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7월의 마지막 주가 돌아왔습니다. 폭염이 정말 심해서 에어컨을 켜두어도 날씨를 이길 수 없네요. 중복은 지났지만, 말복은 아직이니 건강 꼭 챙기시길 빕니다. 이번 ‘마친배우미’ 소식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동렬(전동렬)입니다. 동렬은 아주 매력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친구예요. 이미 여러 기업과 협업했죠. 세계적인 잡지인 《모노클》에도 실렸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동물자유연대’에서 일하며 귀여운 개와 고양이 그림을 회사 일에도 쓰고 있답니다. 퇴근 후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아깝지 않냐 물어보니 지금 작업을 잠시 멈춘 상태라고 해요. 창작자로서 겪어야 할 고민이 찾아와버린 동렬. 다들 저마다의 고민에 빠져드는 시기, 회사 생활 1년을 맞이해 동렬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동렬 안녕하세요! 우리 서로 처음 만난 것 같아요. 동렬은 한배곳 몇 기인가요?
2기로 입학했는데 1학년을 마치고 바로 군대에 갔다가 복학해서 3년을 내리 다닌 후 2020년 2월에 PaTI를 마쳤어요. 총 6년 동안 PaTI에 머물렀네요. 1학년 때 PaTI를 다닐 때는 학교에 1기, 2기, 이렇게 두 학년밖에 없었어요. PaTI가 시작하는 초기 단계였으니까요.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해서는 상황이 달랐죠. 이런 말이 알맞을지 모르겠지만 마치 ‘전학 온 느낌’이랄까요. (웃음) 다음 질문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제 어떤 걸 물어볼까요. 일단 동렬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지금 동물자유연대에 다니고 있어요. 이곳은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는데요. 특히 학대당하는 동물을 구조해서 쉼터에서 보호하고, 그 동물들을 치료해서 입양 보내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2020년 7월에 입사했으니 졸업하고 얼마 안 돼서 들어간 첫 직장이네요. 동물에 관심이 많았나 봐요.
솔직히 털어놓으면, 평소 ‘동물권’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정도로 동물 복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깊지 않았어요. 그러다 연이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변화가 찾아온 것 같아요. 2019년 길 한가운데에서 로드킬을 당한 개를 보게 됐어요. 피를 흥건히 흘리며 숨을 헐떡거리는 데 너무 놀라서 핸드폰으로 검색해 어딘가로 전화를 했는데 갑자기 개가 피를 쏟아내더니 숨을 거둬버렸어요. 이제 어떻게 하지, 당황하던 제게 전화로 얘기하던 분이 그냥 놔두고 가면 자기들이 후처리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게 됐는데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개를 두고 오는 게 맞았을까?’ ‘개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주변에서 뭔가 독극물을 먹은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죽은 고양이가 발견됐어요. 이번에는 제가 직접 뒷산에 고양이를 묻었는데요. 마음속으로 질문이 자라나더군요. ‘동물들은 왜 이리 다치거나 죽는 것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야 할까, 그리고 이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마친 환경운동연합에 다니는 친구가 이곳, 동물자유연대를 알려줬어요. 채용 공고가 떴는데 한번 일해보면 어떻겠냐고요. 당시만 하더라도 제 만족을 충족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다가 죽은 동물들을 연이어 보면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됐고, 이제 다닌지 1년이 되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웰컴키트, 2021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어떤 일을 맡고 있어요?
동물자유연대는 꽤 큰 조직이고 하는 일도 굉장히 다양해요. 20여 명의 사람들이 사회변화팀, 정책팀, 위기동물구조팀, 모금홍보팀, 미디어팀 등으로 나눠서 일하고 있어요. 저는 미디어팀에 속해 있는데요. 다른 팀에서 나오는 각종 결과물을 이미지화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죠. 예를 들어, 어디서 토끼를 구조할 일이 있으면 위기동물구조팀이 가서 구조해오거든요. 그 상황과 저희가 취한 행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정리해서 미디어팀으로 보내줘요. 그럼 저는 그 토끼 구조 사건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카드 뉴스를 만드는 거죠. 혹 찍어 놓은 영상도 있으면 편집을 거쳐 온라인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요. 실제 미디어팀에서는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없어요. 다들 활동가라고 호칭하죠. 이렇게 각 사업부서가 정리해주는 걸 시각화하는 게 제 일상적인 일이고, 시간이 있을 때는 동물자유연대를 브랜딩하는 방법을 고민하거나, 동물과 관련해 다가오는 이슈들을 살피면서 놓친 것이 있으면 재가공해서 내보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리플렛, 연차보고서, 홍보물을 만들기도 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은 입양을 장려하는 포스터였어요. 저희가 학대받는 동물들을 구조해 보살피는 ‘온센터’라는 쉼터를 남양주에 운영하고 있는데요. 돌아가는 시스템이 은행에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거랑 비슷해요. 쉼터에 있는 동물이 입양되어 방이 빠져야 새로운 동물을 구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입양이 굉장히 중요해요. 입양을 활성화하는 홍보물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센터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가상의 영화 포스터를 만들었어요. 동물이 주인공이 된 가상의 영화 시나리오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는데, 보통 다른 곳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방법이었어요. 제 기술과 능력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 생각하다 나온 결과였죠. 신규 후원자에게 전달하는 웰컴 키트를 만들 때 엽서와 핀 버튼, 연차보고서를 제작했는데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잘 몰라서 배워가면서 만들었어요.

동물자유연대 입양장려 포스터, 2020

  • 동렬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간 동물자유연대 머그컵, 2020
동물자유연대에서 만든 컵 중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려진 게 굉장히 좋았는데요. 이건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저희는 1년에 한 번 달력을 만들어요. 2021년도 달력을 2020년 겨울에 만들었는데 탁상 캘린더였어요. 한 면에는 날짜가, 한 면에는 온센터에서 입양을 간 개와 고양이의 행복한 모습을 담았어요. 보셨던 컵은 이 탁상 캘린더를 10개 사면 주는 특별 사은품이었어요.
저는 이게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왜냐하면 동렬이 평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대로 쓰였더라고요.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이렇게 영역을 넘어오면 곤란하지 않나요?
질문을 받기 전까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건이라...아마 당시 그런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물론 분리하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큰 고민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무언가 만드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요즘 제가 상업적인 일을 쉬고 있기도 해서요.

동물자유연대 연차보고서 및 기타 홍보물, 2021
동렬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팔로우도 많고, 상업적인 일도 많이 하는 거 같던데, 요즘 들어 포스팅이 끊겨서 이유가 궁금했어요.
제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되었어요. 근데 주도적으로 작업하기보단 의뢰가 들어오는 것만 받아서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리는 데 허무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오래전 일어난 감정은 아니에요. 한 두 달 정도 전부터 마음이 그렇게 흐르다 보니 그때부터 상업적인 일을 받지 않고 있어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 과연 어떤 걸까, 일단 멈춰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그래도 옛 작업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아요? 예컨대 《모노클》작업처럼. (웃음)
벌써 2018년이네요. 평소에 《모노클》을 재미있게 보면서 여기에 한 번 내 작업이 실려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했는데 어느 날 정말 마법처럼 메일이 날아온 거에요. 《모노클》에서 한국 특집호를 낼 건데 어떤 기사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달라고요. 저는 엄청난 기대에 부풀었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참여한 기사가 엎어졌어요. 대신 얼마 후 다른 기사 건으로 다시 참여 요청이 오면서 결국엔 《모노클》에 제 그림이 실렸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깜짝 놀랐어요.

《모노클》 112호, 2018
《모노클》말고 기억나는 작업이 또 있나요?
아무래도 가장 요즘에 한 작업인 것 같아요. 농심에서 일력을 만들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계기도 되게 신기한데, 제가 졸업 작업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에세이에 집중해서 마무리했는데요. 그걸 본 담당자분이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보게 됐고, 같이 일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했다는 거죠. 농심에서 요구한 미션은 생각보다 엉뚱했어요. 일력에 라면이랑 관련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달라는 거였어요. 일력이 총 365장이니까 그림도 365개! 양에 비해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못하겠다고 말했는데, 결국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세 분과 함께 1/4씩 나눠서 한 사람당 90여 장씩 그렸어요. 라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 먹는 모습, 라면에 관한 추억, 라면 하면 떠오르는 상징 등 라면이란 한 가지 소재에 대해 100가지 가까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게 엄청 힘들면서도 신기했죠. 창작에 도움이 되라고 농심에서 나오는 다양한 라면을 모은 세트를 무진장 보내줘서, 라면 먹으며 생각하고, 그리고, 작업하다 다시 라면 먹고 그랬어요. 그 라면 아직도 남아서 어제도 먹었답니다.

2021년도 농심 일력, 2021
자, 우리 이제 PaTI 때로 돌아가 볼까요. 동렬은 PaTI를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였는데요. 점프 수트를 입은 누군가가 들어와서 카페 내부에 포스터를 붙여도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바로 PaTI 설명회를 알리는 포스터였죠. 궁금해서 찾아보니 PaTI의 활동이나 결과물이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했어요. 자기가 쓸 책상을 직접 제작하고, 본 적도 없는 이미지를 만드는 여기에서 뭔가 재미있는 걸 배울 수 있겠다,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까지 하게 됐죠. 기존에 그림이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상태라,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핸드폰 메모장으로 그림을 그려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답니다.
막상 들어오니 기분이 어떻던가요. 2기 배우미들과 1년간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그때는 만들어내는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실크스크린을 찍는다고 두성집에서 몇 시간씩 지내기도 하고, 밤새 무언가를 자르거나 용접을 하는 등 ‘잘 모르지만 일단 같이해보자’는 정신 같은 게 있었어요.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진 배우미들과 한 팀이 되어 움직였던 기억이 오래 남아요. 그런 신나는 에너지를 앞으로 다시 느껴볼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군대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니, 마치 ‘전학 온 것 같다’라고 말했지만, 3년을 더 다녔으니 적응을 잘했을 것 같아요. 혹 떠오르는 수업이나 사건 같은 게 있나요?
임고은 스승이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그전까지만 해도 저는 디자인이란 최종적인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과물에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었죠. 그런데 수업을 통해 배우미들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정말 많았어요. 갈등 상황에서 소통하는 방법이라든가, 공동의 우선순위를 함께 선정하는 것,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다시 목표를 바로 잡는 툴 같은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결과물만 보며 나아갈 때 놓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 베이직하우스《안중근 티셔츠 그래픽 디자인 공모전》수상작, 2015
  • PaTI의 규찬과 참여해 부상으로 하얼빈 역사 기행을 다녀왔다.

〈성냥갑 영화관〉, 2017
제가 소문을 들었어요.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날개, 파티》 전시를 할 때 동렬이 성냥갑으로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을 했다고요.
아, 그건 동기인 은정이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저를 보고 뭐라도 해보라며 제안한 덕분에 만들게 된 것인데요.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과 대사를 성냥갑 면에 그려 넣어서 총 24종의 ‘성냥갑 영화관’ 세트를 제작했어요. 전시에 선을 보이는 중 반응이 좋아 서울시립미술관 굿즈 샵에서 판매를 하게 됐고, 입점을 원하는 곳이 조금씩 늘어나서 크라우드펀딩까지 진행하게 되었어요. 성냥갑 영화관을 매개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은정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함께 무언가를 하자고, 해보라고 말해주던 사람들이 PaTI에는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런 관계야말로 정말 소중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에세이에 집중한 졸업 작업 이야기도 궁금해요.
3학년 1학기에 임정희 스승의 에세이 수업을 들었어요. 글을 쓰는 것에 재미가 붙을 때라 일단 당시 쓰던 것을 계속 써보고 싶었죠.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만의 글이 아니라 누군가 볼 수 있는 글로 바꿔서 전시의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책을 만들게 됐어요. 졸업 작업을 기회 삼아 개인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다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시선이 자꾸 제 내부로 향했는데, 졸업 작업을 끝내고 나서는 외부를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제 제 안에 있는 건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만약 졸업 작업을 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작업을 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기에 졸업 작업은 너무 아쉬운 기회 같거든요.

PaTI 졸업 작업 〈드라이브〉를 전시한 모습, 2019
혹 지금 PaTI를 다니는 배우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해도 될까요?
저는 수동적인 사람이라 많은 사람의 도움을 통해 겨우 졸업할 수 있었어요. 수동적인 태도는 관계든, 결과물이든, 결국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는 거 아닐까 해요. PaTI는 정말 좋은 동료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광장이라고 보는데요. 좋은 동료를 구하고 동시에 나 자신이 좋은 동료가 되는 것, 이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GOODDAYCLUB〉, 2018
세월호 휴대폰 케이스, 2018
요즘 자기 작업을 잠시 멈춰보니 어때요?
멈추어보니 지금까지 했던 작업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살펴보니 모든 작업이 다 클라이언트가 먼저 의뢰한 종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진행한 작업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니까 지금은 뭔가 일을 벌일 때가 아니란 게 더 확실해졌죠. 이런 현상에 대해 더 깊게 의문을 품고 고민해야 할 순간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고민해보니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내가 꼭 디자이너이어야 할까, 일러스트레이터여야 할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곤 해요.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저는 좋은 위치로 나아간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내가 지금까지 혼자서는 무엇을 한 걸까 생각이 드니 이제부터라도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건지 자발적으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부의 힘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저 혼자서도 충분히 프로젝트를 끌어가는 독립적인 창작자가 되고 싶어요. 보통 사람들은 혼자서 작업을 하다가 여러 운이 맞물리면서 클라이언트 일을 하게 되는데, 저는 오히려 클라이언트 일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저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는 단계가 결여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고, 당분간 계속 고민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일단 다음 계획을 세우기 전에 하루를 무기력하지 않게 돌릴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 속에서 다음 스텝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제가 가진 역량에 대해 파악하고, 어떤 쪽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혹은 나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고민이 마무리되면 동렬이 어떻게 바뀔지 무척 기대되네요. 혹시 예상가는 모습이 있나요?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계획 밖에서 일어난 일들이라서 그런지 생각하기에 더 어렵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요. 일단은 여러 곳에서 경험과 실력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최종적으로 제가 스스로 기획하고 작업하는 형태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죠. 지난 1년간 시민단체의 활동을 경험했으니, 이제 전혀 다른 쪽으로 나아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홍콩 패션 뷰티 매거진 《MILKX》, 2018
내년 7월이 궁금해집니다. (웃음) 혹 동렬에게는 꿈이 있나요?
‘꿈’이라고 얘기할 만한 목표나 목적지가 아직 없어서 지금 바로 답을 하기엔 힘들지만, 이제 곧 생기지 않을까요? 지금은 꿈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보는데, 아마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닐 것 같아요.
마음속에 간직하는 인생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독립’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여기에서 독립은 ‘혼자서 살아간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는 가치에 기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껏 해주세요!
PaTI에서 저는 어디서도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디자인이라는 필터를 통해 다양한 삶의 태도와 방식을 목격했죠. 개인적으로 정말 크게 성장할 기회였고, PaTI에서 경험한 그 어떤 것도 실패라고 다가오지 않아서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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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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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29.나무날
인터뷰·글: 전종현  |  멋지음·빛박이: 박하얀
영상 촬영·편집: PaTI 영상연구소 이형곤, 성하은, 장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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