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지난 3월 20일은 ‘춘분春分’이었어요. 목련도 벚꽃도 피어나며 봄이 온 게 실감 나는 요즘입니다. 이제 봄꽃이 만발하는 풍경이 기대되네요. ‘마친배우미’ 소식도 이제 봄기운을 타고 열한 번째를 맞이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영은(신영은)입니다. 더배곳 4기인 영은은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다 더배곳을 거쳐 지금은 문화연대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생태 문화적 관점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스틸얼라이브Still Alive’의 행동 대장인 영은에게 디자인은 중요한 활동 도구인데요. 세상의 크고 작은 부조리에 균열을 내고 싶다는 영은의 담담한 이야기, 들어볼까요?

영은.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제 이름은 신영은이고, 지금 문화연대 사무처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더배곳 4기 출신이죠. 이상입니다.
너무 짧은데요. (웃음) 활동가에 대해 혹 설명을 해줄 수 있나요?
사람마다 정의가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제게 활동은 문화연대가 지향하는 가치에 위배되는 흐름과 현상이 사회에서 발생할 때 이에 대응하는 것이랍니다. 대응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발언, 반대, 대항, 물리적 충돌, 연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활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집에서 일기를 쓰거나 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도 혹시 활동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은 스스로 대응할 수 있고, 기부와 후원을 통해 단체를 지지하며 활동을 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직업활동가’가 맞는 것 같아요. 대중의 후원을 받아 현장에서 직접 움직이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요.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모두 현장에 나설 수 없으니, 이들을 대표해 움직이는 거죠.
영은은 PaTI 더배곳에 들어오기 전 편집 디자이너였다고 들었어요. PaTI 졸업 후 활동가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디자이너는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틈이 매우 좁고, 발언권도 거의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었죠. 제가 다녔던 회사의 수직적인 위계 관계도 한몫한 것 같지만, 이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해도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더군요. 결국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지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PaTI에 입학할 때 ‘삶을 디자인하는 학교’라는 슬로건에 끌렸고, 배곳에서 최대한 디자인과는 멀리 떨어져 코디네이터, 프로젝트 기획자 등의 역할을 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일을 도모할 때 훨씬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PaTI에서 깨닫고 나니 졸업 후 막막하더군요. 현실에서 이런 환경을 가진 회사를 찾는 게 무척 힘들거든요. 게다가 지금까지 쌓아온 전문성이 디자인에 많이 기울어져 있어서 다른 역할을 덥석 맡기엔 경험이 너무 적었고요. 그런 와중에 임정희 스승을 통해 이곳, 문화연대를 알게 됐어요. 마침 사무처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2019년부터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게 되었어요.

《2020 문화연대 온라인 정기총회》 웹페이지, 2020
문화연대 회원확대 캠페인 포스터, 2020
지금 문화연대에서 ‘스틸얼라이브’ 팀을 이끌고 있다고 들었어요.
기후위기대응운동모임 스틸얼라이브는 작년에 탄생했어요. 현재 총 7명으로 제가 생존 대장 역을 맡고 있답니다. 팀장의 다른 이름이죠. (웃음) 문화연대가 기후위기대응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기존 환경 운동과 비교해 방향은 유사해도 방식의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에요. 현재 기후 위기를 대중에게 말하고 보여주는 방식은 한정적인 경향이 있다고 봐요.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살 곳을 잃은 북극곰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이런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어느 순간 시민들도 익숙해지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오히려 위기감은 무뎌진달까. 사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어요. 그래서 기후 위기 시대에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생각해야만 해요. 저희는 생태 문화적 관점에서 기후위기대응을 하려고 해요. 문화적 관점이란 게 굉장히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삶을 이루는 생활 방식이 곧 문화이기 때문에 도리어 무척 현실적이라고 생각돼요. 현시대에 맞는 소통 방식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작년 스틸얼라이브의 활동이 궁금해요.
작년은 막 시작하는 단계라 연대 활동에 집중했어요. 우리나라 환경단체가 가장 많이 모인 기후위기대응연대기구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했죠.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정책언론팀, 조직교육팀, 액션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저희 스틸얼라이브 활동가들이 매팀마다 한 명씩 들어갔어요. 저는 정책언론팀을 선택했죠. 여기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토론회를 주관하는 곳인데 활동가분들이 제 디자인 능력을 필요로 하시더라고요. 혹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이라고 들어보셨어요? 나라 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건데요. 2016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를 선언했고 작년 12월까지 LEDS를 만들어서 시행하기로 약속을 했죠. 근데 우리 정부의 전략안을 살펴보니까 명목적인 부분과 실행 불가능한 것들로 가득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9월을 ‘집중 행동의 달’로 정해서, 말 그대로 모두가 집중적으로 대응하기로 했죠. 저는 이때 열린 캠페인 ‘우리는 살고 싶다’에 필요한 시각물을 모두 담당했어요.

기후위기비상행동 ‘우리는 살고 싶다’ 캠페인 포스터와 기자회견 모습, 2020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 《기후위기액션!》 워크숍 모습, 2020
‘우리는 살고 싶다’에서 영은이 맡은 디자인이 무척 궁금해지네요.
‘우리는 살고 싶다’는 9월 매주 진행됐어요. 첫 주에는 캠페인 시작 기자회견, 퍼포먼스, 토론회, 둘째 주에는 문화행사 ‘기후 위기를 넘는 행진 퍼포먼스’와 비대면 온라인 집회, 셋째 주에는 ‘기후비상선언결의안채택요구’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 마지막 주에는 마침 기후 행동의 날(9월 25일)이 있어서 전 지구적인 기후 행동의 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로 마무리했죠. 보통 이런 캠페인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하는데,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오프라인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했어요. 그렇다고 오프라인을 완전 쉬는 건 아니라 저는 먼저 오프라인 행사의 필수품인 피켓과 현수막, 퍼포먼스 도구로 쓰인 폴리스 라인을 만들었고요.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메인 웹 포스터를 비롯해 저희 주장이 자세히 담긴 웹자보, SNS를 위한 카드 뉴스 등을 디자인했습니다.
활동가로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문화연대에 들어올 때만 해도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진 않았어요. 뉴스도 거의 안 보는 편이었거든요. 하지만 문화연대 동료들과 다른 활동가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모여 끈질기게 활동하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죠. ‘우리는 살고 싶다’ 또한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뜻깊었어요. 둘째 주에 진행한 퍼포먼스는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신발을 기부받아 서울로7017 주변의 한 광장에 설치했는데요. 홍보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촉박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집회 날이 가까워진 상태인데도 신발이 많이 모이지 않아서 애간장이 탔어요. 목표로 삼은 신발 켤레 수의 ⅓ 정도 확보한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기적처럼 집회 이틀 전부터 신발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목표량을 넘겨버려서 행사 이후에 고생 좀 했어요. (웃음)

문화연대 회원확대 캠페인 포스터, 2020
영은은 활동가로 일하면서 디자인 능력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디자인 세계로 다시 돌아온 지금 상황이 당혹스럽지는 않은가요? 
문화연대에 들어왔을 때는 디자이너가 아닌 활동가로 일하고 싶었죠. 그런데 활동가마다 자신에게 잘 맞고, 잘 다루는 도구가 각기 다르더라고요. 논평이나 성명문을 잘 쓰는 사람, 집회에서 액션을 이끄는 사람을 보면서 저의 도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가진 디자인 능력을 활용해 의제와 활동을 시각화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활동 도구로서 디자인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활동을 시민에게 전달할 때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아요. 운동 의제를 만들면서 어려운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집회에서 시각물이 필요한 경우가 많거든요. 알다시피 디자인은 정보를 시각적으로 압축해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는 데에는 최적의 도구 중 하나예요.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면 저희 활동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개죠. 저희가 활동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추구하는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니 당사자인 시민들의 목소리, 의견, 지지가 굉장히 중요하답니다. 
영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디자인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생각나요. (웃음)
어떤 사회의 시스템을 잘 ‘디자인’한다면 정말 세상을 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 행위만으로는 사실 힘들죠. 대신 세상을 구하도록 유도하거나 다른 것과 함께 부분적인 역할은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문화연대, 2019
이제 PaTI 시절로 돌아가 볼까요. 영은은 더배곳 4기죠? 어떻게 PaTI를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KT&G 상상마당에서 최범 스승의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 PaTI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저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편집 디자이너로 사회 경력을 쌓았는데요. 글자를 계속 다루다 보니 타이포그라피에 대한 의문과 배움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어요.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방식, 디자이너로서 10년 뒤 모습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요. 그래서 시각디자인학으로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국내 교육 기관을 찾게 됐죠. 당시 이름난 학교들의 커리큘럼을 살펴봤는데도 제가 찾는 게 계속 채워지지 않는 결여감이 여전했어요. 그러다 날개의 행보를 쫓았고 결국 PaTI가 제 종착지가 되었어요.
PaTI에 입학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PaTI 웹사이트에 이런 소개 문구가 있었어요. ‘손을 쓰는 행위를 강조하고, 삶을 디자인하는 곳’.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머리는 편집자, 기획자에게 맡기고 저는 이들의 손 역할만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격지심 비스름한 감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 문구를 보니 손을 쓰는 행위가 매우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힘이 되더라고요.
실제 들어와 보니 PaTI는 어떤 곳이던가요?
모든 면에서 신선했어요.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동시에 예전부터 마음에 그려온 고향 같은 기분도 함께 들었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정서적인 유대감을 깊게 느꼈어요. 그래서 고향이란 표현이 떠올랐나 봐요. 더불어 지향하는 게 있다면 제가 에너지를 쓰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자유로운 곳이었죠.

〈Telling in color〉,  2018
모리츠 즈빔퍼 스승의 컬러 워크숍 수업 기록을 묶은 책 (디자인: 신영은, 곽지현)
영은의 PaTI 생활에서 기억나는 경험이 궁금합니다.
첫 학기 때 보고, 만나고, 경험했던 것들이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있어요. ‘내 공간 멋짓기’, 김인근 스승의 워크숍, 조현열 스승의 워크숍, 모리츠 즈빔퍼Moritz Zwimpfer 스승의 ‘컬러 워크숍’까지요. 김영나 스승의 《파티신문2》 수업에서는 수업 주제와 관련 없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제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사건도 있었어요. 그가 디자인한 리플렛 인디자인 파일을 우연히 열어보게 됐는데요. 열자마자 어떤 향기, 숨 같은 게 피어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영나 스승은 개성 있는 그래픽 작업으로 잘 알려진 분이잖아요. 근데 인디자인 파일에는 백지에 타이포그라피로만 채워진 상태였어요. 정성껏 짠 조판을 접할 때 사람이 감동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 후 제가 디자인을 하면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찾아올 때면 그때 그 느낌을 떠올리곤 해요. 

당시 더배곳 기둥스승이던 권민호 스승도 많은 영향을 줬죠. 제 작업을 늘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덕에 끝없는 고민의 원동력을 선사했죠. 하하하. (웃음) 작업 공간에서 함께 머무르며 생활했던 친구들과도 영향을 많이 주고받았어요.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2016년 《AGI Seoul》 행사를 준비하는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크고 작은 기적을 목격했는데요. 그때의 경험을 계속 곱씹으며 지금 일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당시 함께 했던 동료를 통해 일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고, 애정과 열정이 가득하고 지식이 샘처럼 흐르는 임정희 스승, 졸업 이후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예민한 미감의 소유자이자 디테일의 왕, 김건태 스승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도 제게 큰 영향을 미쳤죠.
혹 지금 PaTI에 다니는 배우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음. 제게 있어 PaTI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멋’ 아닐까 싶어요. PaTI는 멋을 짓는 곳이고 실제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다른 멋을 가지고 있거든요. 선명하게 드러나는 멋도 있고, 흐릿하거나 위태롭게 보이는 멋도 있죠. 결국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가꾸는 행위에서 그 멋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제가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요. 사실 평범한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세상에 과연 평범한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봐요. 얼굴 생김새부터 모두 다르니까요.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갈 때 몸과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활동가로서의 영은이 아니라, 디자이너 혹은 창작자로서 영은은 어떤 사람인가요?
뭐, 한 마디로 게으른 디자이너죠.

PaTI 재학시절 디자인한 포스터들
솔직해서 좋네요. 하하.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 몇 가지를 꼽아줄 수 있을까요?
먼저 3학기 때 들었던 조현열 스승의 편집 디자인 워크숍 포스터가 생각나네요. PaTI에서는 수업, 워크숍, 행사 때마다 배우미들이 포스터를 디자인하잖아요. 조현열 스승의 워크숍 포스터 담당이 저였어요. 제가 생각한 편집 디자인의 키워드는 ‘엮기’였죠. 시각적으로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예전에 모아둔 색감과 질감이 독특한 종이 자투리가 생각났어요. 사슬처럼 엮은 후 흰 종이 위로 종이 사슬을 떨어뜨렸죠. 편집 디자인의 기본은 대지니까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맥락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강원소식》, 2017
《강원소식》도 있습니다. 2017년 문화역서울284에서 공공 디자인을 주제로 열린 전시 《평창의 봄》 중 ‘먹고, 읽고, 연결하다’에 참여했어요.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에서 지역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를 연결하는 잡지 《다베루통신》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활동을 공공 디자인으로 해석해서 《다베루통신》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한국판 《다베루통신》인 《강원소식》 실험 호를 기획해 잡지와 영상으로 전시했죠. 잡지 제작을 위한 팀 구성, 생산자 선정, 현장 취재를 기획, 진행하고 다양한 시각 결과물로 정리했습니다.

농부시장 마르쉐@’ 디자인 리뉴얼 작업, 2019
채소시장 포스터, 명함, 농가 브랜딩 프로젝트 (사진: 농부시장 마르쉐@) 
아, ‘농부시장 마르쉐@(이하 마르쉐@)’도 있네요. 2019년 마르쉐@가 채소시장을 새로 열면서 포스터를 디자인하게 됐는데, 아예 마르쉐@ 그래픽 디자인 전체 리뉴얼을 맡았어요. 동네시장이나 대형마트, 백화점과 마르쉐@의 차이점을 고민하면서 마르쉐@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죠. 자기 방식대로 삶을 가꾸는 개인 고유의 멋이 있는 사람들이 찾는 시장이랄까요. 마르쉐@에서 제공한 사진 중 제 눈에 띈 것은 장바구니였어요. 사람들 얼굴이 각자 다른 것처럼 그들이 든 장바구니 형태와 크기도 제각각이더군요. 격주로 열리는 채소시장의 계절감이 느껴지는 배경과 장바구니를 든 사람의 모습을 메인 이미지로 정하고 디자인을 짜봤어요. 채소시장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마르쉐@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구분 짓기 위해 마르쉐@의 휘장 색을 활용한 로고를 만들고 명함과 쿠폰 등에 골고루 적용해보기도 했죠.
오. 탄탄한 포트폴리오! 디자인하는 활동가의 삶을 사는 지금은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어떻게 다를까요? 
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찾아내 확장하거나 깊게 파고드는 것이니까요. 일단 지금의 저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발언하고, 참여하고, 행동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AGI Seoul》 행사를 준비하면서, 2016
활동가로서 목표가 궁금해요.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요?
스스로 아는 만큼 실천하고 균열을 내며 살고 싶어요. 전 모르는 게 많아요. 하지만 알고 있는 수준에서 모른 체하기보다 우리 삶에 스며든 크고 작은 부조리를 마주하고 균열을 내는 거죠. 한 번에 성공하는 건 물론 힘들죠. 선배 활동가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조금씩 균열을 내고 다니는 것처럼 저도 지치지 않고 계속 두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은이 미래에 꾸리고 싶은 삶이 궁금합니다.
계속 움직이고, 천진난만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 사람을 비롯해 살아있는 것들을 분별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여유와 따스함을 품고 싶습니다. 고독하되 외롭지 않고 싶고요. 저로 인해 누군가가 외로워지지 않게 마음을 쓰고, 행동하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서투른 것투성이지만 생을 마감할 때 제 생애 중 가장 멋진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주세요!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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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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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선, 고영은, 구익환, 김경희, 김민규, 김성곤, 민병걸, 박은영, 박하얀, 반재성, 변영미, 신은향, 안상수, 안웅비, 안지용, 오동엽, 오진경, 이동국, 이지송, 임준, 장병인, 정구호, 정소현, 조희숙, 최창희, 홍선애, 홍채원
2021.3.25.나무날
인터뷰·글: 전종현  |  멋지음·빛박이: 박하얀 
영상 촬영·편집: PaTI 영상연구소 이형곤, 성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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