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어느덧 3월이 코앞입니다. 2월이 가고 있네요. 쌀쌀한 날씨 때문에 아직 봄기운은 흐릿하지만 벌써 마음만은 봄 준비로 바빠지는 지금입니다. ‘마친배우미’ 소식도 이제 열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PaTI에서 학업을 끝내고 사회로 나간 마친배우미의 다양한 소식, 어떠셨나요? 앞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번 열 번째 소식의 주인공은 상익(이상익)입니다. 한배곳 2기인 상익은 PaTI를 마친 후 놀공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티슈 오피스Tissue Office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게임을 만드는 티슈 오피스는 ‘2021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14팀’에 선정되는 등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동료들과 함께 티슈 오피스만의 개성 있는 게임을 만드는 상익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상익. 지금 기분이 어때요?
인터뷰 경험이 별로 없어서 긴장돼요. 전에 몇 번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는 티슈 오피스 멤버들과 함께 있었거든요. 지금처럼 일대일로 마주 보며 이야기하려니까 바로바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더 그런가 봐요.
상익은 지금 티슈 오피스로 활동 중이죠. 티슈 오피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티슈 오피스는 이상익, 이승아, 이창훈, 조영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저희는 게임을 만들어요. PC방에서 즐기는 화려한 그래픽과 전투로 구성된 상업적인 게임은 아니고요. 게임적인 요소를 활용해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으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창작합니다. 말이 좀 어렵죠? 실제 해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텐데.(웃음) 팀 이름인 티슈 오피스에서 티슈는 생물학적으로 세포 조직을 의미하고요. 오피스 같은 경우는 자유롭게 작업하려고 모인 팀 이름에 오피스를 넣으면 마치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정한 건데요. 지금 상업적인 일이 들어오고 활동도 계속하니까 진짜 오피스로 느껴져요. 실제 2월 초부터 노량진에 있는 ‘노들창작터’에 입주해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
티슈 오피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4명의 멤버가 처음 모두 모인 건 2019년 4월이었어요. 원격회의 플랫폼인 ‘줌Zoom’에서 만났죠. 아예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창훈은 제가 프랑스 캉브레미술학교(ESAC)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친구의 친구로 소개받았어요. 영은 PaTI 한배곳 3기 출신이고요. 승아는 제가 놀공에서 일할 때 인턴으로 만나게 된 친구예요. 일명 ‘벽 프로젝트’라고 제가 개인적으로 작업하려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혼자 하기에는 추진력이 생기지 않아서 함께 할 사람을 찾았어요. 먼저 창훈이 응해줬고, 인문학 세미나에 가서 영을 만났을 때 프로젝트를 설명하니 참여 의사를 밝혔어요. 승아도 그렇고요. 온라인에서 모두 모여 본격적으로 벽 프로젝트를 하려고 보니, 이런 멤버들과 함께라면 새로운 프로젝트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뭘 해보면 좋을까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화성 게임을 기획한 게 티슈 오피스의 첫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벽 프로젝트> 스케치, 2017
화성 게임이 뭘까요?
당시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대해 줄기차게 얘기를 했거든요. 지구의 자원이 고갈될 테니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요. 저희도 일종의 화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본업을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 흥미와 자원, 비전이 고갈되는 때를 대비해 ‘티슈 오피스’라는 화성으로 떠나야 한다는 논리였죠. 당장 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 각자 본업에서 탈출해 티슈 오피스가 본업이 되는 날을 기약하며 기획한 프로젝트가 저희 첫 작업인 <미션! 오피스Mission! Office>입니다.
당시 상익은 놀공에 다니고 있었죠?
2018년 1월 2일에 입사해서 지난 2월 2일에 퇴사했어요. 놀공과의 인연도 꽤나 오래됐죠. 2015년 제가 2학년일 때 놀공 대표인 피터공의 수업을 들었어요. 그러다 놀공에서 인턴을 하면서 좀 더 알게 됐고, 프랑스에 다녀와서 피터공에게 인사 차 들렀을 때 놀공에서 정식으로 일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받았어요. 4학년 2학기 졸업 전시를 준비하면서 주 3회 출근을 병행했고, 졸업 후에는 바로 입사를 하게 됐죠.

<월페커즈 - 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 2018
주한독일문화원과 놀공이 협업한 프로젝트로 독일과 한국의 분단을 다룬 게임이다. 참여자는 분단 전문 기자가 되어 독일과 한국의 분단에 대한 기사를 쓰며 분단을 경험한다.
놀공에 다녀보니 어땠어요?
처음에는 심적으로 불안했어요. 놀공은 ‘빅게임 스튜디오Big Game Studio’를 지향해요. 사람들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휴먼 스케일로 하는 게임 장르를 다루고 있어요. 함께 졸업한 친구들은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 PaTI와 유관한 분야에서 활동하는데 빅게임은 그래픽 기반 게임도 아니고, 내가 여기서 계속 일해도 괜찮은 걸까 의심과 불안감이 계속됐죠. 놀공 인원이 10~15명 정도인데 게임 회사다 보니 게임 만드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저를 포함해 그래픽 디자이너가 2명 있었는데 디자인 스튜디오 업무와는 차이가 있었어요. 저도 디자인 작업보다 게임 기획을 더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남더라고요. 
그 불안함은 언제 없어졌나요?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고 꼭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 영역만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놀공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는 경험이 즐거워졌어요. 특히 다양한 게임에 대한 지식과 이야기를 흡수하면서 제 자신이 성장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게임 기획을 하면서 게임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쌓는 것도 좋았죠. 그러다 보니 평소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과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게임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를 활용해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티슈 오피스 멤버들을 만나면서 실제 프로젝트로 가시화된 거죠. 
그 프로젝트가 바로 <미션! 오피스>군요!
네, 맞아요! <미션! 오피스>는 사용자가 접속하면 아바타가 아니라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PC 게임이에요. 일단 허허벌판 모래밭에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저 멀리 단층 주택 하나가 존재해요. 막막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이 건물을 인식하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동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팩 티슈, 가위, 현수막 등 각종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준비했죠.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빵 부스러기처럼 사람들의 동선을 건물로 유도하는 거죠. 물건을 클릭하면 사건이 펼쳐져요. 예를 들어, 가위를 클릭하면 이런 자막이 나오죠. ‘티슈 오피스에는 가위가 없다.’ <미션! 오피스>는 을지로 사무실을 개업할 때 공개한 작업인데, 실제 사무실에 가위가 없었거든요. 또 무언가 클릭하면 저희가 말하고 싶은 어구가 보이기도 해요. 작가이자 미술이론가인 히토 슈타이얼의 책을 읽다가 ‘자유낙하’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팩 티슈를 클릭하면 앞에 절벽이 나타나고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자막이 나와요.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이동을 할 수가 없도록 게임을 짰죠. 또 어떤 물건을 누르면 당시 작업한 커머셜 포스터들이 호출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결국 티슈 오피스의 생각, 말, 작업이 모두 모인 포트폴리오적 게임이 됐어요. 게임 자체가 티슈 오피스 고유의 공간인 셈이죠. 

<미션! 오피스>, 2019
게임을 클리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사실 단층 주택은 진짜 목표가 아니에요. 총 10개의 아이템을 클릭하면 저 멀리 보이는 단층 주택 위로 갑자기 SF 영화에 나올 법한 거대한 건물이 출현하고, 사용자는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요. 새롭게 진입한 내부 공간은 을지로에 있는 티슈 오피스 사무실 풍경과 일치하도록 구현했죠. 책상에 아이맥을 올려놓고 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실제 게임에 접속을 하는 건데, 그 모습 그대로 화면에 나타나는 거죠. 사용자가 게임 속 의자에 앉으면 티슈 오피스 사무실의 풍경과 중첩되면서 메시지가 나옵니다. “티슈 오피스의 사원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티슈 오피스에는 4명의 멤버가 있지만 혹시 함께 작업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유롭게 합류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원’이란 단어를 썼죠.
이거 대박 났겠어요.
전혀요. 을지로 사무실 개업식 때만 공개했던 작업이라 돈이랑은 일절 상관없었고 접속하는 것도 해당 공간에서만 가능했어요. 물론 게임 만드는 과정, 플레이 영상과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는데 그렇다고 홍보가 엄청 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실질적인 완성 시점은 늦지만, 티슈 오피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첫 번째 프로젝트고, 여기서 구현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이후 게임과 갤러리를 결합해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안녕, 코로나19>의 디지털 미술관 작업을 구현할 수 있었어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안녕, 코로나19>의 디지털 미술관 작업, 2020
티슈 오피스의 대표작으로는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여러 작업 중 호응이 유달리 좋았던 건 <숨은 요정 찾기-내 안의 기후위기 요정을 찾아서>입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공모 사업에 당선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목표를 달성해야 했어요. 저희는 기후 위기를 주제로 잡았어요. 게임의 첫인상은 요즘 유행하는 MBTI 성향 테스트와 비슷해요. 총 12개의 일상적인 질문이 나오고 사용자는 두 가지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요. 질문들은 모두 평범해요. 하지만 그에 대한 선택지들은 모두 기후 위기를 감소시키는 내용으로 구성했어요. 예를 들어, 두 명의 시장 후보 중 누구를 뽑을 건지 정해야 할 때, 재개발을 반대하는 후보자와 공공자전거 보급을 확대하는 후보자 중 한 명을 고르는 거죠.
결국 좋은 것만 선택하는 거네요?
게임의 핵심은 규칙이에요. 사용자를 움직이고 통제할 수 있거든요. 사람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권하면, 제3의 답을 찾거나 둘 다 동조하지 않아서 선택을 거부하기보다는 두 가지 중 취향에 맞는 걸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요. 무엇보다 선택하지 않으면 게임이 진행되지 않으니까...(웃음)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한 답변들이 12개까지 누적되면 ‘무슨 무슨 요정’이라고 호칭하면서 사용자의 성향을 보여주는데요. 사용자 마음속에 숨어 있던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성향입니다. 기후 위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게임을 클리어하면 성향이 노출되면서 ‘당신도 기후 위기를 대처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게 목표였어요. 더불어 매번 기후 위기에 도움이 되는 답변을 선택하니까 총 12번의 좋은 행동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생각했죠. 자신에게 해당하는 요정이 나오면 그 특성과 성향, 관련 전문 지식, 그리고 잘 맞는 친구 요정까지 추천받을 수 있어요. 전문 지식은 환경 단체의 조언을 정리한 거라, 마냥 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실질적인 메시지와 함께 좋은 정보까지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숨은 요정 찾기-내 안의 기후위기 요정을 찾아서>, 2020
정말 재미있네요. 최근 어떤 작업을 주로 하나요?
요즘 들어 <미션! 오피스>에서 시작한 온라인 갤러리 개념의 게임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그런 구조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안녕, 코로나19>의 디지털 미술관 작업에서 본격적으로 나왔고, 최근 <ORGD 2020: 옵티멀 퍼포먼스 존Optimal Performance Zone>에서 더욱 고도화됐어요. ORGD는 디자이너들이 합동으로 여는 전시회인 ‘오픈 리센트 그래픽 디자인Open Recent Graphic Design’의 약자인데요. 작년이 3회째였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를 꾸리지 못하자 온라인 전시를 선택했는데, 저희가 게임의 속성을 활용해 해당 디지털 갤러리를 만들었죠. ORGD 로고에는 꼬리를 무는 신화 속 뱀인 우로보로스가 있는데요. 디지털 갤러리 맵을 보면 거대한 우로보로스가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면서 일종의 동선을 제시하고 있어요. 결국 뱀 위를 걸어 다니면서 전시를 관람하는 거죠. 길을 걷기 시작하면 블루베리가 나타나요. 이걸 먹으면 어두운 화면에 해가 뜨면서 밝아지고, 산이 생겨나고, 야자수가 자라고, 구름이 출현하는 등 게임 배경이 점점 완성됩니다. 뱀 위를 걷다 떨어지면 죽는데요. 마지막으로 블루베리를 먹은 장소에서 부활해 계속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요. 

<ORGD 2020: Optimal Performance Zone>, 2021
게임 얘기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상익은 한배곳 2기죠? PaTI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알게 됐어요. 중고등학교를 대안학교에서 보내고, 철학에 관심이 있어서 대학교 철학과를 들어갔는데 학과 분위기와 선배들에게 실망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인문학 공동체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가끔 다녔는데, 거기서 나누던 담론의 깊이가 학교보다 훨씬 낫더라고요. 군대를 가면서 휴학하고 군 복무가 끝날 즈음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기 싫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같은 대안학교 출신인 아용이 한배곳 1기로 들어간 사실과 페이스북에서 찾은 PaTI 관련 내용을 접하면서 본능적으로 이곳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aTI에서 얻을 배움과 경험이 당시 아무것도 없었던 제게 큰 기회로 느껴졌거든요.
상익은 PaTI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부드럽게 사회에 진입한 느낌이 들어요.
아마 PaTI에 들어가서 삶의 방향성이 생겨서 그런 것 아닐까요. 철학을 전공할 때는 졸업 이후의 삶이 무척 막연하게 느껴졌어요. 반면 PaTI에서는 디자인과 관련된 수많은 경험을 하니까 분야는 구체적이지 않아도 졸업 후 디자인 카테고리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PaTI부터 티슈 오피스까지 이렇게 연대기적으로 분석해본 적이 없어서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PaTI에서 부드럽게 성장한 사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수업을 통해 피터공을 만난 인연이 인턴과 직장 생활로 이어졌고, 평소 생각하지 않던 게임 디자인을 하다가 티슈 오피스를 시작했으니까요. 사실 평소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PaTI 시절에는 늘 불안했거든요.

PaTI에서 진행한 ‘게임 디자인’ 수업 모습, 2015 (사진: 박기수)
어떤 불안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당시 PaTI 수업은 이론 수업을 제외하고 모두 모듈 단위로 진행됐어요. 2~3주 동안 거기에만 집중하고 결과물을 내는 거죠.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누가 잘했는지 바로 결과가 보여요. 예를 들어,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을 하면 언제나 빛나는 친구가 있는 거죠. 그 친구는 다른 수업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일러스트레이션 수업만 하면 재능이 발휘돼요. 편집 디자인, 포스터 수업 등 다른 실기 수업에서 돋보이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죠. 근데 저는 한 번도 특정 분야에서 최고라거나 제일 잘했다거나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없었어요. ‘이상익’이란 사람을 떠올리면, 실패는 하지 않고 결과물도 잘 제출하는데, 특별히 잘하는 분야나 매체가 없는 느낌이었죠.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알 수 없는...
상익의 경험은 현재 PaTI 배우미들도 공감할 것 같아요. 혹시 도움 되는 말을 해줄 수 있나요?
PaTI가 시각적인 요소를 다루는 데 특화된 곳이다 보니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하는지 정말 빨리 보일 거예요. 거기서 비롯되는 불안감을 크게 느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PaTI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때 바로 해당 업계의 전문 인력이 되는 건 힘드니까요. 잘하는 게 많아도 사회 초년생이라 부족한 게 더 많을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사회에서도 계속 배울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존재하거든요. 그러니 벌써부터 급한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삶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PaTI 졸업 작업 <Table tennis table>, 2017
2019년부터 줌을 사용해 협동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갑작스럽게 비대면이 몰아친 코로나19 상황에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수월했을 것 같아요.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프로젝트 의뢰도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희도 진짜 놀랄 때가 많아요. 당시에는 서로 멀리 살아서 만나기도 힘들고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않아서 사무실을 얻는 대신 온라인으로 모여 작업을 한 것뿐인데 작년부터 갑자기 줌이 대세가 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우리만 쓰는 것 같던 플랫폼이 빠르게 대중화된 사실이 신기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갤러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 게임과 갤러리를 결합한 저희 작업이 주목받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된 건 무척 감사할 따름이죠. 기존에 필요하지 않던 시장이 코로나19 때문에 커졌는데 저희가 원래 가려던 방향과 우연찮게 일치하니까 여러 곳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오는 걸 보면 저희끼리도 ‘진짜 운이 좋다’고 말하곤 합니다.
게임 기획자와 그래픽 디자이너 중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아직 고민이 드나요?
음. 저는 스스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게임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속 시각 요소를 만드는 게 아니라, 게임의 핵심인 규칙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해요. 그런 면에서 제 장점은 게임 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 중 하나만 판 사람이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지점을 알아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티슈 오피스의 작업을 다른 것과 구별하는 데 확실한 보탬이 된다고 믿습니다.

<Link: Becoming Erutan>, 2020
UNIST 사이언스월든 팀과 협업한 연구 프로젝트로 포스트 휴머니즘 게임이다.
지금 혹시 생각나는 목표가 있을까요?
일단 티슈 오피스와 연관된 것만 생각이 나는데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작업을 풀고 있어요. 금전적인 면은 외부에서 작업을 의뢰해야 지속 가능한 상황이죠. 지금까지 작업한 프로젝트들이 그 산물이고요. 저희는 작업 의뢰를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직접 기획하고 직접 만든 게임을 수많은 사람들과 콘텐츠로 공유하며 제대로 된 수익을 내고 싶어요. 그래서 티슈 오피스의 업무 시간 중 40%는 온전히 저희 자체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티슈 오피스 말고, 상익의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제게는 일종의 과업이 있다고 생각해요. 게임 디자이너가 아니라 다른 역할을 겸해야 하는 경우가 계속 생겨요. 프로젝트를 이끄는 매니저로서 진척 과정과 스케줄을 조정하며 관리해야 할 때도 있고요. 저희 작업을 사용자에게 알리기 위한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거나, 혹은 투자를 받기 위해 PT를 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어요. 어떤 역할이 요구될지 명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성장하면서 리더십을 갖추고 창작자 이외의 여러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 이게 가시적인 목표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주세요.
먼저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정리가 된 느낌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티슈 오피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로서도 좋고요. 저희와 함께 하는 티슈 오피스 ‘사원’도 환영합니다. 일단 티슈 오피스 인스타그램부터 팔로우해주세요. 재미난 것들을 많이 올리겠습니다!

티슈 오피스 멤버들의 모습. (왼쪽부터) 조영, 이창훈, 이승아, 이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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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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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5.나무날
인터뷰·글: 전종현  |  기획·멋지음: 박하얀 
영상 촬영·편집: PaTI 영상연구소 이형곤, 나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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