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우리는 자산을 삼등분해서 주식, 부동산(REIT), 달러 현금에 투자하는 ‘유대인 전략’이 미국에서 꽤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투자는 의심을 많이 해야 합니다. 사기꾼들이 워낙 많거든요. 유대인 전략을 들었다면 이런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결과만 보겠습니다. 

이 한국형 전략에는 어떤 자산이 들어갔을까요? 한국 KOSPI 지수, 미국 리츠, 원화 예금에 각각 자산 1/3이 들어갔습니다.

‘엥? 한국형이라며, 근데 왜 미국 리츠야?’라며 의아하실 수 있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에서 리츠가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최근까지는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한국에서 직접 집을 사거나 미국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미국 리츠에 투자하는 것으로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습니다. 

지난주에도 예고했지만, 이 전략은 최선이 아닙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죠.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공부하기 전 다시 자산 배분의 역사로 돌아가 볼까요?

잠시 복습하겠습니다. 자산 배분의 역사는 예수님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솔로몬 대왕은 “자산을 7~8등분 하거라”라는 말을 남겼고, 탈무드에 기록된 한랍비는 “자산을 기업, 부동산, 현금에 삼등분하라" 라고 제안했죠. 

이후 인류 역사에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전기를 알게 됐고, 자동차를 발명했고, 컴퓨터를 만들었으며 한순간에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핵무기도 고안해 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해왔죠.

하지만 자산 배분 분야는 달랐습니다. 2천 년 넘게 전혀 발전이 없었거든요. 마코비츠(Harry Markowitz)라는 사나이가 등장할 때까지 말이죠.

마코비츠는 1950년대 초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중이었는데요. 어느 날에는 박사논문 테마를 정하기 위해 지도교수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우연히 주식 브로커가 옆에 앉아 있었고, 이 사람에게 금융 역사를 바꿔놓을 역대급 조언을 듣게 됩니다.

어떤 주제로 논문을 써야 할지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었던 마코비츠는 크게 기뻐했고, 교수에게 그대로 전했는데요. 마침 그 교수도 주식 마니아라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얼마 뒤, 마코비츠는 이론을 하나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 이론을 토대로 한 12페이지 분량의 논문을 발표하게 돼요. 논문은 1952년 금융계 최고 권위 잡지에 ‘Journal of Finance’에 ‘Portfolio Selec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죠.

보통 논문은 수학 기호가 많이 섞여 있어서 읽기가 불편하고 재미도 별로 없는데, 이 논문은 딱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1954년, 마코비츠는 기존 논문에 살을 좀 붙여 박사논문을 제출합니다. 당시 논문 심사 교수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아마 경제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이 이름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인정받는 사람이죠.

구두시험 중, 프리드먼은 마코비츠에게 90분 넘게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마코비츠의 손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갔습니다. 고문 같은 90분이 지난 후, 프리드먼은 “농담이야. 축하해, 마코비츠 박사!”라는 말로 구두시험을 마쳤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코비츠는 박사학위를 받았죠.

사실 마코비츠는 박사학위를 받은 이 논문 말고는 학계에 크게 기여한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이 금융과 투자에 미친 엄청난 공로를 인정받아서, 1990년 경제학 노벨상을 받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