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가 돌아왔습니다. 시원한 가을이 온다 싶었는데 벌써 동장군이 내려오는 느낌입니다. 모두들 감기와 코로나19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마친배우미’ 소식 열일곱 번째 주인공은 소이(강소이)입니다. 소이는 더배곳 4기로 들어와 지금까지 북 디자인에 흥미를 느꼈는데요. 꼼꼼하고 정성스레 작업하고 싶은 마음에 창작자의 물건을 모아 판매하는 플랫폼 ‘소금까치’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무사히 가려면 응원이 필요할 텐데요. 그의 꿈과 열정이 실현되기를 기도해봅니다. 그럼 소이의 이야기로 출발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소이. 처음 뵈어요! 더배곳 4기라고 들었는데, 그럼 언제 졸업한 거죠?
2017년에 졸업했고, 더배곳 졸업으로는 두 번째였답니다.
어라. 기수는 4기인데 어떻게 두 번째로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아, 그땐 더배곳이 학기제였어요. 4학기째 입학을 한 거라 더배곳이 생긴 이래 두 번째 해의 가을 학기에 들어온 거죠. 그래서 3기와 함께 졸업해서 2번째 졸업식을 치렀어요.
오. 그럼 더배곳 초기 멤버네요. 소이는 어떤 디자인에 관심이 많나요?
사실 가리지 않고 다 하는 편이죠. 일러스트레이션, 웹사이트 디자인, 편집 디자인, 북 디자인 등이요. 근데 일을 하다 보니까 북 디자인 쪽에서 일이 많이 들어와서 그 방향으로 포트폴리오가 쌓이네요. 그래도 다른 일도 놓치지 않고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북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제가 졸업 전부터 PaTI 멋짓공작소에서 하얀과 함께 일을 했었는데요. 한 1년 정도? 편집 디자인을 주로 했지만, 북 디자인을 처음으로 한 건 멋짓공작소 작업을 통해서였어요.

자음과모음 2016년 여름호
처음으로 한 북 디자인을 기억해요?
기억하죠. (웃음) 자음과모음에서 나오는 계간지인 《자음과모음》이었어요. (자리로 책을 가져오며) 지금 확인해보니 2016년 여름호네요.
혹시 이 책을 디자인할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편집자가 원하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최대한 맞춰서 작업하려고 노력했던 책이었어요. 일단 처음으로 하는 북 디자인이다 보니 대지에서 표지로 넘어갈 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던 게 기억나요. 표지에 박이 들어가는 경우라 프로세스가 늘어났었고, 책등의 높이를 어떻게 맞추는지, 책 뒤에 바코드가 들어가는데 혹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게 떠오르네요.
첫 북 디자인에서 어떤 재미를 느꼈어요?
일반 리플렛이나 편집 디자인과는 다르게, 작가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의 겉표지를 디자인하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또한, 도서관에서 제가 작업한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꽤 뿌듯한 일이었죠.

『독이 서린 말』 표지 작업, 2017
사계절출판사와 PaTI의 산학 프로젝트로 진행한 로욜로 시리즈’ (사진: 사계절출판사)
그때 이후로 북 디자인을 꾸준히 한 거로 알고 있어요.
《자음과모음》 계간지 이후 오진경 스승과 배우미가 함께 진행하는 ‘욜로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북 디자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욜로욜로 프로젝트는 오진경 스승이 의뢰받은 여러 권의 책을 배우미마다 배당하고, 각자 책 한 권을 온전히 소화하는 종류였어요. 그래서 책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에 대해서 빠짐없이 배울 수 있었고, 전에는 가볍게 맛만 보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북 디자인이 갖춰야 할 꼴을 모두 경험하는 느낌이었어요. 오진경 스승도 굉장히 열성적으로 노하우를 알려주려 힘썼죠. 저는 사계절출판사에서 발간한 『독이 서린 말』이란 번역 장편소설을 맡았어요.
아, 그 후에 디자인 회사에서 1년간 일한 거군요. 어떤 곳이었어요?
다양한 디자인을 소화하는 곳이었어요. 편집 디자인도 하고 로고도 하고 박물관에 들어가는 기념품과 도록 등이요. 특히 북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했어요. 교과서 디자인, 공공기관과 관련한 백서도 만들었죠. 처음 들어갔을 때 열린책들에서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이란 소설을 디자인했는데요. 입사하고 나서 바로 한 거라 여력이 좀 부족했어요. 그래서 과거에 만들어놨던 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 퇴사할 때까지 한 9권 정도를 디자인했던 것 같아요.

『잠』, 2017
1년간 9권의 책을 디자인하는 건 보편적인 상황인가요?
사실 제가 출판사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한 게 아니라서 보편성에 대해 말하긴 좀 애매한 것 같아요. 회사에 워낙 일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 오히려 저는 다른 사람보다 적게 한 편이었어요. 하하. 그래도 제게는 꽤 업무량이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 서로의 취향이 확고했던지라 회사를 나온 후 좀 쉬게 되었어요. 그러다 오진경 스승에게 일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몇 개월 도와드리기도 했고요. 그 후에는 ‘가갸날’이라는 출판사와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그쪽 북 디자인을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한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떤 거예요?
사실 조금씩 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어서 뭔가 딱 꼽기가 어렵긴 한데요(웃음) 그래도 제게 의미 있는 책을 꼽으라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와 『평양냉면』이에요. 공교롭게도 모두 가갸날에서 발간한 책이네요. 사실 저는 북 디자인을 할 때 시간을 많이 투여하는 걸 좋아해요. 보통 책을 볼 때는 본문으로 직행하잖아요. 그래서 그 사이에 있는 차례나 도비라 등 도입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을 때가 많은데, 저는 오히려 이런 부분을 정성스럽게 만들면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였어요. 표지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인지 처음으로 제대로 만들었던 『독이 서린 말』이 아직 좋기도 하거니와, 가갸날이 의뢰한 책들이 제가 지향하는 북 디자인과 서로 방향성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2019
『평양냉면 - 식탁 위의 문학 기행 2』, 2018
『바르셀로나 공기의 절반은 담배 연기다』, 2018
그럼 PaTI 졸업 이후로 계속 북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건가요?
북 디자인만 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다른 분야보다 책을 만드는 게 좀 더 포트폴리오상에서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제가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독립하고 나서, 중국 화장품 패키지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정치 사무소의 일을 맡기도 했거든요. 일러스트레이션과 웹사이트 디자인도 했었고. 그때는 꽤 다양하게 일을 했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걸 준비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예 디자인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어서 최소한으로 디자인을 하는 상황이에요.
그렇게 말하니까 흥미진진하네요. 소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제가 지난 2019년에 결혼을 하면서 직접 청첩장을 만들었는데요. 그걸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리니까 돌고 돌아서 청첩장 의뢰가 꽤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근데 클라이언트가 대부분 신혼부부였거든요. 회사가 아니다 보니 비용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아졌죠. 저는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포장까지 신경 쓰고 싶은 경향이 있는데, 대량 생산을 하면 그런 세심함이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이 간극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다가, 아예 이럴 거면 소량이지만 높은 퀄리티의 작업을 인쇄해서 사업화할 방법을 모색해보게 되었어요. 더불어 디자인을 하다 보니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충족하는 서비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더 저만의 작업에 대한 욕심이 생겨난 것 같아요.

청첩장 작업, 2020
준비 중인 사업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일단 이름부터 궁금한걸요.
이름은 ‘소금까치’예요. 그 유래는 단순하고 명확한데요. 지금 작업실이 위치한 염창동이 옛날에는 소금 창고가 있던 곳이래요. 그래서 거기에서 소금을 따왔고, 함께 일하는 PaTI 더배곳 동기인 곽지가 저보다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여러 물건을 바잉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곽지의 별명이 까치라서, 두 단어를 붙인 소금까치를 이름으로 삼았답니다.
상품을 바잉하는 거면 디자인 일보다 좀 더 큰 건가요?
제가 디자인한 작업을 판매하고, 다른 창작자의 작업도 다루는 온라인 숍을 기획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일본에서 가져오는 상품도 있을 거고, 아트 포스터 같은 것도 올라갈 거랍니다. PaTI 친구들의 작업도 가져오고 싶어요. 최종적으로는 오프라인 숍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랍니다.
지금 당장 당면한 목표는 뭘까요?
숍이다 보니 물건을 충분히 갖추는 게 필요해서 지금은 작업에 전념하고 있어요. 주로 새나 자연물을 대상 삼아 스케치를 하고, 수작업 느낌을 강조해 실크스크린이나 박을 찍어서 봉투와 포스터 등을 만드는 중이랍니다. 물건 가짓수도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소금까치를 준비하면서 혹 힘든 점은 없었어요?
잠시만요. 일단 다 힘들어서...하하. 최근 일을 상기해보면, 소금까치도 하나의 브랜드이다 보니 그만의 톤앤매너를 확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마음이 쓰여요. 작업을 제작할 때도 최대한 수작업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에 걸맞은 공정을 알아보고 다니는 데 쓰이는 시간도 많고요.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연차가 점점 쌓여도 제자리를 돈다는 느낌이 오곤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이를 더 먹었을 때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많았어요. 소금까치는 제가 직접 작업하고 운영하는 브랜드이다 보니까 그런 류의 회의감에 빠지는 경우가 줄어든 느낌이에요.

소금까치 작업들, 2021
자, 그럼 우리 PaTI 생활로 돌아가 볼까요. 소이는 PaTI를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어요?
PaTI 소식은 2012년쯤 얼핏 알고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웹 디자인 회사에 잠시 다녔는데, 웹이라는 매체가 저랑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편집 디자인 쪽으로 이직을 준비했어요. 그때 PaTI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림책 출판사와 PaTI 중 고민하다 결국 PaTI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더배곳 초기였다 보니 궁금한 것도, 걱정되는 것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나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거리는 데 사실 PaTI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것 같아요. 아직 스스로 중심이 잡히지 않은 20대 입장에서, 생긴 지 1년 남짓 되는 학교에 입학하는 건 고민이 되는 결정이었죠. 게다가 사회 경험이 많지도 않았고, 어떤 주제나 공부를 깊게 파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입학을 결정한 계기는 입학설명회에서 들은 ‘일하는 학교’라는 단어 덕분이었어요. 학교에 들어온 프로젝트에 배우미들이 참여할 수 있으니 공부를 하면서도 실무를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PaTI에서 겪은 경험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스승, 혹은 자유롭게 꼽아줄 수 있을까요?
수업으로는 오진경 스승의 북 디자인 매뉴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1년 넘게 더배곳 동기들과 북 디자인 매뉴얼이라는 책을 만들고, 그 원고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북 디자인을 공부했죠. 결과적으로 책은 나오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작업실을 함께 쓰는 친구들과 친해졌고 오진경 스승에게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당시에는 경험이 부족해서 사실 이해가 안 되던 것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실무를 하면서 ‘아, 이게 이런 뜻이었구나’ 깨달을 때가 많았어요. 참 귀한 시간이었는데 좀 더 치열하게 할 걸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2015년 PaTI가 참여한 ‘타이포잔치’도 기억에 남아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동안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하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때만큼 힘들었던 프로젝트는 없었던 거 같아요. 배우미들, 그리고 켈리 스승과 주제부터 원고, 벽돌 생산, 설치, 철거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과 쓸데없는 책임감에 짓눌려 막막했죠. 물론 모두 끝나니 그만큼 보람도 있었지만요...지금 생각하면 몇 페이지 되지 않는 리플렛이었지만, 추운 큰 집에서 켈리에게 인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배우며 작은 리플렛을 계속 고쳐나갔던 때가 종종 생각나요. 당시에 저는 저 자신만 힘들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켈리가 생초보 학생을 이끄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수업도 수업이지만, 상주하는 스승 및 배우미들과 카페에서 잡담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게 더 기억에 남곤 한답니다. 또 날개집에서 조교를 했을 때, 하얀과 함께 멋짓공작소에서 일했을 때 수업보다 더 많은 걸 경험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연구 주제를 가지지 않고 PaTI에 들어왔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예요. 멋짓공작소에서 일할 때는 하얀이 몇 번씩이나 프린트를 계속하면서 기본적인 명함 디자인 연습을 돕고 메일 쓰는 방법까지 알려줬어요. 그게 항상 고맙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PaTI가 참여한 타이포잔치 책벽돌 프로젝트 설명서
이제 당신도 책으로 벽돌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15
PaTI 이야기에서 졸업 작업을 빼놓을 수 없죠. 소이의 졸업 작업은 어땠나요?
더배곳 초기라 참고할 만한 책도 없었고, 분량이 많은 책을 만들어 졸업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더배곳 친구들과는 다르게 제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적다는 것도 문제였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1차 심사 때, 어설프게 만들었던 더미가 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진경 스승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겨우 완성했어요. 이미지를 먼저 만들고 그 후에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식이었죠. 책은 그림책으로 완성이 됐어요. 고양이의 시점으로 제 공간과 저를 관찰한다는 내용인데요. 소금까치를 시작한 이유도 그렇고, 저는 제 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라 무의식중에 쓴 이야기지만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풀려나갔던 것 같아요.
소이가 생각하는 PaTI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자유롭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들과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단점으로는 자유로운 만큼 체계가 덜 잡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스스로 잘 이용하면 커다란 장점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배우미가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요.
혹 지금 PaTI를 다니는 배우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PaTI는 자유롭고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엉겁결에 시간이 훅 지나가는 곳이라고 느껴요. 저만 해도 제 주제를 갖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 적이 있기에 그 부분이 더욱더 아쉬워지더라고요.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찾고, 많은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더배곳 시절에 했던 작업이 연이 되어 일이 들어오기도 하고, 이를 응용해서 사용하기도 하거든요.

PaTI 졸업작업 고양이로소이다, 2016
소이는 지금 소금까치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상적인 첫 모습은 어떨까요?
아직은 론칭이라는 단어가 거창해요.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걸 온라인으로 작게 시도해보려고 하는 상태니까요. 론칭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는 정식으로 오프라인 숍을 열었을 때 같아요. 아름다운 이미지와 오브제가 존재하는 잡화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오래된 가게 있잖아요. 아름다운 물건과 오래된 공예품이 있는...그런 숍이었으면 해요.
소금까지는 소이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디자인은 보람도 생기고 재미도 있는데 일이 끝나고 나면 종종 허무함을 느끼곤 했어요. 제 경험이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디자인에 창작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결국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봐요. 소금까치 일을 하면 그런 허무한 감정이 조금 중화되는 것 같아요. 직접 제작하면서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많지만,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 완성도를 올릴 수 있는 점이 좋아요. 더불어 소금까치 일을 하다가 클라이언트 일을 하면 다시 재미가 생기기도 하고요.
소금까치의 미래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저는 시야도 좁고 먼 미래를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라 아직 미래 모습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상상도 잘 안 되고요. 시작하고 무언가 틀이 잡히면 상황에 맞춰 움직일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바라는 건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종이를 활용한 오브제를 만들어 소금까치의 물건을 생산하고, 물건을 파는 공간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그 공간을 제가 하나하나 관리할 수 있는 한에서 운영하는 거랍니다. 디자인 일을 하면서도 소금까치를 통해 제 이미지가 들어간 상품을 판매하고,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꼭 소금까치가 아니더라도, 소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궁금해요.
우선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다만 일을 하면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요. 멀티 플레이가 잘 안 되는 성향이라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다 보면 제 생활이 엉망진창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려운 일이란 걸 알지만, 시간 여유가 있고,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소홀하지 않고, 순간순간 기분 좋게 지내고 싶어요.
소이의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글쎄요. 아직 미래를 위해 무언가 하는 건 딱히 꼽기 힘들어요. 사실 미래를 위해 독서를 한다고 치면 제 성격상 책 읽는 행위를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게 되거든요. 뭐든 목적이 붙게 될 때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돈과 관련된 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축과 재테크?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또래보다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좀 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금까치를 제외하고 소이가 더 해보고 싶은 창작 활동이 있나요?
지금은 여유가 되지 않지만, 언젠가 유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PaTI에서 하얀이 자화상 수업을 진행할 때 유화를 처음으로 접했는데, 그때 그 시간이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완성도나 상품성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재미를 위한 그림을 그려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주세요.
PaTI에 있는 배우미와 스승들, 모두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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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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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8.나무날
인터뷰·글: 전종현  |  편집·발행: 박하얀
영상 촬영·편집: PaTI 영상연구소 성하은, 장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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