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11월의 마지막 주가 돌아왔습니다. 위드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경쾌함과 불안함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조금 더 넓어진 바깥 활동을 조금 더 안전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번 ‘마친배우미’ 소식 열여덟 번째 주인공은 월로비(윤우석)입니다. 월로비는 한배곳 5기로 들어와 음악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는데요. 올해 초 졸업하기도 전에 음원 유통사인 포크라노스에 들어가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9개월 차 신입 사원이랍니다. 음악과 연관된 인생담과 PaTI를 위한 다양한 조언을 해준 월로비에게 고맙다는 말과 전하며, 어서 월로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까요? 안녕하세요. 월로비. 반가워요! 저희가 마지막으로 본 게 ‘파주자유음악잔치’ 할 때였죠? ‘파주자유음악잔치 2019’를 마무리하고 파주 지역 신문에 실릴 내용에 대해 인터뷰를 한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무언가를 보여주며) 이거 기억나세요? 파주자유음악잔치 스태프 목걸이, 티켓, 당일에 썼던 타임테이블 등을 버리지 않고 다 가지고 있답니다. 제가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해요. 사실 참여했던 파주자유음악잔치 3회분의 굿즈를 모두 가지고 있죠. 와. 정말 대단하네요. 음악에 대한 월로비의 열정은 기억에 선하죠. 그래서 PaTI 졸업 후 음악회사에 입사하게 된 거군요. 정확히 말하면 음악회사가 아니라 음원 유통사인데요. 이름은 포크라노스랍니다. 포크라노스는 무슨 뜻인가요? 특별한 뜻이 있기보단 회사를 창립할 때 포크레인과 공룡을 결합해 포크라노스라고 정했다는 전설이 내려와요. (웃음) 월로비가 다니는 포크라노스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포크라노스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음원 유통사에요. 뮤지션에게 자료를 받아서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플랫폼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죠. 개인이 직접 음원을 유통하기에는 음악 시장이 너무 커서 유통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랍니다. 그런데 포크라노스는 전통적인 유통사와는 조금 달라요. 저희는 유통사 역할은 기본으로 깔고 더불어 인디펜던트 뮤지션이 특정 회사나 기획사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생하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있어요. 듣기에 무척 낭만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일을 하려면 규모가 커야 하지 않을까요? 아. 포크라노스는 독립적인 회사이지만 모기업이 따로 있어요. 매직스트로베리 주식회사라는 기업에 속해있죠. 매직스트로베리 주식회사에서 기획사 역할을 하는 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고요. 공연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캐스퍼 라이브란 회사도 있고, 유통 부분은 포크라노스가 맡고 있습니다. 그 외에 책방도 운영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답니다. 월로비에게 딱 어울리는 곳이네요! 예전부터 음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그렇죠. 음악에 관해 얘기하려면 제 청소년 시기까지 되돌아가야 해요. 저는 16살까지 장래 희망이 과학자였을 정도로 이공 계열 학교로 진학하는 미래가 당연히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전주에 있는 자립형 사립고에 들어가게 됐고요. 그곳은 전국에서 날고 긴다는 얘들이 다 모인 데라서 다들 1등만 하던 친구들이었어요. 근데 같은 학교에 다니면 당연히 등수가 나뉘잖아요. 제가 인생에서 가장 낮은 등수를 받게 된 게 바로 그때였어요. 처음으로 바닥이란 걸 경험했는데 아쉽게도 당시 그 상황을 극복하기엔 너무나도 힘이 들었죠. 대신 저를 구원한 게 바로 힙합 음악이었어요. 왜 힙합인가요? 힙합 음악은 자신의 치부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멋’인 장르에요. 힙합을 계속 들으며 가사를 접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치유한 경험도 있었고, 더 나아가 저도 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죠.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힙합 가사를 엄청나게 썼어요. 공부는 뒷전이었죠. 학교에서 랩 한다는 녀석들을 몇 명 만나서 같이 노래도 하러 다니고 곡도 쓰면서 힙합에 푹 빠지게 됐어요. 그러다가 하필 고3 때 제 얘기를 쓰고 싶다는 수준을 넘어서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기게 된 거예요. 혹 부모님이 반대하진 않으셨나요? 하하.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하는데요. 수능 40일 남았을 때 부모님이 전주에 내려오셨어요. 우리 아들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소고기 사주신다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은 제가 음악의 ‘ㅇ’자에도 관심이 없는 거로 아셨거든요. 고깃집에서 고기를 익히고 있을 때 제가 부모님께 할 말이 있다면서 운을 뗐어요. “엄마, 아빠. 저 이제 공부 안 하고 음악 할래요. 이번 수능 때려치우고 1년 실기 준비해서 음대 작곡과에 들어갈게요.” 바로 그때 고기 익는 소리만 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정적이 아직도 기억나요. 당시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 뜻은 존중한다만 음악이라는 길이 너무 좁으니, 일단 적성에 맞는 대학에 들어가서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시도해본 후에 네 미래를 결정해보는 게 현명하겠다.” 그런 말씀이 불만으로 다가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나 현명한 답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빠 말씀이 옳았다고 봐요. 그래서 결국 어쩌다 보니 서울에 있는 대학의 조경학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조경학과가 적성에 맞을 거라는 아빠의 추천이 있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조경학과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몰랐어요. 그러면서 학교를 2년 다녀봤는데 아빠 말씀이 사실 맞더라고요. 제가 뭔가를 설계하는 수업에서는 즐거움을 얻고 점수도 잘 받았거든요. 결국 저는 음악뿐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걸 어떤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는 과정 자체에서 굉장한 즐거움을 느꼈던 거죠. 그리고 1년 휴학한 후 군대에 갔는데 거기서 하는 건 몸 쓰는 거랑 생각하는 것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골똘히 해보니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어린 날의 치기라는 분석이 나왔어요. 대신 무언가를 표현하는 메커니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했죠. 조경학과에서 경험하는 것보다는 더 다양한 걸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찰나에 저와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친구가 PaTI라는 곳의 존재를 알려줬어요. PaTI 새배우미 길잡이 때 친구들과 함께, 2017 PaTI 내 공간 멋짓기 수업, 2017 그렇게 PaTI를 처음 알게 되었군요. 검색하면서 좀 알아봤는데, PaTI 초기에는 처음 들어가서 하는 수업으로 ‘내 공간 멋짓기’가 있었잖아요. 자기가 4년 동안 쓸 책걸상을 스스로 만드는 거죠. 그게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더 찾아보니, 진짜 예술과 문화라는 키워드로 다룰 수 있는 온갖 분야를 수업으로 소화하는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는 심지어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PaTI에 들어갔죠. 제가 원하는 건 표현하고 싶은 걸 다양하게 풀어내는 건데, 그 다양성을 만족시킬 유일한 곳이 PaTI라고 생각했어요. PaTI에 들어와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나요? PaTI를 다니면서 계속 음악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근데 예전과는 접근법이 달랐죠. ‘음악과 디자인을 어떻게 연결할까?’에 집중했거든요. 제가 앨범 커버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과제도 음악을 주제로 자주 했었고, 파주자유음악잔치에도 3번이나 스태프로 참여했고요. 앞선 2회차에는 전시팀으로 참여하면서 음악을 시각화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면, 그때 인터뷰를 했던 3회차에는 기획팀에 들어가서 디자인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과 사람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에 더욱 흥미가 갔어요. 그래서 3학년 때 PaTI 동기들과 ‘황제펭귄’이라는 조그만 밴드를 할 때도 저는 매니저 역할을 맡았었죠. 힙합 가사를 쓰던 고등학교 때부터 연결이 되어있겠지만, PaTI에 와서 제가 글을 쓰는 행위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게 됐고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걸 모두 모아서 생각해보니, 어떤 현상을 분석하고 구조화시키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경향성을 모두 담은 작업이 바로 제 졸업 작업이었어요. PaTI의 졸업 작업은 책으로 완성해야 하잖아요. 그럼 어떤 책을 만든 건가요? 저는 앨범 커버에 동시대의 욕망이 반영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앨범 커버를 중심으로 대중음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살피면서 시대와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고찰해봤어요. 제목도 좀 무거운 느낌이 있지만, 사회적 현상이 앨범 커버로 귀결한다는 뜻에서 『그리하여, 음악의 얼굴』이라고 이름 붙였죠. 졸업 작업을 끝내고 난 뒤 음악 시장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포크라노스에서 채용 공고를 올린 걸 봤어요. 지금은 없어진 인턴 제도를 운영할 때 제가 지원하고 싶었던 곳이라 깜짝 놀랐죠. 월반 프로젝트, 2017 래퍼 Loban.J와 1년 동안 진행한 개인 작업. 매월 초 새로운 주제 및 표현 방식을 선정해 래퍼는 음악으로, 월로비는 커버 디자인으로 표현한 뒤 말일에 공개하는 일정을 열두 달에 걸쳐 진행했다. PaTI 졸업작업 『그리하여, 음악의 얼굴』, 2021 포크라노스에는 왜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포크라노스는 분명 인디펜던트 뮤지션 중심으로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이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매거진처럼 뮤지션 인터뷰나 리뷰도 올라가고, 오프라인 행사도 하고, 유튜브에 여러 영상 콘텐츠도 만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어요. 명확히 이 회사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긴 힘들지만, 군대에 있을 때 PaTI를 접했던 느낌처럼 ‘여기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지원을 했는데 결국은 붙어버렸어요. 하하. 포크라노스를 만족시킨 월로비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웃음) 사실 정확히 어떤 면이 어필되었는지는 몰라요. 그때 제가 가져갔던 건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음악에 대한 모든 결과물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과 인연을 맺은 이야기부터 PaTI에서 했던 음악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지원서에 정리했고, 최종 면접에서는 졸업 작업이었던 『그리하여, 음악의 얼굴』을 가져갔었죠. 면접장에서 『그리하여, 음악의 얼굴』을 본 포크라노스 관계자분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마스크를 쓰고 떨면서 말해서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굉장히 놀라워하셨던 건 기억에 남아요. 포크라노스 페스티벌, 2021 정말 축하합니다. 이제 일한 지 9개월 차인데, 월로비는 어떤 업무를 주로 하나요?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맡고 있고,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다든지, 격주로 앨범 리뷰를 써서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고, 이외에 포크라노스가 프로젝트 성으로 진행하는 행사가 많은데 여기에 참여하느라 하루가 부족해요. 오프라인 음감회나 뮤지션을 위한 세미나에도 참여했고, 최근 9월에는 4회차짜리 페스티벌을 기획하기도 했어요. 이게 파주자유음악잔치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학교에서는 교육의 차원에서 연 음악 축제였지만, 이번에는 회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고려하며 기획한 행사이다 보니, 익숙할 거라는 제 예상과는 완전 다르게 고려해야 할 것이 훨씬 많았고 규모도 훨씬 커서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월로비는 포크라노스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고 있나요? 굉장히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저도 한때 뮤지션을 꿈꿨다는 점에서 아마추어 인디펜던트 뮤지션이었고,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회사에 들어와 보니 현업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또한 같은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고민을 푸는 과정이 일로서 구현되는 곳이 포크라노스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게 굉장히 중요한 측면인데요. 워라벨이란 단어가 일과 삶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는데, 일이란 건 사실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잖아요. 만약 일이 단지 돈을 버는 것에 머문다면 그거야말로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자기실현을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니 꽤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편이랍니다. 포크라노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월로비의 글들 월로비는 파티 한배곳 5기죠. PaTI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어땠나요? PaTI에 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요. 전역 후 말 그대로 배수의 진을 치고 지원했던지라 굉장히 간절했거든요. 다른 곳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 가능할 거라는 예상처럼 정말 다양한 것들을 접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1학년 1학기는 매일매일 새로움의 연속으로 굉장히 즐겁고 정신없이 보냈어요. 물론 입학 후 막상 기대한 바와 다른 부분도 있어서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요. 건너 듣기로 요새 PaTI는 많은 부분에서 체계적으로 탄탄해지고 있다던데, 제가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게 많았어요. 저는 일반적인 대학을 경험하고 들어온 터라 학교에 쓰레기통이 없는 사소한 것부터 수업 과정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적인 부분까지 배우미와 스승이 전부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쌓아 올리던 과정을 잊을 수 없어요. PaTI에서 겪었던 것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걸 꼽아본다면요? 다른 곳에서 해볼 수 없는 워낙 다양한 경험들이 많아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만 해도 여러 개에요. 매년 떠났던 ‘길 위의 멋짓’ 수업도 기억에 남고, 특히나 3학년 때 중국 신장으로 떠났던 건 지금도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진기하게 다가와요. 학기 말 전시 때문에 몇 날 며칠 다 같이 밤새던 것도 기억나고...하나만 꼽기가 진짜 힘드네요. (웃음)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주었던 수업 하나를 잊을 수 없는데요. 바로 1학년 1학기 첫 수업이었던 유창창 스승의 ‘드로잉’ 수업이었어요. 당시 저는 그림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머릿속에 있는 걸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다른 배우미들이 부러웠어요. 제 그림은 항상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유로움에 대한 자격지심이 심했죠. 그런데 당시 수업 스승이었던 창창이 제게 자유로워지려는 강박을 버리라고 말씀해주신 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어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저도 모르게 자신을 계속 억압하고 있었던 거죠. 그 후 저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길 위의 멋짓: 중국 신장 기행, 2019 월로비의 파티 생활 중 ‘파주자유음악잔치’를 빼놓을 순 없을 텐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파주자유음악잔치’는 PaTI 입학을 고려할 때부터 기대를 많이 하던 행사였어요. 음악으로 무언가를 꾸려나가는 가장 대표적인 수업이었으니까요. 더군다나 2019년부터 수업 스승으로 공연 기획 전문팀 ‘에마논’이 오고, 프로젝트 매니저로는 졸업생 ‘리루’가 합류하면서 배우미 중심의 행사로 기획 방향이 변해서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저희가 기획한 행사에 많은 분이 참석해주셔서 다양한 음악을 듣고 즐기며 교감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던 경험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에요.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기도 하고 역시나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멋진 기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파주자유음악잔치: 개미호텔' 기획팀과 함께, 2019 월로비가 생각하는 PaTI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하루에 다르게 변하는 PaTI라서 졸업생의 시선으로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게 공감을 사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PaTI의 변하지 않는 중요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정해진 게 없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무엇이든지 직접 꾸려나가야 한다는 말과 같거든요. 능동적으로 자기 작업과 학교생활에 참여한다면 PaTI에서의 4년은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다양한 경험으로 꽉꽉 채워지겠지만, 일반 학교처럼 주어진 것만 받아먹는 생활을 이어간다면 PaTI만큼 위험한 곳도 없다고 생각해요. 정답이 없는 만큼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야 하는데 이 과정이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피곤하고 지칠 수도 있어요. 졸업생으로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조금 민망하지만, 1학년 1학기를 다녀보고 아니다 싶으면 최대한 빨리 탈출을 고려해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aTI가 모든 사람에게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PaTI를 다니고 있는 배우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가 올해 한배곳 입학식 때 축사를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입학하던 9기 배우미에게 전했던 이야기가 PaTI에서의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죠. 무언가를 배워가면서 성과를 만들고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있을 테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순간도 분명히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다독이며 이를 넘어서게끔 자신을 응원하는 방법을 알아가면 좋겠어요. PaTI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경험을 많이 겪을 수 있는 좋은 발판이니까요. PaTI 자화상 수업, 2020 성공과 실패를 막론하고 월로비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궁금해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렇지만 이제 그 ‘좋아하는 것’을 일로 겪게 되는 과정에서 생각할 것이 엄청나게 많은 걸 다시금 느낍니다. 일을 통해 자아를 찾는 것도 중요하고 일과 나를 너무 동일시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건 힘들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고 꾸준히 가져가는 삶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월로비는 음악산업에서 더 깊숙이 활동할 것 같은데요. 혹시 꿈꾸는 미래가 있나요? 아직 입사 1년도 채우지 않은 상황이라 그 무엇도 단정 지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갈 것 같아요. 애정이 식지 않은 ‘앨범 커버’라는 대상을 가지고 어떻게 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졸업 준비를 하며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에 대한 답도 언젠가는 찾고 싶고요. 단순히 커버 디자이너가 된다든지 하는 1차원적인 해결을 떠나서 그 소재 자체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젠가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계속 새로운 일이 이어지는 회사에 들어온 이상,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이 시장 안에서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을 놓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보여요. ‘미래를 위한 준비’ 같은 거창한 표현은 쓰고 싶지 않아요. 지금까지 제 삶에는 단 한 번도 장기 계획이 없었어요. 매번 즉흥적으로 펼쳐진 일들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모든 게 얼추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계획을 잘했다기보다는 음악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비슷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관한 대답은 ‘고민을 멈추지 말자’로 할게요! 월로비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요? ‘이정표’라고 생각해요. 사실 ‘Music is my life’ 같은 문장이 먼저 떠오르긴 했는데요. (웃음) 이번 인터뷰에서 음악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계속 음악 얘기를 했지만, 음악은 제 삶의 커다란 일부분일 뿐이지 제 삶과 치환할 수는 없다고 봐요. 제가 돌연 음악 산업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제 삶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음악이 목표나 목적지가 아니라 이정표인 까닭이죠. 10년 넘게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같은 존재가 바로 음악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주세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학교 생각이 많이 났어요. 같이 지내던 친구들과 수업 외적으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던 스승들까지. 학교에 다닐 때는 과제나 작업물의 동기가 순수하게 제 안에서 나오는 시기잖아요. 물론 Pass/Fail 제도가 있지만 하기 싫거나 슬럼프가 오면 잠시 멈추기도 하고, 또 갑자기 열정이 끊어오르면 미친 듯이 붙잡게 되기도 하고. 그런데 사회에서는 어떤 결과물의 동기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경제적 가치가 개입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아무런 대가 없이 무언가에 몰두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해요. 물론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만큼 힘든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요. 하하. 이번 인터뷰 덕분에 저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 기회가 되었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생각났던 5기 친구들 모두도 각자 자기 분야에서 원하는 무언가를 풀어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해요. 인터뷰에 애써준 하얀, 예진, 하은, 해리 모두 고마워요! ↓↓ 인터뷰 영상 ↓↓ 특별과정 입학설명회 2022년 새롭게 선보이는 1년제 특별과정은 파티 영상연구소와 한국영화미술감독조합이 함께 만든 프로덕션디자인 아카데미 ‘PaPA’와 파티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PaTI.is’ 입니다. 각 과정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와 입학설명회 일정을 참고해주세요. PaPA | 프로덕션디자인 과정 2021.11.27.토. 14:00, 유튜브 PaTV 중계 PaTI.is | 일러스트레이션 과정 2021.12.11.토. 14:00, 유튜브 PaTV 중계 ⚡ 지난 마친배우미 소식지 보기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파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 (주)아모레퍼시픽, (주)신세계, (주)안그라픽스, (주)두성종이, (주)삼정데이타서비스, C-program, AGI국제그래픽연맹 강경선, 고영은, 구익환, 김경희, 김민규, 김재민, 김성곤, 민병걸, 박영숙, 박예나, 박은영, 박하얀, 반재성, 변영미, 신은향, 안상수, 안웅비, 안지용, 안지현, 오동엽, 오진경, 이동국, 이지송, 임소영, 임준, 장병인, 정구호, 정소현, 조희숙, 최창희, 홍선애, 홍채원 2021.11.25.나무날 인터뷰·글: 전종현 | 편집·발행: 박하얀 영상 촬영·편집: PaTI 영상연구소 성하은, 장예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