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ELLE VOICE AWARDS🏆
*콘텐츠가 보이지 않을 경우 펼쳐보기를 눌러 확인하세요!
@Unsplash

“시간을 견디는 경험이란 삶의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고 의미 없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이며, 흘러가는 감정에 집중하고 타인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시도다. 그 모든 시도와 노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나는 믿는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속에서만 자신의 몸 밖으로 나가볼 수 있다” – 김겨울, <겨울의 언어> 중. 

한 해를 정신없이 떠나보내는 겨울의 한가운데서 김겨울의 산문집을 느리고 깊게 읽는다. 무언가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선물처럼 찾아온 책에 감사하며, 김겨울이 그토록 강조하는 경청의 세계로 들어간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기 위함이라 말하는 김겨울을 보며 새해를 그려본다.

각자 표현하고 외치는 것에 익숙한 세상이다. 집단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내 단점을 개성으로 바꾸고, 나의 색을 더 선명하게 밝히는 것이 멋으로 느껴지는 사회다. 그런 멋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맞추는 것보다 튀는 것이, 기왕 나를 깎을 거라면 똑같은 모양보다 세상에 하나뿐인 조각상이 되는 게 더 좋다. 하지만 외침이 많아지면서, 다시 말해 모두가 외치느라 듣는 이가 없다. 들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외치기에 급급하다. 말들은 많다. 가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들이 도시에 떠다니는 기분이 든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지냈던 2년 동안 나는 선릉역 4번 출구 앞 쿠팡 본사 앞에서 이어진 쿠팡 노조 시위를 수없이 마주했다. 4번 출구 앞에는 늘 영정사진처럼 만든 피켓들이 놓여 있었다. 일하다 사망한 배달 노동자들, 아무런 처우 없이 사지로 내몰리는 배달 노동자들. 불만이 있으면 일하지 말고 나가라는 듯한 회사 태도에 화를 내며 8000명에 달하는 배달 노동자들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외침이었다. 출퇴근길이어서 2년 동안 매일 그 앞을 지나다녔다. 어떤 날은 전단지를 받았고, 어떤 날은 서명을 했으며, 어떤 날은 줄지어 앉은 그들의 농성을 들었다. 그 앞을 지나갈 때면 나도 모르게 꽂고 있던 이어폰을 뺀다. 늘 봤던 피켓이지만 언제나 멈춰 글자를 읽는다. 전단지는 꼭 받는다. 

돌아보면 그것은 회사에 항의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로켓 배송을 탈퇴하는 것과는 다른 결의 몸짓이다. 내가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무관심한 듯 지나치는 사람 속에서도 누군가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2년을 그곳에서 지내다 이사를 갔다. 마지막 날에도 그들은 외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들어줄까? 역삼, 선릉, 삼성. 출퇴근 시간만 되면 대한민국 인구가 여기에 다 모인 듯한 강남대로를 가득 채운 사람 중에서 경청하는 이들을 상상해 본다. 그 앞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몸짓을 주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Unsplash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외침의 시대에 들어서기 전에도, 우리는 늘 듣는 것을 어려워했다. 듣는 건 이해의 선행이다. 이해는 공감과 상관없는 ‘받아들임’이다. 어떤 이해는 자연스럽게 흡수되지만 어떤 이해는 덩어리 진 채 몸 곳곳에 낀다. 가끔 불편하고, 때로는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이해라는 것이 원래 어렵고 힘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듣는 게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 듣는다고 해서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흡수할 필요가 없으니까. 튕겨 나갈 수도 있고, 끝내 외면해도 좋으니 일단은 듣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여서 저토록 외치고 있는 것인지. 

“바라건대 진심으로 경청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판단을 잠시 멈추는 사람들의 세계, 상대방의 삶에 자신의 상을 욱여넣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 복잡함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세계” 다시, 김겨울이 원하는 이 세상을 나도 원한다. 다가올 2024년은 경청의 해가 되기를. 기후 위기와 난민, 취업과 육아, 갈등과 불합리, 투쟁과 패배, 고통과 환희, 뜻하지 않은 절망과 예견된 절망, 무너져가는 빙하와 무너져가는 나라, 뚜렷한 적과 흐릿한 적, 살려달라는 외침과 살고 싶다는 외침을 모두가 듣는 세상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일단 귀를 엽시다. 마음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끝내 열지 않으셔도 됩니다. 열었다가 도로 닫으셔도 됩니다. 그저 들읍시다. 듣고 듣다 보면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흘려보내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세상을 뒤덮은 흐릿한 적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Writer 천선란
1993년생 소설가. 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펴낸 이후 〈천 개의 파랑〉 〈노 랜드〉 등 소설을 부지런히 선보이고 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 <엘르> 2024년, 1월호 발췌


엘르보이스 담당자가 본 〈엘르 데코〉 전시 후기

✅보이스 초이스✅

뉴스레터, 브랜드, 서비스, 책, 전시, 공간까지 엘르보이스가 눈여겨보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엘르 데코> 전시 굿즈샵


쌀쌀함 가운데 사뭇 포근함이 느껴지던 어느 오후, 엘르보이스 담당자도 엘르 데코의 첫 번째 전시 〈데코·데코 Décor·Décor: 리빙룸 아케이드〉에 다녀왔습니다.

일민미술관 외관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만큼 도심의 풍경이 극적으로 바뀐 곳이 또 있을까요? 광화문 일민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이러한 변화에 맞물려 삶의 터전이 되어준 '리빙룸'을 새롭게 해석하였습니다.


우리가 머물고 살아가는(Live), 살아있는(Live) 사물들의 방이며, 라이브(Live)쇼가 펼쳐지는 무대 리빙룸(Living room). 1층부터 3층까지 20인의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가지각색의 방을 체험해 볼 기회였어요.

1층 '만남의 공간'

1층 '만남의 공간'은 가족 혹은 친구들과 휴식을 취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거실을 구현하였습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고도의 성장을 이룬 경제 도약과 더불어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직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는데요. 외국과 달리 마당과 거실 중심의 사회였던 한국의 문화 특성상 사람들이 아파트를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거실 공간을 더 중요하게 설계했다고 해요. 그만큼 거실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셈인 것이죠. 하나의 마당을 연상케 하며 1층 중앙에 배치된 연진영 작가의 거대한 소파는 몽클레르에서 지원한 검은 패딩을 업사이클링하여 탄생했는데요. 소파에 앉아 잠깐 쉴 수도 있고, 비치되어 있는 패딩 모자를 직접 쓰고 바라클라바샷도 찍어 볼 수 있었답니다. 

이 밖에도 창문을 통해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빛이 방안에 들어오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조명의 조도를 직접 조절해 보거나, 시선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는 구멍을 ‘주차’된 자동차 모형까지 이어 보는 등 ‘리빙룸’을 가로지르며 마음껏 관찰할 수 있었어요.
2층 '장식과 양식'

2층 전시실에서는 거주자의 취향과 기호를 드러내는 오브제들로 가득 채운 9개의 방, ‘장식과 양식’ 공간이 펼쳐졌어요. 그중에서도 김옥 작가의 우물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모티브로 한 벤치가 인상 깊었답니다.

우물가에 비친 낙엽을 위에서 바라본 듯한 문양과, 우물가에 흔히 있는 자그마한 돌탑을 형상화한 부분까지 의미를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작품이었거든요. 실제로 작가가 해당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옻칠이 하다 옻독이 올라 고생을 했다고 하기도 해요.😭
2층 '장식과 양식'

또 전산시스템의 '작은 수납함 시리즈'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평소에도 모든 물품이 저렇게 각이 잡혀 정돈되어 있을까 싶은 궁금증은 비치된 사진 속 작가의 작업실을 엿보기만 하더라도 알 수 있겠더라고요. 개인의 생활 방식이 그대로 반영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3층 '오늘의 풍경'

3층 ‘오늘의 풍경’ 전시실에 이르면 한국의 아파트 문화와 거주 방식이 주거 환경의 진보와 더불어 어떠한 진화를 거쳤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정보영 작가의 조각보 작품을 처음 맞닥뜨리며 "몬드리안!"을 외쳤는데 알고 보니 한국 전통의 오방색 비단을 이용하여 평면도를 구현한 작품이더라고요. 전통적인 동양의 소재에서 익숙한 외국 감성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3층 〈엘르 데코라운지

이어지는 마지막 공간에서는 안락한 소파에 앉아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엘르 데코〉의 라운지를 만나볼 수 있었답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의 방,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방,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방처럼 집은 그 자체롤 누군가를 품고 있는 만큼 그 사람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곳이 아닐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전시였어요. 

올 연말, 한해를 흘려보내며 지나치게 익숙해진 나머지 잊고 살던 집의 의미에 대해서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벤트 당첨자 안내]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이름과 핸드폰 번호 뒷자리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세요.🎁


🛒잘산템 이벤트🛒  

안*연 0218, 강*혜 6108, 김*선 1118, 명* 6955, 이*민 8259, 이*주 6048, 강*아 5809, 백*윤 3864, 민* 0797, 이*화 8806, 홍*주 3698, 전*정 3238, 김* 5677, 이*스 1514, 오*린 6471  


🎄소원트리 이벤트🎄

이*연 6729, 나*혜 2418, 권*정 1496


  🏆2023 ELLE VOICE AWARDS🏆

2023년, 총 40편의 뉴스레터로 여성의 삶을 전한 엘르보이스.

엘르보이스 웹오픈, 기부 캠페인, 서울국제도서전, 인스타그램 오픈, 벨리곰 콜라보레이션, 구독자 1만명 달성.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동안 엘르보이스에도 2023년은 큰 도전이 된 시간이었어요. 올해도 엘르보이스를 통해 아리님의 일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셨길 바라요.

오늘은 23년의 마지막 레터인만큼 올해 가장 여러분의 마음에 남은 레터를 투표하는 어워즈를 진행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속 엘르보이스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총 8분(1인 2매)에게 연말 전시 티켓을 보내드릴게요🎫

끝으로 2023년에도 함께해 준 모든 아리님에게 감사드리며,
2주간의 재충전 후 더욱 다정한 엘르보이스로 돌아올게요!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엘르보이스 일동 드림-

  ▼ 2023년 발행되었던 레터들의 링크 ▼

🎁이벤트 일정 : 2023년 12/19(화) – 2024년 1/7(일)

🎁당첨자 발표 : 2024년 1/9(화) 뉴스레터 발표

🎁경품 : 일리야 밀스타인: 기억의 캐비닛 전시 티켓(1인 2매) 총 8명


🔊지난 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저도 매년 11월이면 늘 안 좋은 일이 일어났어요. 올해는 친한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졌고, 연이어 손가락도 크게 다쳤어요. 안 걸리던 감기까지 걸려서 크게 고생했죠. 11월은 저에게 나쁜일 이 몰아오는 달이에요. 뉴스레터를 읽고 11월의 불운을 낙관으로 되짚어 생각해 봅니다.


사람은 늘 좋은 일 보다는 나쁜 일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것 같아요. 엘르보이스 덕분에 이제 저도 불운의 11월의 저주를 비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아람 감독님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규정하는 행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그리고 홈그라운드 영화도 추천해요!

- 성해나 작가님이 써주신 글귀가 한 해 동안 힘들었던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 좋은 글을 전해준 엘르 보이스, 감사합니다.

-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 에세이 좋았습니다.
💌  님, <엘르보이스> 86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님의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에 남겨주시면 정성껏 읽고 다음 레터 준비하겠습니다💕
👋 엘르보이스를 이웃에 소개해주세요! 
더욱 다양하고 반짝이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길 <엘르보이스>, 나만 볼 수 없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님의 이웃에게도 <엘르보이스>가 널리 읽힐 수 있도록, 아래 링크를 공유해주세요 🙋
📝 구독자 정보를 바꾸고 싶어요!
엘르보이스 속 다양한 이벤트는 구독 시 기재해주신 정보를 통해 안내 및 제공되어요.  님의 구독 정보를 바꾸고 싶다면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허스트중앙 유한회사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156 HLL 빌딩 02-3017-2580
수신거부 Unsubscribe

제휴/광고 문의 - kang.junyoung@hll.kr