좋은 PD가 될 수 있겠죠. 근데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워요.
나나 : 왜 PD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용재 : 중학교 때부터 꿈이 PD였어요. 사실 저희들 10대 때 MBC 《무한도전》이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 프로그램이잖아요. 김태호 PD의 굉장한 팬이었어요.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또 동시에 메시지를 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무엇보다도 그 전까지의 예능은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부각되지 않았죠. 그런데 《무한도전》은 카메라 바깥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 프로그램이었어요. 그게 너무 재밌어보였고요.
그래서 영상 편집을 취미로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수업 시간에 수행평가 발표도 영상으로 하고요. 저희 때는 학교에서 발표를 주로 PPT로 했잖아요. 저는 그걸 영상으로 했어요. 발표도 직접 안했죠. 선생님이 엄청 충격을 받으셨어요. 요즘으로 치면 누가 고글 나눠주면서 수업 시간에 VR 영상을 만들어 온 거죠. 그렇게 UCC 같은 것들 만들면서,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PD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습니다. 뭔가 첫사랑이랑 결혼한 느낌이 드네요.
나나 : 다른 선택지도 많았을 텐데, 그러면 왜 KBS에 들어온 거에요?
용재 : 진짜 솔직히 말하면 여기에 제일 빨리 붙었어요. 여러분이 다 아시는 방송국들 다 시험 쳐봤고, 최종 합숙에서 탈락하기도 했죠. 언론고시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떤 방송국을 가겠다, 무슨 프로그램 하겠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준비하기 어려워요.
《무한도전》 때문에 PD가 되고 싶다고 했죠. 시작은 저도 예능 PD였어요. 그런데 대학 가고, 군대 가고 이러다 보니 점점 TV 예능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어요.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우울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그러다 지금 회사 선배가 되신 분이 연락을 주셔서, PD 일에 관심 있으면 와보라고 하셨어요.
KBS 사옥에 오시면 엄청 큰 송신탑이 하나 있어요. 그걸 보는데 괜히 설레는 거예요. 그 순간부터 다시 불이 지펴진 것 같아요. 그때 시사교양 PD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제 마음 속 1등은 항상 KBS였습니다. 어거스트에서도 다루고 있어서 잘 알겠지만, 시사교양으로는 KBS가 가장 역사도 깊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통 시사 1등인 방송국이죠. 기왕 시사교양을 할 거면 KBS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떻게 합이 잘 맞아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